부처님오신날 법정스님이 들려주는 불교설화
부처님오신날 법정스님이 들려주는 불교설화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5.18 10:33
  • 호수 3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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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삶 몸소 실천한
법정스님이 경전 내용
각색해 완성한 불교설화

“주옥같은 전법의 글귀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

법정스님이 세상에 남긴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

법정스님 지음, 김계윤 그림/ 불교신문사
법정스님 지음 / 김계윤 그림 / 불교신문사

불교신문사(사장 정호스님)가 5월15일 출간한 <법정스님이 세상에 남긴 맑고 향기로운 이야기>에는 법정스님이 초기 경전번역을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세상에 전할까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배여 있다.

첫 번째 설화 ‘어진사슴’은 <불설구색록경(佛說九色鹿經)>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인도 갠지스 강가에 아홉 가지 털빛을 가진 사슴 한 마리와 까마귀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강기슭에서 목을 축이던 중 한 사나이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떠내려 오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구해준다. 사나이는 자신을 구해 준 사슴에게 은혜를 갚으려 하지만 사슴은 “은혜를 갚아주려거든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나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이후 나라에서 왕비가 병석에 눕게 되었는데 앓고 있는 이유가 사슴의 털로 깔개를 만들고 뿔로 부채 자루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은혜를 잊은 사나이는 큰 상을 내리겠다는 영에 그곳을 알려주게 되어 사슴은 잡히게 됐고, 사슴은 죽기 전에 자신의 은혜를 배신한 사나이를 고발한다. 임금은 사슴을 살려주고 많은 사슴들이 아홉 가지 털빛이 있는 사슴에게 모여들어 평화롭게 산다. 이 사슴은 부처님이 보살행을 닦을 때의 모습이며 까마귀는 부처님의 제자 ‘아난다’였다.
 

법정스님이 1960년대 서울 봉은사 다래헌에 머물며 불교경전을 번역하며 불교설화를 집필하던 시기의 모습. 사진제공=맑고 향기롭게
법정스님이 1960년대 서울 봉은사 다래헌에 머물며 불교경전을 번역하며 불교설화를 집필하던 시기의 모습. 사진=맑고 향기롭게

두 번째 설화 ‘조용한 사람들’은 불교경전 <비나야파승사(毘奈耶破僧事)>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어느 달 밝은 보름 밤 많은 신하들이 어떻게 하면 즐거운 날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한 사람의 신하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이유를 묻자 신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큰 동산에 부처님이 와 계시는데 그곳에 가 주셨으면 한다’고 청했다.

신하를 신망한 임금은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숲에 들어가 1250인의 제자와 함께 수행하고 있는 부처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오오, 부처님이시여!. 제가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 제 명령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복종하고 있는 군대라 할지라도 단 한순간만이라도 이와 같이 조용히 있게 할 수는 도저히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이토록 조용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까?”

부처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임금님은 사람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의 겉모양만을 다스리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난 임금님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보름달처럼 조용하면서도 밝은 빛이 번지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열두 번째 설화 ‘땅거미’는 <본생담(本生譚)> 이야기를 근거로 원숭이 얼굴과 엉덩이가 빨간 사연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악마가 땅거미에게 시달린 이야기를 전해들은 원숭이가 땅거미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다 말 도둑이 도망치려 원숭이 꼬리를 밧줄로 착각해 죽기살기로 붙잡게 되고 빼내려던 원숭이는 땅거미로 착각해 벗어나려다가 꼬리가 빠지고 만다.

그 일로 원숭이의 얼굴과 엉덩이(밑)가 빨개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열세 번째 설화 ‘구도자’는 경전에 근거하지 않는 불교소재를 가져와 창작한 설화다. 여기에는 중국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에게 법을 구하기 위해 어깨를 자른 혜가대사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내고 있다.
 

김계윤 작가가 두 번째 설화 ‘조용한 사람들’에 수록한 삽화
김계윤 작가가 두 번째 설화 ‘조용한 사람들’에 수록한 삽화

이밖에도 이 책에는 불교경전에 근거한 주옥같은 설화인 ‘겁쟁이들’ ‘저승의 선물’ ‘그림자’ ‘장수왕’ ‘봄길에서’ ‘봄 안개 같은’ ‘모래성’ ‘연둣빛 미소’ ‘어떤 도둑’ 등 13편의 불교설화가 수록돼 있다.

그림을 그린 김계윤 작가는 20대의 젊은 불자로 포교를 위해 유튜브 ‘피안가는 길’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10.27 법난문예’ 공모전에서 만화부문 최우수상과 2019년 ‘신행과 수행 포교와 문화를 더하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 작업을 앞두고 뇌종양이라는 병고와 투병하면서 그림을 완성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법정스님의 글이 널리 전해지기를 발원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불교신문사 사장 정호스님은 “법정스님의 주옥같은 전법의 글귀를 전하기 위해 전체 맥락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 문장을 수정했고, 어법 또한 현대문법에 맞췄다”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법용으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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