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은 내가 선택 한다”
“오늘의 행복은 내가 선택 한다”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5.18 10:29
  • 호수 3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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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대표적인 ‘문사’
꽃, 나무 돌보며 깨우친
교훈담은 ‘산문집’ 출간

“숨 멎을 때까지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가리라…”

꽃을 사랑한다

현진스님 지음 / 모과나무
현진스님 지음 / 모과나무

“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건 그 때를 달리하여 피기 때문이다. 인생이 신비로운 것도 사람마다 지닌 개성과 재주의 쓰임새가 다른 까닭이다. 누구에게나 절정의 때는 따로 있다.”(현진스님의 산문집 <꽃을 사랑한다> 중에서)

비바람을 견디고 피어나는 꽃, 그 찰나의 순간에서 백 마디의 법문보다 절절히 와 닿는 부처님의 법음을 느낄 수 있다는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이 산문집 <꽃을 사랑한다>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마야사에서 텃밭 농사를 짓고 사찰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는 스님에게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은 일상이자 수행이다. 마야사의 꽃밭을 보기 위해 사찰을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스님은 생명을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이번에 선보인 산문집에서도 마야사 도량에서 직접 꽃과 나무를 돌보면서 정갈한 정원을 만들며 깨우쳤던 교훈과 일상들이 담겨 있다.

“선비들은 문방사우를 가까이 한다지만 차인들은 팽다사보(烹茶四寶)를 곁에 둔다. 이에 비해 내가 즐기는 사우(四友)는 꽃과 바람, 별과 달빛이다. 이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누구라도 관심 두지 않으면 의미 없는 대상들이다.”

때문에 스님은 “꽃과 바람과 별과 달빛,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관심 두지 않으면 의미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면서 “오늘의 봄날을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연(奇緣)인지 깨닫는다면 우리에겐 다툴 시간도 불평할 여유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봄이면 꽃을 심고 여름이면 김매고 가을에는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을 쓸어내고 겨울이면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다음해 봄을 기다리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 문득 깨닫는 생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인생 전부가 행복할 수 없어도 오늘의 행복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스님은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불평하는 꽃은 없다고 말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간과 자연의 흐름 속에서 다만 자신의 일을 하는 만큼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꽃이 피는 시기와 계절이 다를 뿐이다.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이 도량에서 직접 꽃과 나무를 돌보며 깨우쳤던 교훈과 일상들이 담은 산문집 '꽃을 사랑한다'를 최근 출간했다. 이시영 충청지사장
청주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이 도량에서 직접 꽃과 나무를 돌보며 깨우쳤던 교훈과 일상들이 담은 산문집 '꽃을 사랑한다'를 최근 출간했다. 이시영 충청지사장

그러면서 “우주적 관점에서 우린 누구보다 우월하지도 않고 열등하지도 않다”는 스님은 그 어떤 날이었든 그 모든 날들은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날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지나간 날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므로 더 눈부신 날이 아닐 수 없다. 비가 오고 바람 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속에서 함께 존재했기에 모든 날이 눈부셨던 축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숨이 멎을 때까지 따스한 가슴으로 살아가리라”는 스승의 가르침이자 현진스님의 원(願)이다. 그러려면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 두루두루 세심하게 관심을 두고 배려해야 한다. 스님에게 정원 일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키우려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꽃 한 송이 보기 위해서는 김매고 물주는 정성을 들여야 하듯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자비의 마음으로 따스한 태도로 살아간다는 건 매 순간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이 책은 풍파 가득한 이 세상을 견디는 현대인들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도록 현진스님이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자 축원이다.

스님은 “겪어야 할 일은 밤새 걱정해도 겪어야 하고, 비껴갈 일은 걱정 안 해도 비껴간다”면서 “어제의 결정이 오늘은 불행일 수 있고, 오늘의 선택이 내일은 행복이 될 수 있는 게 세상일이다. 그러므로 눈 감는 순간까지 배우고, 고치고, 도전하며 사는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지금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92년 첫 산문집 <삭발하는 날>을 펴내 주목 받았던 현진스님은 20년 넘게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불교의 지혜를 독자들에게 전해온 불교계 대표 문사로 꼽힌다.

2017년 불교신문에 ‘현진스님의 산방한담’을 연재하며 호평을 얻은 스님은 같은 해 불교신문 연재원고와 법주사 소식지, 외부원고 가운데 계절과 관련된 글들을 모아 엮은 산문집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을 펴내기도 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 10일 마야사에서 개원 8주년을 기념해 산문집 <꽃을 사랑한다> 출판기념법회를 봉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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