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참선하면 지혜 자비심 충만해요"
"날마다 참선하면 지혜 자비심 충만해요"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5.18 10:26
  • 호수 3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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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전통 선맥 이은
전 조계종 원로의원

우리가 꼭 읽어야 할
화두 참선의 교과서
“영원히 행복한 길”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

고우스님 지음 / 박희승 정리 / 어의운하
고우스님 지음 / 박희승 정리 / 어의운하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하여 중도를 깨달아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영원한 행복의 길을 열어 보인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는 내 밖의 절대자에게 구원을 의지하는 다른 종교와 달리 인간이 스스로 중도를 깨치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1961년 출가해 전통 선맥을 이어온 전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스님. 법문을 통해 싯다르타는 왜 출가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 스님의 안목이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향곡선사가 주석한 묘관음사에서 첫 안거 수행을 한 이래 평생 참선의 길을 걸으며 ‘우리시대 선지식’ 꼽히는 고우스님의 법문을 정리한 행복 지짐서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이 출간돼 주목된다. 이 책은 고우스님을 20년 가까이 스승으로 모신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가 “스님의 말씀을 많은 사람과 나눠야겠다”며 스승의 법문을 옆에서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한 것이다.

김천 청암사 수도암에서 출가한 고우스님은 1968년 도반들과 함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이자 결사도량으로 유명한 문경 봉암사에서 선원을 재건해 조계종 종립선원의 기틀을 다졌다. 지난해 말 입적한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과 함께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지낸 종단 어른이다.

일생을 수행 정진에 전념한 고우스님은 대중 법문만큼은 사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과 조건이 되면 대중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통수행을 고수하는 납자이면서도 현대인의 고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특히 생계를 꾸려가며 치열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재가자들에게 화두 참선으로 “분별심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님은 화두 참선이 쉽지 않지만,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해나가면 그만큼 번뇌가 줄고 마음이 밝아지며 편안해진다고 당부한다.
 

전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스님의 법문을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가 정리한 법문집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이 최근 출간됐다. 불교인재원 주최로 열린 법석에서 법문하고 있는 고우스님.
전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스님의 법문을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가 정리한 법문집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이 최근 출간됐다. 불교인재원 주최로 열린 법석에서 법문하고 있는 고우스님.

“실제 조사스님들처럼 확철대오 하지 못하더라도 화두 참선을 생활화하면 일상에서 지혜와 자비심이 나와 그만큼 행복합니다. 즉, 중도정견을 세우고 밖으로 부지런히 남을 도우며 안으로 부단히 화두를 챙겨나가는 화두 참선이 생활화되면 그만큼 일상이 지혜로워지고 밝아져서 참선하는 만큼 자기와 세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견성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모 아니면 도’식으로 참선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도 양 극단적인 사고로 중도가 아니지요. 견성성불을 목표로 참선해 나가되 견성은 못하더라도 정진해 나간 만큼 좋다, 이익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고우스님이 대중 법문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중도’다. 스님은 중도가 우주 만물의 존재 원리이고 실상이라고 설한다. 즉 모든 존재는 중도의 존재라는 것이다.

“나와 우주 만물은 모두 중도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독립된 실체가 있다고 보면 착각입니다. 독립된 실체로서 ‘나’는 단 한 순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산소를 호흡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 없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독립된 실체로서 ‘나’란 존재할 수 없기에 ‘내가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처럼 고우스님은 화두 참선을 생활화하면 지혜와 자비심이 나와서 하는 일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혜와 자비를 갖추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남도 잘 이해하게 돼 소통과 공감 능력이 높아져 인간관계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내가 연기와 중도의 존재이니, 내가 잘되려면 남을 도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선택이 아닌, 존재 원리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이런 인식이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다면 사회의 양극화와 대립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다는 선지식의 남다른 가르침이다.

박희승 교수는 “이 시대에 중도와 화두를 통해 영원한 행복을 알려주신 선지식의 역할이 지중한데 너무 연로하시고 병드시어 더 활동할 수가 없다”면서 “그래서 평소 하신 법문을 정리해 세상 사람들에게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영원한 행복의 길을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동안 빛나는 가르침에 혹 누가 될까 염려도 있지만, 그 업조차 감당하며 보은에 가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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