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난을 겪으면서
‘종교’가 제 이익만을 위하면
주변에 큰 위협이 되는 광경을 보았다
동시에 종교의 큰 원칙도 내려놓으며
생명존중의 대의를 위해
물러서는 모습도 함께 보았다

이젠 종교도 우리끼리만
열심히 하면 되는 세상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살아가고 있음을 연기법을
배우지 않은 대중들도 다 알게 됐다

지용스님
지용스님

간경(看經)을 하기 전에 독송하는 진언 중에 ‘오방내외안위제신(五方內外安慰諸神) 진언’이 있다. 오방(五方), 즉 내 주변에 두루한 모든 신들을 편안하게 위로하는 진언이다.

이제 내가 경전을 한편 독송할 터인데 이 경전은 누군가를 해치거나 위협하려 하는 것도 아니요,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도 아닌 만 중생을 모두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는 간절한 기도이니 부디 불안해하지 말라는 신호이다. 비유하자면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떡을 나누어주며 인사를 하는 것과도 같다. 친절하게 나누는 선물과 인사말에 서로의 불안한 마음이 녹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우리의 모든 기도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모든 수행도, 법회도 다 그래야 한다. 불교만이 아니라 종교라는 이름을 가진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고요히 정진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정화시켰는데, 그 만큼 위대하지는 못할망정 우리의 기도와 정진이 세상을 불안하고 해롭게 전달되어서야 되겠는가.

우리는 코로나 국난을 겪으면서 ‘종교’가 제 이익만을 위하면 주변에 큰 위협이 되는 광경을 보았다. 동시에 종교의 큰 원칙도 내려놓으며 생명존중의 대의를 위해 물러서는 모습도 함께 보았다. 이젠 종교도 울타리 안에서 우리끼리만 열심히 하면 되는 세상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연기법을 배우지 않은 대중들도 다 알게 되었다. 

이 장면에서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이나 뒤로 미룬 모습은 단연 백미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부처님오신날마저 그래야 하는지 묻기도 하지만, 오히려 부처님오신날이라서 그래야 했다고 생각한다. 부처님께서 오신 이유 또한 그와 같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서 우리 법당 불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 날이 불자들만 행복한 날이 아닌 만 중생이 행복한 날이 되도록 함께 기도하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여느 때에도 초파일을 전후해서 소외된 장병들이나 어려운 병사들을 위문하긴 하지만, 올해 만큼은 이 사회에서 종교 의미가 무엇인지, 특히 불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보길 권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번엔 인천국제공항에서 고생하는 부대원들을 특별위문했다. 걱정스런 마음에 찾아가 대화를 했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 나라가 어려울 때 임무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건강한 이들을 마주하니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종교인들이 보여준 건강하지 못한 모습 때문이었다. 

우리 종단의 모든 사찰이 한 달간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중이다. 스님들만 기도하는 것이냐고 묻는 불자들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국민을 위하고 이웃의 안녕을 염원하는 기도에 스님 재가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종교를 떠나 온 국민이 같은 마음이다.

또한 공항 방역팀, 의료진, 공무원이 하루하루 정성을 다하는 방역이 기도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기도정진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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