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울듯이
살까보아
해종일 구름밭에
우는 비둘기
다래 머루 넌출은
바위마다 휘감기고
풀섶 둥지에
산새는 알을 까네
비둘기 울듯이
살까보아
해종일 구름밭에
우는 비둘기
- 박목월 시 ‘구름밭에서’ 전문
하루 종일 비둘기가 운다. ‘구름밭’은 산꼭대기에 높이 있는 뙈기밭을 일컫는다. 그러나 그런 조그마한 밭가에서 종일 산비둘기가 운다는 뜻으로 한정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구름이 일어나고 모이고 흩어지고 흘러가는 곳처럼 그 정도의 높은 곳에서 비둘기가 울고 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이렇게 이해하면 탈속의 느낌이 강해진다.
다래와 머루의 줄기는 길게 뻗어나가 견고하고 무거운 바위마다 휘감고, 풀숲의 둥지에는 산새가 알을 낳았다. 이 대목의 시구는 강한 생명력과 신생의 기운을 특별히 느끼게 한다.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연의 활동과 자연의 나날이 새로워짐을 찬찬히 차분하게 살펴보는 심사가 이 시에는 짙게 배어 있다.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문태준 시인 · 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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