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화엄경 제17권 변상’
범행, 그 명쾌하고 비밀스런 의미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실
범행은 곧 ‘부처님의 실천행’
초발심에 대한 법혜보살 설명

범행품과 초발심공덕품을 함께 새긴 화엄경 제17권 변상도.
범행품과 초발심공덕품을 함께 새긴 화엄경 제17권 변상도.

제17권 변상도는 ‘범행품(梵行品)’과 ‘초발심공덕품(初發心功德品)’을 한 도상에 묶었다. 범행품은 보살이 어떻게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닦아 보살의 지위에 올랐는지 정념천자(正念天子)가 묻고 법혜보살이 답하는 형식이다.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깨끗한 행실을 일러 ‘범행’이라 한다. 즉, 부처님의 실천행인데, 범행에는 여러 행태가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뜻으로 짓는 범행에 대한 법혜보살의 설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만약 뜻으로 짓는 범행이라면, 범행이란 곧 마땅히 깨달음이요, 관찰함이요, 분별함이요, 가지가지로 분별함이요, 기억하는 것이요, 가지가지로 기억하는 것이요, 생각하는 것이요, 가지가지로 생각하는 것이요, 환술이요, 꿈꾸는 것이다(若意梵行者 梵行則應是覺 是觀 是分別 是種種分別 是憶念 是種種憶念 是思惟 是種種思惟 是幻術 是眼夢).” 

그런데 뜻으로 짓는 범행에 대한 <화엄경>의 설명은 명쾌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의미가 숨겨져 있다. 깨달음과, 관찰하는 것과, 분별과, 가지가지 분별과, 기억과, 가지가지 기억과, 생각과, 가지가지 생각과, 환술과, 꿈꾸는 것이 다 동일선상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초발심공덕품은 제석천이 묻고 역시 법혜보살이 대답해주는 형식인데, 법혜보살이 앞서 ‘십주품’에서 설명했던 초발심주(初發心住)에 대한 보충설명이면서 초발심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환기이자 그 초발심 공덕의 수승함을 다시 알려주는 것이다.

초발심의 공덕은 말할 수 없는 세계에 수없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수없는 불사를 할지라도 초발심을 낸 공덕에는 백천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십주(十住)의 법문도 초발심에서 출발하여, 초발심 안에서 완성됨을 의미한다.

초발심은 삼세의 모든 부처를 내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성취하기도 하며, 모든 수승한 공덕을 증장시키면서 일체의 의혹을 모두 끊게 한다. 일체의 묘한 경계를 열어 보이고, 일체의 장애를 없애고, 일체 청정 세계를 성취하여 일체 여래의 지혜를 출생시킨다. 그럼, 이런 무량한 공덕을 이루게 하는 초발심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에 이익을 주려는 마음이요, 중생을 끝없이 사랑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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