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60> 불교에서 말하는 ‘겁’이란?
[청년을 위한 불교기초강의] <60> 불교에서 말하는 ‘겁’이란?
  • 이정우 군법사ㆍ육군 대령
  • 승인 2020.05.16 15:05
  • 호수 35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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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교에서는 ‘억겁의 인연’, ‘억겁의 시간’, ‘영겁의 세월’등 ‘겁’이라고 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불교의 겁은 헤아릴 수 없는
무한대로 긴 추상적인 시간
우주가 생겼다 없어질 때까지


A    ‘겁(劫)’이라는 단어는 인도의 고어인 산스크리트어 Kalpa나 빨리어 Kappa를 한자로 음역한 겁파(劫波)의 줄임말입니다. 이 단어의 뜻은 시간의 단위로는 더 이상 헤아릴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을 말합니다. 이는 고대 인도 브라흐만교에서 이미 사용해 오던 단어로써 사전적으로는 수십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만 불교에서는 오직 시간적 의미로만 사용되어 왔습니다.

겁은 헤아릴 수 없는 무한히 길다고 하는 추상적인 시간이니 만큼 이를 설명해 주는 몇 가지 비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겨자겁(芥子劫)’이라는 것입니다. 사방과 상하가 1유순(由旬, 약 15km)이나 되는 쇠로 만든 정사각형 성 안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씨라고 알려진 겨자씨를 가득 채워 놓고 100년마다 한 알씩을 꺼내 그 씨앗이 하나도 남지 않더라도 그 겁은 끝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이 겨자겁의 시간입니다.

두 번째 비유는 ‘반석겁(磐石劫)’으로, 사방과 상하가 1유순이나 되는 크고 단단한 반석을 100년마다 한 번씩 흰 무명으로 닦았을 때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진다 하더라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비유는 ‘진묵겁(塵墨劫)’이라 하여 삼천대천세계를 먹으로 삼아 그 먹이 다 닳도록 갈아서 만든 먹물로 일천국토를 지날 때마다 한 방울씩 떨어뜨려 그 먹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지나온 모든 세계를 부수어 만든 수없는 먼지의 수를 1겁이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비유는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살이었던 때부터 백년마다 한 살씩 줄어들어 결국 10살이 되는 기간 동안을 감겁(減劫)이라고 하고, 그 반대로 인간의 수명이 다시 10살부터 백년마다 한 살씩 늘어나 8만 4천살이 되는 동안을 증겁(增劫)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나이가 한 번 늘었다가 줄어드는 시간을 ‘일증감법(一增減劫)’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겁들은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산술적으로 숫자화하여 연도로 측량해 보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무의미합니다. 현대적으로, 빅뱅이 일어나 하나의 우주가 생겨났다가 다시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1겁이라고 보면 이해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겁이라는 것은 서두에 언급한 대로 더 이상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한히 긴 시간이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충분합니다.

‘옷깃만 스치면 인연’이라고 합니다. 이 인연도 500겁의 과거 인연이 쌓여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불교의 겁은 모든 인연의 소중함, 기나 긴 어리석음의 세월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깨달음을 얻으라는 가르침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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