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마음만은 不二!
[포교현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마음만은 不二!
  • 운성스님 서울대 총불교학생회·진주 용화사 지도법사
  • 승인 2020.05.16 14:49
  • 호수 35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불 법우들! 선물 같은 이 아침이 밝았네요. 코로나로 이번 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만 하기로 결정됐군요? 보고픈 우리 법우들 얼굴 마주보며 정기법회를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단체 카톡방’으로만 만나고 있으니 너무나 아쉬운 심정ㅠㅠ. 우리 법우들!

이럴 때일수록 매일 삼보(三寶)께 귀의 예경하는 마음 잃지 말고, 이 고통을 보는 자도, 받는 자도, 고통스런 이 상황도 모두 오온개공(五蘊皆空)으로 ‘비어서 연결돼 있음’을 바로 보면, 난세 속에 오히려 반야 바라밀다의 지혜가 성숙됩니다. 오늘은 마치 동방(동아리방)에 스님이랑 함께 앉아 있는 듯, 각자 머무는 그곳에서 지구별을 의지해 함께 사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 기도하고 명상해 볼까요?”

“네, 좋아요!” “넘넘 보고 싶어요, 스님!” “나무 약사여래불! (목탁음) 똑 또르르르~” 

“법우들! 2600년 전, 밧지국의 수도 바이샬리가 가뭄과 전염병으로 하루에 수백 명씩 생명을 잃게 돼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지경이 되었을 때, 마갈타국에 머물고 계시던 부처님을 모셔 왔지요. 그런데 기적처럼 부처님께서 국경인 갠지스강을 건너시는 순간, 4일간 단비가 쏟아졌대요.

부처님은 드디어 시자 아난을 불러 백성들을 위해 <보배경>을 외우면 재앙이 소멸될 것이니 마음챙김 명상을 함께 하도록 안내해 주셨고, 온 나라가 기도 후 재앙이 사라진 기록이 있습니다.

오늘 올려드리는 유튜브 기도의식은 <보배경>을 독송하며 이번 코로나의 근본원인인 우리 시대의 이기적인 탐욕과 분노, 물질 중심, 인간 위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어리석은 분별심을 소멸시키고, 이 난국을 근원으로부터 치유하고 일깨우기 위한 스님의 마음을 담았어요. 이 기도가 여러분께 작으나마 힘이 되고 어둔 밤 고해에서 길을 찾아주는 등대가 되길 바래요.”

“나무 서가모니불! / (보배경 합송) 어떤 존재들이 여기 함께 왔든지, 땅에 있는 것이나 하늘에 있는 것이나, 신들과 인간들에 의해 공경 받는 여래, 붓다와 법과 승가에 예경하라. 행복이 있기를!”

코로나19는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의 삶의 방식 전반을 ‘전환’시키도록 이끌고 있다. 물질로 마음도 살 수 있다 믿었던 환상은, 가장 순수해야 할 대학생들에게조차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성장과 욕망의 채움을 권장했고, 수직으로 약삭빠르게 솟는 학교성적과 스펙, 성과의 고공행진을 미덕으로 삼게 했으며, 가족, 친구와 선후배, 교수님, 그리고 공업을 지닌 생명들과의 인의(仁義)는 쉬 저버려도 되는 것이라 여기게 했다.

몸 만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버린 슬픈 자화상, 그 과보는 채워도 채워도 늘 가슴에 구멍이 난 듯 한 외로움이었다. 안개 자욱한 그 길을 걷다 지쳐 총불을 찾아 온 학생들은, 늘 괴리감에 눈물짓곤 했다. 설사 코로나가 잠잠해진다 해도, 이후 다가올 공황상태가 더 염려되는 시절, 학생들에게 부처님 말씀과 함께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권해본다.

1940년대 유럽을 강타해 1/3의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 페스트를 다룬 이 소설에선, 당시 정말 무서웠던 것은 병균이 아니라 병균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였음을 적나라하게 비춰주며, 만일 지금 우리가 이렇게 ‘온전히 부서져 본 경험’을 뼈아프게 성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이름만 바뀐 또 다른 바이러스가 지구별을 강타하지 않을 거라고 결코 안심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오늘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면서 우리사회에 만연한 상처 아픔들도 싹 씻겨 내려가길 기도했어요. 우리 꽃같이 어여쁘고 멋진 총불 법우들은 이런 시절에 두려움과 불안, 슬픔이나 좌절에만 빠져있진 않겠죠? 코로나 그 전과 후의 내 삶의 방식 한 번쯤 돌아보았나요? 자칫 이기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 시절을, 부처님 법을 알고 수행하는 ‘청년불자’는 과연 어찌 맞이해야 할까?

우리 총불 법우들끼리부터 서로를 치유하고 힘이 되주는 존재라면, 싶었어요. 코로나 ‘탓’이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이번 생에 내가 하는 공부와 삶을 써서, 누군가의 슬픔을 덜어주고 행복을 도와주는 ‘보살의 서원(誓願)’ 세워보는 계기가 되길 기도해요.

불교환경연대에서 <멈추고 돌아보기 캠페인>을 발표해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 세상이 어디로 향해가야 할 지, 불교적 시선으로 근원적인 극복방안을 제안했는데 법우들이랑 나누고 싶네요.

첫째, 우린 너무도 바쁘게 살았습니다. 이제 잠시 멈추고, 고요한 시간을 가져 봅시다. 둘째, 우린 너무 혼자만 생각했습니다. 고통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셋째, 우린 너무 인간만 생각했습니다. 다른 생명과 자연,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넷째, 우린 너무 물질만 생각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생명이 소중한 것임을 생각해 봅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수 억겁을 지나 마주하게 된 그대 생명들과의 인연! 비록 마스크에 가렸지만, 지금 우리 ‘마음의 거리’는 불이(不二)입니다. 오늘은 법우들이랑 방탄소년단의 노래 <봄날>에 얹어, 이 고통조차 영원하지 않음을 일깨우는 무상(無常)의 법문을 함께 춤추고 싶네요.”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