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복지 수혜자 스님 인터뷰/
서울 수안사 근성스님 묘담스님 도희스님


없는 돈 생기면 오로지 불사
평생 치열한 삶 살다가 병환
종단 도움에 부담 가벼워져

4대가 함께 사는 수안사는 3대가 종단의 승려복지 수혜를 입었다. 금액도 적지않다. 종단에 대한 고마움을 갚기 위해 모아둔 노스님의 장례비까지 승보공양금으로 기탁했다. 손을 맞잡은 4대의 끈끈함이 느껴진다.
4대가 함께 사는 수안사는 3대가 종단의 승려복지 수혜를 입었다. 금액도 적지않다. 종단에 대한 고마움을 갚기 위해 모아둔 노스님의 장례비까지 승보공양금으로 기탁했다. 손을 맞잡은 4대의 끈끈함이 느껴진다.

‘’불행은 불현 듯 찾아온다. 미처 준비하거나 대비하지 못한새 물밀 듯이 밀려온다. 서울 강북구 수안사에 계신 스님들에게도 그랬다. 

수안사는 수덕사 견성암에서 정진하던 근성스님이 1957년 일군 절이다. 아직도 저소득층이 많은 미아동, 그 중에서도 판자집이 몰려있는 달동네 맨 위쪽에 있었다. 겨우 비바람을 피할 움막 같은 곳이 수안사였다. 무허가 사찰. 근성스님은 이곳에서 젊음을 다 바쳐 정진했다. 가난한 그들과 함께 사는 것도 모자라 탁발로 집 없는 아이들까지 맡아 키웠다. 

1990년대 이 곳도 재개발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의 수안사는 이 때 옮겨졌다. 1만원 불공을 1만 번을 올리고, 3만원 제사를 1만 번 지내서 40평 땅을 얻었다. 지하1층 지상2층 주택을 지어 보현사 서울포교당 수안사라 이름했다. 단 한번도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도 않았고 목이 말라도 참았다. 한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더위를 피했고 한겨울 추위에는 옷을 겹겹이 껴입고 버텼다. 수안사는 근성스님의 치열한 삶이 투영된 절이다.

1981년 근성스님의 제자가 된 묘담스님. 판자집 수안사를 떠나지 않고 은사 스님과 고락을 같이 했다. “중이 안 굶고 살면 됐지 뭔 돈이냐”며 생기는 돈은 도량을 키우는거 외엔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썼다. 정작 은사 스님이 쓰러졌을 때 위독한 지경에 이르지 않으면 병원에도 가지 못할 형편이었다. 

근성스님은 2010년 손상좌를 얻었다. 도희스님이다. 수안사는 3대가 모여살게 됐다. 35평의 좁은 도량에서 3대가 비비고 살면서도 부처님법을 전하는 일은 행복이었다. “중이 어찌됐든 시은을 갚아야 한다”는 정신적 지주 노스님이 쓰러졌다. 8년 전이다.

도량을 일구고 포교하는데 전념하면서도 병원 한번 가본적 없었는데…. 막상 병원에 가보니 노스님은 병명이 너무 많아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망가져 있었다. 척추가 다 녹아 뭉그러졌다. 어찌 이리 몸이 망가지도록 아픈 내색 한번 하지 않았을까. 

근성스님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상좌와 손상좌는 지극정성 시봉했다. 2018년 동국대일산병원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쌓인 3개월치 병원비는 20% 할인을 받아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묘담스님은 은사 스님이 모아둔 장례비에 손을 댔다. 이미 자신도 당뇨와 척추디스크, 어지러움증 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던 때였다. 은사와 상좌가 함께 동국대병원에 입원하는 상황이었다.
 

노스님과 함께한 보현이 생일.
노스님과 함께한 보현이 생일.

도희스님은 종단에 승려복지회가 있다는 소식을 이때 들었다. 승려복지회에 문의한 결과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 2018년 545만원, 2019년 174만원, 2020년 990만원을 지원받았다. 묘담스님도 2018년과 2019년 1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손상좌 도희스님도 목부위 혹제거 수술을 받아 100만원 지원 혜택을 받았다. 3대가 승려복지회의 수혜를 받은 사례는 승려복지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묘담스님은 “종단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는 걸 상상조차 못했었다”며 “어려울 때 종단이 큰 도움을 주어 눈물이 났다”고 했다. 종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후원으로 되갚고 있다. 지난 3월 승려복지회에 1000만원을 승보공양금을 내놓았다.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으니 그 도움의 손길이 다른 스님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서”라고 했다. 

사실 수안사는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을 비롯해 20여 곳에 후원자로 동참하고 있다. 동국대병원에도 후원금을 냈고 월10만원을 별도로 후원하고 있다. 수안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신도들이 내는 돈의 30%는 반드시 회향하는 것이 시은을 갚는 일이자 신도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혜의 감사함과 함께 개선을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도희스님은 “의료비 지원은 먼저 병원비를 지불한 뒤에 그것을 근거로 지원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종단과 동국대병원과의 관계상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짐작하고 있지만, 아예 의료비를 정산할 때 할인된 상태로 지불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근성스님의 와병 중에도 수안사는 식구가 늘었다. 4살짜리 보현이를 얻었다. 이혼한 친부모와의 소송을 통해 후견인으로 인정받았다. 어려운 가운데 얻은 아기 부처님이다.

묘담스님은 승려복지회에 1000만원을 추가로 기탁하려한다는 뜻도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댔던 은사 스님의 장례비를 다시 모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더 필요한 스님들이 있을 것 같아서 승보공양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묘담스님은 승보공양금을 담은 봉투에 이렇게 글을 썼다. “우리 절은 4대가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절이니 작은 나눔입니다. 노스님께서는 영원한 삶을 살아가도록 일깨워 주셨습니다. 고이 간직하셨던 장례비를 나눕니다.”

조계종 승려복지회·불교신문 공동 승보공양운동 특별기획

[불교신문3582호/2020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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