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단 스님 5000여 명이 정부에서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 소임자 스님들은 5월1일 소득 직업에 상관없이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기부 의사를 밝힌 스님은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에 종사하는 교역직 종무원, 중앙종회의원, 전국 각 사찰 주지 및 국장 소임자들이다.

스님들은 지원금 기부 선언을 하며 “국민 생활의 안정과 경제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에 국민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님들은 또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 안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자가 폭증하는 등 전례 없는 경제 위기, 가계 붕괴를 맞아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성했다. 수혜 대상자에는 종단 스님을 비롯한 종교인들도 모두 포함된다.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은 처음에는 일부 국민들에게 한정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국민감정, 행정 효율성 등을 따져 전 국민 지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정부 재정에 한계가 있고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을 시 더 큰 국가적 위기가 다가올 수 있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기부가 중요해졌다. 

자발적 기부는 말 그대로 스스로 동참해야지 강요할 성질은 아니다. 이러던 차 종단 스님들의 기부선언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가 재정 안정에도 기여하는 마중물로 작용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 취지를 살리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두 가지 과제를 실현하는데 스님들이 가장 먼저 앞장선 것이다. 스님들의 전격적인 기부 선언에 국민들은 “역시 불교는 다르다”는 호의적 반응 일색이다. 

우리 불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종교계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최적의 모범을 보였다는 찬사를 받았다. 종단은 모 종교집회에서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자 법회를 재빠르게 중단했으며, 피해가 가장 큰 대구 경북에 거액의 지원금과 쌀 생수 등 생활필수품을 전달했으며, 경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데 적극 나섰다.

국민들은 호국불교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 한국불교계와 스님들에게 존경과 믿음을 보냈다. 신도들 역시 불자로서 자긍심이 높아지고 스님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며 기뻐한다. 

불교는 지혜와 자비를 양 바퀴 삼아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수레다. 이 둘은 선후(先後)나 위 아래가 아니라 동시에 이뤄지며 하나다. 왜냐하면 지혜의 발현이 자비행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육조단경>에 이르기를 “마음이 삿되면 어리석고 미혹하여 악을 지어 스스로 중생의 소견을 내고, 마음이 발라서 지혜를 일으켜 관조하면 스스로 부처님 지견을 여나니”라고 했듯이 우리 종단 스님들의 재정 기부선언은 부처의 마음을 그대로 내보인 가장 수행자 다운 모습이었다. 스님들의 기부선언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불교신문3581호/2020년5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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