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14> 청량사 둥근소리합창단 연습현장
[포토에세이] <14> 청량사 둥근소리합창단 연습현장
  • 김형주 기자
  • 승인 2020.05.12 10:32
  • 호수 35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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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남성들, 중후한 찬불가로 대동단결하다
두달 반 만에 모여 호흡을 맞추고 있는 청량사 둥근소리합창단 베이스파트 남성단원들. 코로나19 극복의 의미를 담아 김민기 작사작곡 '상록수'를 연습하고 있다.
두달 반 만에 모여 호흡을 맞추고 있는 청량사 둥근소리합창단 베이스파트 남성단원들. 코로나19 극복의 의미를 담아 김민기 작사작곡 '상록수'를 연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에 끼친 영향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불교계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전염병을 이기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처음으로 전국 사찰에서 초하루법회를 중단했고,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 달 연기했다. 

그 사이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정부가 생활방역체계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행하면서, 불교 신행활동도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 생활방역을 실천하는 가운데 윤4월8일인 5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고, 또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는 불자들을 만났다.

5월6일 저녁7시 경북 영주 하망동에 위치한 청량사 영주문화센터에서 찬불가가 흘러나온다. “물러남이 없는 정진~ 우리도~ 부처님 같이 우리도 부처님 같이~” 귀에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흘러나온다. 사찰에서 자주 듣던 여성 불자들의 노래 소리가 아닌 거사들의 중후한 화음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청량사둥근소리합창단 남성단원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 반 동안 중단됐던 합창연습을 다시 시작하면서 모처럼 모였다고 한다. 정부시책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면서 합창단 전체가 한 자리에 모이기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파트별 연습을 시작했다. 이날은 전체 45명 단원 중 남성단원들로 구성된 베이스 파트 15명이 모여 화음을 맞췄다.
 

단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혜준 단장, 윤은정 총무, 손현숙 고문(사진 왼쪽부터)이 연습장을 찾았다. 합창단원들은 연습하기 전 삼귀의, 반야심경을 연습을 마칠때는 사홍서원을 봉독한다.
단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혜준 단장, 윤은정 총무, 손현숙 고문(사진 왼쪽부터)이 연습장을 찾았다. 합창단원들은 연습하기 전 삼귀의, 반야심경을 연습을 마칠때는 사홍서원을 봉독한다.

오랜만에 합창연습을 재개하면서 특별한 손님들도 찾아왔다. 둥근소리합창단 전혜준 단장과 지난 6년 동안 단장직을 수행한 손혜숙 고문이다. 동네에서 인사는 나누지만 모처럼 찬불가 연습을 하기 위해 모인 단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고 한다.

전혜준 단장은 “오랜만에 뵙습니다”라고 인사한 후 “합창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랑인 베이스파트가 즐거운 연습을 하시면서 찬불가를 통해 공부를 하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손현숙 고문도 “우리 합창단이 정말 대단하다”며 “회주 스님을 모시고 나날이 발전하는 우리합창단이 늘 자부심을 가지면서 꾸준히 나아가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상록수'의 고음 부분을 반복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
'상록수'의 고음 부분을 반복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

본격적인 합창연습이 시작됐다. 코로나로 인해 합창연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을 떠올린 듯 단원들은 열과 성을 다해 노래를 했다. 부처님오신날과 공연 일정을 생각하면 사실 갈 길이 멀다.

5월30일 청량사 봉축법요식에서 노래를 해야 하고 6월에 잡혀있다 연기된 제7회 정기연주회에 공연할 곡 또한 연습해야 한다. 10월 첫째 주 청량사 산사음악회에서 선보일 곡도 준비 중이다. 

오랜 만에 연습을 갖는 남성단원들은 ‘고향의 봄’과 ‘우리도 부처님 같이’를 불러 보며 목을 풀었다. 본격적으로 연습하는 곡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희망의 메시지 곡으로 떠오른 ‘상록수’이다. 이종만 지휘자는 남성단원의 비중이 높은 둥근소리합창단을 위해 베이스 위주의 곡으로 편곡을 했다. 
 

지난 6년 동안 매주 수요일 서울에서 영주로 내려와 합창단원을 지휘하고 있는 이종만 좋은벗풍경소리 대표.
지난 6년 동안 매주 수요일 서울에서 영주로 내려와 합창단원을 지휘하고 있는 이종만 좋은벗풍경소리 대표.

첫날이라 멜로디와 가사를 익히는 정도로 연습이 진행됐다. 평소 많이 들었던 노래지만, 여럿이 합심해 부르려니 쉽지만은 않다. 류지영 반주자의 피아노 소리와 지휘자의 박수소리에 음과 박자를 맞추어 간다. “셋! 넷! 눈-물 흘리니~, 여기만 다시 해볼게요, 셋! 넷!” 어려운 고음 부분을 계속 연습하자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노래를 통해 서로 호흡을 맞춰가니 시작할 때 긴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수차례 어려운 부분을 연습하고 나니 박자와 호흡이 맞아가며 처음으로 완창에 성공한다.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7년 전 창단한 둥근소리합창단에 이렇게 많은 남성단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큰 이유는 청량사 회주 지현스님의 노력 덕분이다. 회주 스님은 신도들을 합창단에 가입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매주 연습 때마다 지키고 앉아서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6년 동안 매주 수요일 영주에 내려와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는 이종만 지휘자는 “6년 전 합창단 지휘를 맡게 됐는데 당시는 예식장을 빌려서 연습을 했다”며 “매주 연습할 때마다 회주 스님이 늘 함께 했다. 스님 관심 덕분에 성장했지만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웃으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오랜만에 만난 단원들은 연습을 끝내고 조촐하게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못 만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이 피었다. 근로자가요제에 참가한 이야기며 마을이장이 돼서 활동하는 단원의 이야기, 예천으로 귀농을 온 조계사 신도였던 단원은 청량사에 스님에게 인사를 갔더니 바로 합창단에 가입을 강요(?) 받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단원들의 끈끈한 정을 느껴졌다.

남성단원들은 매주 만나는 모임으로도 부족했는지 108산사 순례회도 조직해 1년에 한 두 차례씩 성지순례를 다니기도 한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기다려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15명의 남성단원은 40대부터 60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젊은 40대가 무려 5명이다. 연습을 마친 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단원들.
15명의 남성단원은 40대부터 60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젊은 40대가 무려 5명이다. 연습을 마친 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단원들.

창단 때 유일하게 남성단원으로 참여해 현재 합창단원의 악보를 책임지고 있는 악보장 역할을 맡고 있는 서봉태 단원은 “막내아들 100일 때 지현스님이 수계를 해주셨다”며 “지난 산사음악회에서는 와이프와 둘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아주 멋진 경험을 했다”고 인연을 자랑했다.

송태욱 부단장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한 두 시간 노래를 하고 나면 개운해지는 게 마치 청량사에 올라가면 마음이 안정되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며 “여기 나오면 선배, 후배 단원님들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단합해서 기분이 좋고 다른 취미는 없지만 노래하나 가지고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님 품에서 찬불가로 도반을 만나고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청량사 합창단원들의 얘기를 들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청량사 영주문화센터 밴드실. 방음벽과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서 청량사 어린이밴드가 모여서 연습을 한다.
청량사 영주문화센터 밴드실. 방음벽과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서 청량사 어린이밴드가 모여서 연습을 한다.

영주=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81호/2020년5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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