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 동국대와 협의하며
불교경전 현대화 대중화에 힘쓸 것"

동국대 팔정도에 선 동국역경원장 혜거스님.
동국대 팔정도에 선 동국역경원장 혜거스님.

동국대 불교학술원 동국역경원장 혜거대종사가 취임 한 달여를 맞아 역경원 운영방안에 대해 밝혔다. 혜거스님은 5월11일 동국대 서울캠퍼스 본관 임원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경전 대중화와 역경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1959년 삼척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스님은 법납 60년을 훌쩍 넘겼지만 공적 소임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스님이 동국역경원장 소임을 맡게 된 데는 은사 탄허스님의 영향이 크다. 어려서 서당을 다녔다는 혜거스님은 한문에 능통해, 영은사 행자시절에 탄허스님 화엄경 강의를 청강할 기회를 얻었다.

“행자가 아침공양 후부터 점심 공양시간까지 이어지는 강의에 참여하고 있어 당시 영은사 주지 스님이 사찰 일을 대신했다”며 “화엄경 청강 후 은사 스님과 월정사로 가서 사집 사교 공부를 마쳤다”고 한다.

탄허스님은 경전 번역과 인재양성에 평생을 바쳤는데, 특히 월정사에서 주석할 당시 종단의 요청으로 용주사 역경장 소임을 맡아 한문경전을 번역할 스님들을 가르쳤다.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을 지낸 무비스님도 탄허스님 문하에서 공부해 지금까지 역경불사에 참여하고 있다. 혜거스님은 은사 스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 동국역경원장 소임을 맡게 돼 의미도 남다르고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스님은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한문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은 과거를 바로 알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전을 잘 정리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우선은 역경사를 길러내는 게 선행돼야 한다.

혜거스님은 “오늘날 한국고전번역원이 옛 문헌을 번역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우리 동국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염원이 있다”며 “고전을 번역하려면 반드시 동국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스님은 “한문을 우리말로 잘 번역하려면 먼저 한자로 문장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문을 잘 구사하려면 한문 문장을 통째로 외워 응용하면 좋다고 조언한 스님은 고전 한 권 전체를 외우거나 한시 300수 정도를 외우는 것을 추천했다. 특히 <대승기신론> 전체를 외우면 불교의 깊은 뜻을 통달하면서 한문 실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직역만큼 중요한 게 번안번역이다. 스님은 “한문 작문이 가능하면 직역과 함께 번안번역까지 역량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하는 나옹선사의 시는 대표적인 번안번역의 예로 직역하면 시의 멋이 사라진다. “조금만 훈련하면 번안번역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며 “역경사들이 번안번역 능력을 키우겠다고 발심하는 게 그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한 달 정도를 지난 혜거스님은 그동안 동국역경원의 성과와 현황을 정리하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동국역경원 향후 사업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역경원은 현재 불교학술원이 추진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사업인 ABC사업의 일환으로 통합대장경 서비스를 진행하며,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스님은 “동국역경원은 고려대장경을 한글화하고,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을 진행하며 불교경전을 현대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불교 고전을 대중화하고, 또 승가교육과 신도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계종단, 대학과 협의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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