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암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 아픔을 어루만지고 하루 속히 끝나기를 기원하는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 기도 입재 정진에 들어갔다.

회향일인 윤사월 초파일 5월30일까지 기도가 매일 진행되는 가운데 봉축탑 점등식, 연등회 등 봉축 행사도 열린다.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가 올해는 이 날을 기점으로 한 달 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700여년 만에 맞은 난국이지만 지난 3개월여 종단을 중심으로 스님과 불자들은 의연하게 잘 대처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신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세정제로 손을 깨끗이 씻고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종무원과 봉사자들은 법당 입구에서 출입자 온도를 측정하고 주소와 연락처를 기재토록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온 마음을 내고 몸을 움직였다. 두 달 넘게 사찰 법회와 행사가 중단돼 불전함 수입이 끊겼지만 스님들은 위기에 빠진 사회를 구하는데 기꺼이 기금을 냈다. 

코로나19를 맞아 우리 불자들이 보여주는 배려와 따뜻한 마음 인내가 바로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들려주신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이다. 부처님께서 출현하기 전 세상은 소유를 미덕으로 여기고 경쟁을 부추기는 정글과 같은 사회였다. 날 때부터 신분이 구분되고 죽을 때까지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날 때부터 주어진 신분이나 보이지 않는 신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수동적 존재였다. 행복은 경쟁을 통해 많이 가져서 얻을 수 있다거나 이 생이 아닌 사후(死後)에 얻는 선물이라고 믿었다. 

부처님께서는 전혀 다른 말씀을 들려주셨다. 인간은 모두 존귀하며 결코 신분에 따라 인간의 존엄이 나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으며, 행복은 죽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배려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니면 누릴 수 있다고 일러주셨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인해 인간은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을 배웠으며, 스스로 노력으로 행복을 누리는 법과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행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대한민국 불자들은 온 인류가 큰 어려움에 처하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여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불법(佛法)이 나도 모르게 습이 되어 저절로 발현된 것이다. 종정예하께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말씀하신 대로 “중생이 앓으면 나도 아프다는 유마의 비원과 지장의 본원”을 적극 실천했다. 불자들의 행과 원이 바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어려운 순간을 맞아서 비로소 알았다.

30일 동안 진행되는 국난극복 기도가 회향할 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국민들 삶도 일상으로 돌아가리라 믿는다. 그리고 위기를 맞아 우리 불자들이 보여준 자비와 지혜는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으로 자라날 것이다.

[불교신문3580호/2020년5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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