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복장낭 갖춤의식 거행

복장낭 양공인들이 덕문스님과 차담을 나누고있다. (사진 왼쪽부터 매듭장 안영순(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 이수자), 자수장 윤정숙(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침선장 박춘화(대한민국 한복명장 제611호), 강선정 화엄사 성보박물관 학예실장
복장낭 양공인들이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매듭장 안영순(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 이수자), 자수장 윤정숙(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침선장 박춘화(대한민국 한복명장 제611호), 강선정 화엄사 성보박물관 학예실장.

5월1일, 온화한 봄날이었다. 지리산에서 제일 큰 절 화엄사에서도 가장 큰 집 각황전에 금줄이 쳐졌다. 복장낭을 갖추고 점안하기 위해서다.

복장단주 성오스님(무형문화재 제139호)과 오방법사, 송주법사들이 이른 아침부터 복장낭 갖춤의식을 펼쳤다. 다섯 가지곡물을 비롯해 향과 약재 등 수많은 보물들로 복장을 갖출 때마다 다라니 108독씩 독송했다. 그러다보니 저녁 해질무렵에야 복장낭에 들어가는 후령통이 갖춰졌다.

부처님을 조성하는 불사를 할 때 불상 안에 복장을 갖추고 점안을 하면 더 이상 작품이 아니다. 이제부터 생명을 갖춘 성스러운 불보살이 된다. 입체가 아닌 평면에 그려진 불화도 복장을 한다. 대부분 불화 윗부분에 달린 복주머니 모양의 주머니가 탱화의 생명체인 복장이다. 이를 복장낭(腹藏囊)이라 부른다.

복장낭은 외부에 노출되어 수명이 150년 넘기기가 어렵다. 오래된 불화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복장낭이 흔치않다.

천년고찰 지리산 화엄사도 그러하다. 대웅전과 각황전 등 전각마다 불화에 복장낭이 있었다. 이제는 몇 점 남지 않았고 그나마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법당을 참배해도 만나기 어렵다.

1년 전이었다. 화엄사 대웅전과 각황전의 탱화를 모사해 보존키로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기도 한 주지 덕문스님이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두었던 불사를 발원했다.

“전각이나 불상, 불화 등 눈에 띄는 불사도 중요하지만 복장낭, 번, 주련 등 지나치기 쉬운 옛 성보도 복원해야합니다. 불화 모사와 함께 복장낭 복원불사로 현대인의 신심을 북돋우고자 합니다.”

복장낭 불사도감이 설립되고 화엄사 성보박물관 강선정 학예실장이 분야별 전문가를 찾았다. 침선장 박춘화(대한민국 한복명장 제611호), 자수장 윤정숙(국가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이수자), 매듭장 안영순(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 이수자) 등 전문가가 모였다.

화엄사 복장낭은 분야별 전문 양공인들이 하나되어 천연염색→불화 자수초본→자수→침선→매듭으로 탄생했다.

새롭게 조성한 화엄사 복장낭은 대웅전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 후불탱화와 각황전 석가모니불, 약사불, 아미타불 후불탱화 그리고 견성전(탑전) 신중탱화 등 모두 7점의 후불탱화 복장낭이다.
 

아침부터 진행한 복장갖춤 의식을 마치고 오후 늦게 점안의식을 봉행하고있다
아침부터 진행한 복장갖춤 의식을 마치고 오후 늦게 점안의식을 봉행하고 있다.

점심공양 후 복장낭 불사를 펼친 양공인들이 주지 덕문스님이 머무는 삼전을 찾아 차담을 나눴다.

“각황전 약사불도 복장낭을 조성할 무렵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습니다. 한 땀 한 땀 ‘약사여래불’을 염송하며 수를 놓았습니다. 다행히 약사불이 형상화 되면서 코로나19 사태도 진정되어갔습니다. 부처님 공덕이라 생각합니다.” -윤정숙 자수장

“복장낭의 형태를 예전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복장낭을 누비면서 매 순간 환희심으로 가득했습니다.” -박춘화 침선장

“옛 복장낭의 매듭에서 전통매듭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안영순 매듭장

“화엄사 복장낭의 구성방식은 탱화의 부처님을 복장낭에 자수로 형상화하여 불상과 탱화, 복장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모습을 창조하였습니다. 또한 매듭으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불교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시도했습니다.” -강선정 문화재청 동산분과(복식) 문화재전문위원

주지 덕문스님은 복장낭 불사에 참가한 양공인들을 화엄사 성보박물관 전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불사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하는 것이다”며 “복장낭 불사를 계기로 성보문화재의 복원과 재현에 앞장서고 전통불교문화를 대중화하는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점안을 마친 복장낭
점안을 마친 복장낭

저녁 예불시간이 다 되어서야 복장갖춤 의식이 끝나고 점안의식이 시작됐다.

각황전에는 복장낭 점안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신도들이 하루종일 함께했다. 얼마나 많은 업장이 쌓였던 걸까. 아침부터 내내 다라니를 독송하던 보살님 한 분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마침내 통곡을 한다. 세세생생 쌓였던 업장이 한꺼번에 씻겨내리는가 보다.
 

복장단주 성오스님(무형문화재 제139호)과 오방법사, 송주법사들이 복장낭 복장갖춤의식을 하고있다
복장단주 성오스님(무형문화재 제139호)과 오방법사, 송주법사들이 복장낭 복장갖춤 의식을 하고 있다.
다라니를 108독씩 염송하며 갖가지 보물들을 복장낭 후령통에 넣고있다.
다라니를 108독씩 염송하며 갖가지 보물들을 복장낭 후령통에 넣고 있다.
복장낭과 복장갖춤을 마친 후령통(왼쪽 황금색)
복장낭에 넣기전 복장갖춤 의식을 마친 후령통(사진 왼쪽 황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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