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사월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생전예수재 봉행이 한창이다. 생전예수재는 생전에 전생과 금생에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죽기 전까지 악업을 쌓지 않을 것을 서원하며 공덕을 쌓는 의식이다. 이같은 예수재가 윤달과 결합한 정황은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이 언급한 바, “윤달에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와 극락왕생불공이 성행했기에 살아있을 때 사후를 생각하는 예수재가 윤달과 결합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번 윤사월 생전예수재는 특히나 코로나19 국면에서 더욱 뜻깊은 불교의식이다. 만물이 생동하고 온 국민이 새출발을 기대했던 지난 2월부터 3월을 거쳐 4월 현재까지 일상의 모든 시계가 멈춰버렸고 가족과 직장동료마저 거리를 두고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너나할 것 없이 깨달았던 계기가 됐고 전 세계인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직감했다. 이제 중생이 아프면 내가 아프고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불행으로 연결된다는 불교의 연기사상을 불자는 물론 전 국민이 명백하게 체감했다. 

윤달을 ‘기도하고 감응하는 달’로 삼아 ‘공덕과 수행의 달’로 실천해온 불교문화 속에서 이번 윤사월 생전예수재는 코로나 종식을 서원하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치르는 자행(自行)의 천도로서 값진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전국 사찰은 4월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30일 윤달 부처님오신날까지 한달간 코로나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에 들어간다. 이번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 불교계가 이웃종교에 비해 지혜롭고 현명하게 극복해온만큼 코로나 극복 기도입재 역시 전 국민이 위로받고 치유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28일 발표된 진제 종정예하의 교시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의 모든 사찰과 불자들에게 전하는 희망과 평화 치유의 메시지다.

종정예하 교시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웃이 본래 부처님 될 사람들이며 중생이 앓으면 나도 아프다는 유마의 비원과 지장의 본원이 절실할 때”라며 “오탁악세는 해가 뜨면 어둠이 물러가듯, 질서 있는 일상으로 신앙과 생업에 종사해야 겠다”며 코로나에 멍든 온 국민들을 다독이면서 “인간의 생명과 안전은 최상의 절대적 가치”임을 거듭 천명했다.

코로나가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는 불자들에게 전하는 종정예하의 교시는 아픔과 번뇌의 고비를 어렵게 겪어낸 대국민 안심법문으로도 빛을 발한다. 이제 이 교시를 받들어 불교가 치유와 회복의 종교임을 수행과 전법, 포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윤달은 ‘일년 열두달’이라는 일상의 시간 가운데 가외로 주어진 ‘덤’의 삶이라고 여겨도 좋겠다. 예고없이 들이닥친 모진 병마, 코로나와 싸우느라 귀한 시간을 잃어버린 대신, 우리 앞에 ‘덤’으로 주어진 이번 윤사월을 생전예수재와 함께 재난극복기도로 다시 되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불교신문3579호/2020년5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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