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조사, 인공지능 챗봇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부디 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 “너의 불안한 그 마음을 가져 오너라. 그러면 마음을 편안케 해 줄 것이다.” “ 그 마음은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했다.”
-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달마와 혜가의 대화 중에서 

 

보일스님
보일스님

➲ 상담치료 챗봇 알고리즘 속 달마

선어록 속 달마조사가 인공지능 챗봇 알고리즘으로 환생할 수 있을까. ‘대기설법(對機說法)’ 또는 ‘응병여약(應病與藥)’으로 대변되는 불교의 스승과 사제 간의 최적화된 제접방식은 부처님 이래로부터의 전통이다. 선문답의 다양한 전개 방식과 기법들이 특정 범주들로 분류될 수 있고 각각의 범주는 유사한 대화 패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일관된 패턴들을 인공지능 챗봇 개발의 데이터로 적용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일 것이다.

언뜻 보면 제4차 산업시대의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을 탑재한 심리치료 챗봇과 오래된 불교 전통인 선문답은 매우 이질적으로 보인다. 선불교의 강한 반(反)언어적 정서로 인해, 불교가 대체로 언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소극적 입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문답과 설법에 내재한 은유가 인식과 정서 양 측면을 동시에 아우르는 효과적인 치료기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처 당시부터 이미 하나의 체화된 전통이다. 결국 언어를 통해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문제는 전통과 첨단이라고 할 것 없이 시대를 초월하여 공유하는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문답의 은유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 문답들이 챗봇의 응답 알고리즘으로 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을까? 우선 인공지능 챗봇은 많은 키워드와 대화 스토리를 기억해야 수준이 고도화되고 정교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계화된 선문답에 대한 데이터 입력과 저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선문답에서 내재되어 있는 여러 기법들이 챗봇에 응용되기 위해서는 여러 선불교 전통 또는 불교 전반의 전통에서 전승되어온 문답 사례들이 수집되고 데이터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유형화는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해소 알고리즘’, ‘은유 알고리즘’, ‘화두 알고리즘’ 등으로 명명하고 각각을 분류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챗봇은 이용자의 이전 상담기록이나 배경을 데이터화하고 저장해 두었다가 상담이 시작되었을 경우, 이용자의 근기 또는 상태를 미리 유형화해둔 알고리즘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종료된 상담내용은 다시 패턴화 되고 범주화 되어 각 유형으로 분류되어 저장될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통계데이터를 바탕으로 점차 효과적인 심리치료를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선문답의 모든 내용을 데이터화해서 불교적 아이디어를 심리치료 상담 챗봇에 그대로 이식시킴으로써 인간 대 인공지능의 전인격적인 선문답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테크노피아를 꿈꾸는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의 깨달음 또는 성불을 상상하고 성급히 결론지으려는 시도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얼마나 인간, 즉 스승의 모습을 동일하게 모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선문답 알고리즘의 유용성은 그 내재된 특징들 즉 해소 또는 은유 방식 등의 기법들을 패턴화시켜서 다른 심리 치료분야의 데이터들과 자연스럽게 연동시키는 문제이다. 

➲ 해소·은유·화두 알고리즘 데이터

선불교 전통에 있어서 제자의 질문에 대해서 스승은 그 해결보다는 그 문제를 해소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즉, 제기된 문제 자체가 기본적으로 성립되지 않음을 또는 문제가 되지 않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나게 한다. 따라서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미봉책 또는 위로되는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원인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제2조 혜가는 초초 달마조사를 친견하여 제자로 거두어 주실 것을 청했으나 달마조사는 면벽만 한 채 돌아봐 주지 않았다. 혜가가 계도로 자신의 왼쪽 팔을 잘라서 위법망구의 결심을 내보인 후에야 달마는 혜가와의 대화에 응했다. 혜가스님이 여쭈었다.

언하변오(言下便悟), 혜가선사는 이 말을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달았다. 달마는 혜가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별도의 처방을 내리기보다는 그 심리적 불안의 근원을 겨냥한다. 혜가는 본래 자신의 겪었던 심리적 고통에 원인과 실체가 없는 망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대기설법(對機說法)’ ‘응병여약(應病與藥)’으로 대변되는 불교의 스승과 사제 간의 최적화된 제접방식은 부처이래로부터의 전통이다. 선문답의 다양한 전개 방식과 기법들이 특정 범주로 분류될 수 있고 각각의 범주는 유사한 대화 패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일관된 패턴들을 인공지능 챗봇 개발의 데이터로서 적용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일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대기설법(對機說法)’ ‘응병여약(應病與藥)’으로 대변되는 불교의 스승과 사제 간의 최적화된 제접방식은 부처이래로부터의 전통이다. 선문답의 다양한 전개 방식과 기법들이 특정 범주로 분류될 수 있고 각각의 범주는 유사한 대화 패턴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일관된 패턴들을 인공지능 챗봇 개발의 데이터로서 적용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시도일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이처럼 선문답에서는 내담자가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 별도의 답을 내놓기보다는 그 제기된 문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 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해버리는 것이다. 인공지능 챗봇 데이터라는 관점에서, 일단 ‘해소알고리즘’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다음의 방식은 어떤가? 은유를 통한 심리치료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날 마조 도일은 바위에 앉아 좌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그의 스승 회양은 갑자기 마조 앞에서 벽돌을 갈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는 스승의 행동에 마조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무엇을 하시냐고 묻는다. 남악 회양은 대답한다.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 한다.” 마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문한다. “ 벽돌을 가는 것으로 거울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회양의 마무리 “그대가 (좌선을 통해서) 성불하겠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네.” 

선문답은 때로는 하나의 사물에 고도의 함축적 의미를 내포시켜 그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제자로 하여금 관점 전환을 유도한다. 명사로 표현되는 특정 사물을 제시하거나 매개함으로써 상황의 긴장과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패턴의 대화방식은 ‘은유 알고리즘’이라고 분류해본다. 그리고 선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話頭)를 통한 소통은 어떻게 분류할까.

필자는 ‘화두알고리즘 데이터’로 분류해 본다.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으로서 조주화상의 무자(無字)화두를 들 수 있다. 어느 날 조주 화상께 한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조주 화상이 대답했다. “없다.” 

아마 현대적 관점에서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인공지능 챗봇에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무자(無字)화두는 선가(禪家)의 대표적 화두로서 가장 보편적인 성격을 띠며 현재까지도 실참을 통해 스승과 제자 간에 전승되고 참구되고 있다. 조주의 대답은 답으로 종결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질문자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기도 전에 스스로 말문이 막히게 됨을 경험한다.

결국 이 무자화두를 통해 연기, 공, 중도의 자각이라는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관적 편향을 극복하고 왜곡 없이 이전과는 다른 안목으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상 세 가지 정도의 분류만을 가지고서 선문답 데이터를 전부 포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어디까지나 가능한 예로써 제시된 것이고, 데이터로써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패턴을 정하고 분류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 챗봇에게 치료받으시겠습니까?

선문답에 내포된 다양한 기법들은 궁극적인 낙처가 심리치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에 있지만, 사유의 변화와 인식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 활용의 여지는 클 것이다.

하지만, 은유를 통한 심리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인공지능 챗봇이 인간의 은유를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제대로 모방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마치 인간이 직접 상담을 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정도이다. 즉 대화할 때, 은유기법을 실제로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현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치료 챗봇의 장점으로는, 첫째, 상담자가 가질 수 있는 오류나 내담자에 대한 선입견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마치 의료로봇을 통한 외과수술이 그 주관적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둘째, 인공지능 챗봇을 통한 심리치료 상담의 경우에서도 ‘근기 설법’ 또는 ‘근기 상담’이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전에 이용자의 배경과 병력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상태에 적합한 응대를 위한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물론 긍정적 효과만 기대되지는 않는다. 단점으로는 이용자가 심리치료 챗봇으로부터 정서적 유대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인간이 직접 상담심리치료에 개입할 경우, 인공지능 챗봇 보다 유리한 것은, 내담자와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토로할 때, 상담자들은 내담자의 마음을 읽으려 한다. 즉 직접 상담 즉 면 대 면 상황이 주는 친밀감과 정서적 안도감이라는 면에서 인공지능이 상담치료사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심리치료 상담 챗봇이 큰스님들의 상당설법처럼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거나 전인격적 법거량이 이루어지는 기연이 조성되어야만 이러한 대화패턴 속에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심리치료 상담 챗봇은 선문답 패턴속의 특징표현을 도출하고 분석하여 더욱 효과적인 심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용한 데이터로서 기능하는 정도면 족할 것이다.

<초발심자경문>에서 이르듯이 “소가 마신 물은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신 물은 독이 된다.” 인공지능 챗봇을 탐욕의 도구로 이용할 것인지 지혜의 도구로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사색이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미래에 인간이 직면하게 될 특이점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만약 인간이 인공지능 챗봇에 대해 단지 욕망을 확장하는 도구 또는 지식의 습득과 소비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붓다와 역대조사의 지혜를 활용하는 도구로 개발해 갈 수 있다면 인공지능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불교신문3579호/2020년5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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