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재단 긴밀한 협력으로 성보 환지본처에 최선”

국외 소재 문화재 가운데
상당수 차지하는 불교성보
환지본처에 노력기울일 것

현실적으로 환수 어렵다면
방치되고 훼손된 문화재
먼저 보존 처리하도록 하고
현지 활용 방법 함께 모색

4월10일 만난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불교 종립대 교수로서 중책을 맡게 된 것도 신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보 환수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라는 뜻으로 알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재호 기자
4월10일 만난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불교 종립대 교수로서 중책을 맡게 된 것도 신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보 환수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라는 뜻으로 알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소중한 불교 성보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조계종과 보다 긴밀하게 협조체제를 이어나가고 협력할 것입니다. 국외 소재 문화재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에 있는데, 현지 문화재 전문화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 성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장기적으로 해당 소장기관에서 마음의 문을 열도록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겠습니다.”

현직 교수로서는 처음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수장을 맡게 된 최응천 이사장(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은 4월10일 동국대 박물관장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기관 이사장을 맡게 된 인연으로 시작해 외국에 있는 문화재 현황과 반출 경위를 조사하고, 불법적으로 나간 문화재 환수를 담당하는 재단의 올해 주요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소중한 불교 성보에 대한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을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외소재 한국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활용, 홍보하기 위해 2012년 7월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이다. 최 이사장(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은 2019년 11월 제3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재단 이사장에 현직 교수가 취임하기는 처음이다. 1대 이사장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과 2대 이사장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모두 학계 원로로 기관 퇴직 이후 취임했다.

동국대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홍익대에서 석사, 일본 규슈대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은 최 이사장은 20년 이상 국립박물관에서 봉직하며 국립춘천박물관 초대 관장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아시아부장을 지냈다. 문화재 위원도 역임했다.

범종 관련 연구 논문만 40여 편에 이를 정도로 이 분야 권위자로 손꼽힌다. 행정 뿐 아니라, 문화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를 도와 일본 국보인 진주 연지사종 보존상태의 심각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현지에서도 보존처리에 관심을 보이도록 하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일도 창립 때부터 도맡았다. 재단의 프랑스 기메박물관, 네덜란드 라이덴 박물관 등의 문화재 조사에 참여했다.

재단 조사에 따르면 국외소재 한국문화재는 4월1일 기준 일본, 미국, 중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21개국에 19만3136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에만 8만1889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외에 있는 전체 한국 문화재 중 약 43%에 해당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에도 5만3141(약 27%)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 이사장은 국외 소재 문화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불교문화재에 관심을 갖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조계종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의 관계가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매에 나오는 성보도 최우선적으로 샅샅이 조사해 종단에 알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9년 11월에 재단은 종단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미국 경매에 나온 범어사 신중도를 본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최 이사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무하며 형성한 일본과 미국의 문화재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해외 문화재 기관의) 관리자 뿐 아니라 실무자들과도 가까운 관계를 십분 활용하겠다. 담당자들과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향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할 문화재도 불교 성보를 꼽았다. 도쿄 네즈미술관에는 불화와 불상 등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상당수 보관돼 있는데, 특히 정원에 장식품으로 전락한 고려시대 승탑이 있다. 최 이사장은 반드시 반환해야 할 문화재라고 말했다. 비단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본래 있던 자리를 떠나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신된 석탑 등도 환지본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를 되돌려 받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연지사종만 보더라도 국보급 문화재 환수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잘 보관하고 관리하는 현지 활용과 홍보를 통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생각이다.

“환수와 활용은 종이장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라고 본다”는 최 이사장은 “당연히 찾아와야 할 것은 찾아와야 하지만, 아직까지 현황파악조차 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잘 보관하고 관리하는 현지 활용과 홍보를 통한 접근도 필요하다. 환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환수라는 발톱은 일단 숨기고, 국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잘 소개되고 선양할 수 있는 방법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로 업무를 진척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재단은 코로나가 종식 될 때까지 조직 내실화를 다지고, 보고서 발간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화재 환수를 위해선 구체적으로 몇 점인지, 국가별로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재단은 그간 해외 기관에 있는 문화재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발간해왔다. 2016년도에는 일본 도쿄의 일본 민예관에 있는 우리문화재 실태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미국 클리블랜드 박물관이 소장한 보고서를 펴낸다. 조사를 마친 파리 기메박물관 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이전까지 팀 별로 운영돼 오던 것을 조사부, 지원활용부 등 부 체제로 강화하는 등 직제도 개편했다. 지금은 일본과 미국 2곳에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프랑스 파리나 네덜란드에 유럽사무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최 이사장은 모교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동국대 대학원에 개설된 미술사학과는 내년이면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불교 미술사 연구를 위해 만들어 졌으며, 1981년 석사학위과정을, 1987년 박사학위과정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배출한 석박사만 500여명에 육박한다.

최 이사장 또한 2008년 9월 미술사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석사 90명, 박사 15명을 배출했다. 다양한 인재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기관과 종단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동국대는 불교문화재가 중심이다. 바로 이 점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강점”이라며 “불교라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특화된 대학인만큼 불교 미술의 중심지로 앞으로도 이런 특수성을 잘 살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을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이에게 생사의 밤길은 길고 멀어라(법구경)”. 최 이사장이 평소 마음에 새기고 있는 부처님 말씀 가운데 하나다. 비록 재단이 인원이나 예산 등의 측면에서 열악한 상황이지만, 소중한 불교 성보를 찾아오는 일은 그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적극 실천하는 주요 소임 중 하나다.

최 이사장은 “불교 종립대 교수로서 중책을 맡게 된 것도 신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성보 환수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라는 뜻으로 알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으로 외국에 있는 문화재 현황과 반출 경위를 조사하고, 불법적으로 나간 문화재의 환수를 추진한다. 재단의 활동 범위는 ‘전 세계’다. 소재가 알려진 문화재는 일본, 미국은 물론이고 네덜란드(1930점), 카자흐스탄(1024점), 헝가리(341점), 바티칸(298점)까지 흩어져 있다. 국외에 분포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이해하고 국내외의 전시·교육·연구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소재와 내용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재단은 현지 전문가 파견, 국내외 조사·연구 지원, 관련 자료 통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외문화재의 구체적인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국외문화재 현황통계와 조사보고서를 통해 소개되며, 기타 국외문화재 관련 활용·환수 사업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되기도 한다. 재단 내 기획조정부, 실태조사부, 유통조사부, 지원활용부을 비롯해 국외문화재 통합관리시스템 전담반과 일본사무소, 미국사무소를 두고 있다.

[불교신문3577호/2020년4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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