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성공…“한국이 시작하면 세계가 따라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사태 속
‘방역·의료 보건·시민의식’
대체 올림픽 치르고 있는 셈

지혜와 발상의 전환 돋보이는
한국 드라이브 스루-진단키트
‘선별진료소’ 전 세계서 채택

‘디지털 온라인 시스템 강국’
한국 국제적 역할 더 부각될 것

문광스님
문광스님

➲ 코로나에 선거하는 유일한 나라 

오늘은 경자년(庚子年) 4월19일이다. 60년 전 오늘은 바로 4·19 혁명이 일어났던 날이다. 1960년의 봄날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것처럼 올해 4월15일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인 유행 속에서도 한국 국민은 투표율 66.2%라는 열띤 참여율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28년 만의 최고치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바이러스 확진자를 보유했던 한국이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을 보고 세계 각국은 ‘선거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4월19일 신규 확진자 수는 8명으로 두 달 만에 한 자릿수가 되었고 누적 확진자 수는 세계 24위로 떨어졌으며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를 선언했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 손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1m 간격을 유지하여 줄을 서서 국회의원 총선거에 참가하는 한국인의 모습은 해외토픽이 되어 지구촌 곳곳에 전해졌다. 위기를 극복하고 2000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방역수칙을 지키며 사상 최초로 ‘코로나 선거’를 치르는 한국인에게 세계는 다시 한 번 이목을 빼앗겼다.

➲ 코로나 성적표의 국가별 특징

긴박했던 초기 집단감염의 위기를 벗어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이웃나라들이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보여주었던 초기 대처상황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국격(國格)과 국풍(國風)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선명한 대조를 위해서 학생이 시험성적표를 처음 받았을 때의 경우에 비유해서 설명해 보자.

먼저 중국은 성적표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투명하지 않은 중국 사회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고 우한(武漢)시는 기자들의 취재조차 불가능했다. 전 세계는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뉴스의 신빙성을 의심하면서 안절부절못했으며 그러는 동안 바이러스의 감염원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국은 성적 자체를 신경 쓰지 않고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성적표를 솔직하게 공개했다. 코로나 발생초기 국경봉쇄와 같은 선제적 대응을 하지는 못했으나 신천지 교회(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를 통해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모든 정보를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털어놨다. 틀린 문제를 인정하고 초반에 회초리를 맞은 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나머지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추락했던 성적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정상적인 상태로 거의 복귀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규모 발병국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대규모 발병국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자신의 성적을 옆 친구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성적표 자체를 아예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적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성적표를 덮어버린 것이다. 도쿄올림픽을 개최해 보겠다는 속셈으로 진단 자체를 극소화하여 확진자 수의 증가를 막아보려는 꼼수를 부렸으나 결국 올림픽은 연기되었다. 이러는 동안 누적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고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모두 한국을 초월했다.

4월18일 하루 일본의 확진자 수는 584명으로 같은 날 한국보다 73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그맣게 제작된 우스꽝스런 아베 총리의 마스크는 일본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으며, 한국인들은 이런 데서까지 이어령 선생이 언급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며 의아해했다. 

유럽은 처음에 옆 친구의 성적을 보고 나서 비웃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열등생이라고 배척했으며 인종차별을 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성적표를 열어보니 모범생인줄 알았던 그들의 성적 역시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와 터키 등은 하나같이 낙제점을 면치 못했고 체면을 심하게 구긴 상태에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 전교 수석으로 알려진 월등한 성적의 우등생이었다. 함께 공부하자고 찾아오는 친구들을 집에 못 들어오게 돌려세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보니 성적이 전체에서 꼴찌였다. 자신도 놀랐고 옆의 친구들도 아연실색했다.

미국이 이렇게 방역과 의료 두 과목에 취약한 나라인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총 확진자 수는 70만명을 넘겼고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은 사망자 1만명을 넘기면서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등의 몰락이 미칠 세계 경제의 쇼크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몰고 올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각 나라의 특성과 숨은 역량들이 죄다 드러나고 있다. 올해 치르기로 예정되었던 도쿄올림픽은 연기되었으나 지금 전 세계는 방역과 의료, 보건과 시민의식이라는 ‘대체 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모범적인 코로나 대응국가로 등극했고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될 만한 국민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헬조선’이 아니라 ‘지옥탈출의 매뉴얼’을 가진 지혜로운 국민이 사는 국가임이 확인된 것이다. 

➲ 한국형 위기대처 모델

탄허스님은 1970년대에 이미 “앞으로 한국이 시작하면 세계가 따라할 것이다”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 말씀은 <주역(周易)>의 ‘설괘전(說卦傳)’ 6장에 나오는 ‘간(艮)’의 특징인 ‘시만물 종만물(始萬物 終萬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우리 한국은 역학(易學)으로 보면 동북방인 간방(艮方)에 위치하고 있어서 ‘모든 것을 시작하고(始)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終)’ 특징을 보유한 국가이다.

스님은 세계적인 지진과 해일, 질병과 전쟁 등이 발생하더라도 한국 땅에 들어오면 ‘그치게(止)’ 될 것이며, 새로운 해결책이 이 땅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우리 땅에 운(運)이 도래하여 ‘간도수(艮度數)’가 열리게 되면 본격적으로 간(艮)의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제부터는 우리 땅의 국운이 열려서 한국적 특성이 세계 속으로 펼쳐지게 되고 세계는 우리가 하는 것을 따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한국이 시작하여 세계가 따라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와 ‘진단키트’이다. (jtbc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코로나 코리아 탄생비화’ 참조)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검체를 채취하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검체를 채취하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신천지 교회에서 슈퍼감염자가 발생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채택된 것이라고 한다. 아이디어의 제공자인 김진용 과장(인천의료원 감염내과)은 햄버거 가게와 같은 패스트푸드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의료 부문에 접목시키는 역발상을 제안했고, 손진호 병원장(경북대 칠곡병원)은 빠른 판단으로 이를 채택하여 10배 빨라진 검사 속도와 안전성을 확보했다. 한국인 특유의 지혜와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이 선별진료소는 현재 전 세계에서 채택하여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형 진단키트는 확진자가 16명인 상태에서 이미 민간의 여러 업체에 의해 동시다발로 개발되었다. 그로 인해 신천지 교회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재빠르게 전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메르스의 대응실패에서 생긴 경험을 보완하여 질병관리본부가 민간에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민간업체에서 진단키트를 재빨리 생산하여 열흘 만에 검사시스템을 완성시켜 두었던 덕분이다.

정부와 의료계, 학계와 업계가 하나가 되어 움직임으로써 진단역량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린 것이다. 불량품이 속출하는 중국제품과는 달리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한국형 진단키트는 현재 해외 12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세계적인 의료보건시스템, 집단감염 초기에 확산을 막은 혁신적 기술,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성심을 다해 준 우수한 의료진, 그리고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한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K-방역’이라 불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롤모델을 만들어낸 것을 보면 탄허스님의 예견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와 국민

2002년의 사스(SARS), 2009년의 신종 플루, 2012년의 메르스(MERS)에 이어 2019년의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4~5년에 한 번씩 세계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에는 그동안 탄력을 받아왔던 국경 없는 세계화와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피하게 제한되면서 자국민을 중심으로 국가내부의 결속과 국민의 유대를 강화하는 측면이 강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단위의 보호정책 아래에서 향후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화합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이웃 국가와의 상호소통과 협력관계에 대한 고민 역시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과 온라인 시스템 방면의 강국인 한국의 국제적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며 한국인의 사례를 지켜보고 따라하려는 국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불교신문3577호/2020년4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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