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무얼 깨달으셨나

부모 형제 친구 고향 회사…
이 모든 법의 유위가 해체
아무런 인연 남지않은 상태

등현스님
등현스님

<금강경> 5장은 깨달은 자의 모습에 집착하지 않아야 함을, 6장은 깨달은 자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않아야 함을 논하였고, 7장에서는 부처님의 깨달으신 법의 내용에 대해서 다룬다. 과연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으셨는가이며, 또는 깨달은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그 깨달은 법을 설하신 적이 있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깨달은 법이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러하다. 딱히 무상정등각이라 할 만한 법도 없고, 그러므로 한 법도 설하신 적이 없다는 것이다. “수보리야,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여래가 무상정등각이라는 법을 깨달았는가? 또 여래가 법을 설한 적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따로이 무상정등각이라고 할 만한 어떠한 법도 없고, 또한 여래께서 가르치신 어떠한 법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한 법도 설하신 적이 없다는 것은 얼른 듣기에 아주 모순되는 답변이다. 왜냐하면 대소승의 수많은 경전이 존재하는데, 깨달은 법도, 설한 법도 없다는 것은 경전을 불신하게 되는 것이고, 사실 어떤 이들은 이에 근거해서 경전을 존중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단순하게 평면적으로만 이해한다면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뒷 구절을 보면 의문이 풀린다. “왜냐하면 여래의 설하신 깨달은 법은 취할 수도, 언어로 표현될 수도 없으며, 법도, 비법도 아니기 때문이며, 일체 성현(聖賢)들은 모두가 형성됨이 없는 법(無爲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래가 깨달아야 할 만한 어떠한 법도 없고 설한적도 없다는 것에, 세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그 법은 취할 수가 없다(agrāhya)는 것이고, 둘째, 그 법은 언어로 표현되어질 수가 없다(anabhilapya)는 것이며, 셋째, 취할 수도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성인의 깨달음은 해체된 무위의 법에 대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기서 말하는 법은 부처님이 성도 후 언어에 의지해서 가르치신 법문(dharma paryaya)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무위의 해탈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마치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이유는 손가락을 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고, 달을 보게 하기 위함인 것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은 유위법이다. 

그러나 가르치시려고 하는 내용은 무위법이고, 이 무위법은 말로써 표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대적이고 의존적이며 형성된 것이 모두 해체된 상태라서, 상대적이고 형성되어진 언어로써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고, 시각장애인이 색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설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설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착한다. 대소승을 서로 차별하여 내 법만이 최고이고, 다른 법은 하열하다고 말한다. 이 모두가 부처님의 참된 의도가 무위의 해체된 법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고, 손가락에 집착하고 달을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해체는 열반이고 형성은 비열반이다. 형성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물리적, 언어적 형성, 관계적 형성이다. 물리적 형성은 지수화풍 사대의 모임에 의해 형성된 물질과 인간의 몸을 말한다. 언어적 형성은 만들어진 이름들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사회적 약속에 의하여 꽃의 이름이 형성된 것이지 꽃이 스스로 꽃이라고 하여 꽃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름은 사회적 약속(sambohara)의 형성이다. 부모, 형제, 자식, 친구, 고향, 회사 동료, 국가 등의 개념은 관계적 형성이다. 이들은 모두 형성되어진 것인데 유위법이라고 하며, 이 모든 것이 해체된 상태가 바로 열반이다.

여래의 깨달은 법은 유위가 해체된 상태이기에, 사유로도 언어로도 탐진치가 있는 마음으로써도 다가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위의 진제는 모든 거시적 상태의 형성된 인연을 해체하고 분해해서 아무런 탐진치의 인연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불교신문3577호/2020년4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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