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담아 삶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병마와 싸우며 마지막까지 집필
초보자 일반인도 읽기 쉽게 저술
“반야심경은 존재를 알려는 노력
자신을 깊이 비추어 관찰하여야“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촬영한 사진. 오른쪽 끝이 서정스님.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촬영한 사진. 오른쪽 끝이 서정스님.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초보자나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한 ‘작은 해설서’가 나왔다. 대구 능인중고등학교에서 교법사를 지내다 지난 2월29일 입적한 서정(西正)스님이 병마와 싸우며 마지막 혼신을 다해 저술한 것이다.

서정스님은 1978년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현문(玄門)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법명은 정혜. 동국대 국민윤리학과를 졸업하고 송광사와 해인사에서 수행하다 1997년 해군 군승으로 임관했다. 스님은 3함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해병대, 국방부에서 복무하며 장병들에게 신심을 키워주었다.

유고(遺稿)인 <핵심 반야심경 해설>에서 서정스님은 “불교가 내거는 기치 가운데 가장 선명한 깃발에 해당하는 삼법인(三法印)을 반야심경이 적절히 배합해 놓았다”고 강조했다. ‘세 가지 핵심 진리’인 삼법인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영원불변의 본질이 따로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탐진치가 완전히 사라진 최고 행복의 상태’인 열반적정(涅槃寂靜)이다.

서정스님은 “반야심경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나 자신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첫 단락에 등장하는 ‘조견(照見) 오온개공(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 一切苦厄)’에 집중했다. 스님은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것을 오온(五蘊)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해체하여 분석하고, 이를 다시 종합해 살피는 일”이라는 부연했다.
 

군법사와 교법사를 지내며 수행과 전법에 매진한 서정스님.
군법사와 교법사를 지내며 수행과 전법에 매진한 서정스님.

서정스님은 “수행자는 오온을 살펴야 하는데, 오온은 바로 인간”이라면서 “수행자는 자기 자신이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조견오온(照見五蘊)’은 어떻게 가능할까? 서정스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사념처관( 四念處觀), 지관(止觀), 참선(參禪), 비파사나라는 불교의 내면적 수행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현대인에게 알기 쉬운 말로 이야기하면, 자기 자신을 깊이 비추어 관찰하는 것입니다.”

반야심경에 담긴 가르침이 불자들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도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서정스님은 확신했다. “나는 결코 인연만 따라 흘러만 가는 삶을 살지 않는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을 지키고 키우며 살아간다. 사랑하던 그것, 소중히 하고픈 그것을 되찾고 재건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조성해야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그 일에 정성을 다한다. 진정으로 그것들이 소중하다면, 소중한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눈을 뜨고, 그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할 뿐이다.”

서정스님은 이 책의 말미에서 “반야심경 해석을 읽고 가슴에 담아, 삶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면서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곤란과 역경을 순차적으로 해결하고 능히 극복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동력이 되어 온전한 삶 되기를 기원하다”고 발원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의 행복을 기원했던 것이다.

서정스님은 <어두운 밤에는 등불을 의지하라> <따뜻한 빈 마음> 등의 저서를 펴낸바 있다. 대학시절부터 스님과 인연을 맺은 김상일 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군승으로 복무할 때 펴낸 <어두운 밤에는 등불을 의지하라>는 불교의식과 경전, 고승이야기 등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쉬운 말과 글로 되어 있다”면서 “수행자로서 흐트러짐이 없었던 서정스님의 입적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불교에 입문해 입적하는 순간까지 전법과 수행에 집중한 서정스님의 49재는 4월17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진우스님(교법사)의 집전으로 지인들이 동참한 가운데 간소하게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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