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예수재 연구

승범스님 지음 / 운주사
승범스님 지음 / 운주사

‘살아생전 자신을 위한 의식’이라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며, 윤달이 드는 해에 사찰에서 성대하게 설행되는 생전예수재는 한국불교의 대표적 재의식 중 하나다. 특히 생전예수재는 수륙재·영산재와 더불어 우리나라 불교 3대 재회(齋會)의 하나다.

이들은 불교의 사상과 교리를 종합예술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법회이자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천도재(薦度齋)의 성격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럼에도 생전예수재는 영산재나 수륙재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일반적인 천도재가 산 자들이 망자를 위해 치르는 의례라면, 생전예수재는 살아 있을 때 자신의 사후를 위해 치르는 의례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에서 불교예술학으로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불교문예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승범스님은 최근 출간한 <생전예수재 연구>에서 생전예수재의 구성과 진행과정, 설단과 장엄, 신도들의 참여방식을 살펴봤다. 그러면서 생전예수재가 지닌 현재적 의미와 특성을 분석하고, 아울러 그것이 가지는 축제성과 문화예술성을 탐색해 눈길을 끈다.

저자에 따르면 생전예수재는 말 그대로 ‘생전(生前)에 미리(豫) 닦는(修) 재(齋)’를 뜻하는데, 여기에 독특한 불교사상이 내재돼 있다. ‘업’에 따른 육도윤회 사상에 의해 “사람은 누구나 전생에서 왔으며, 전생에서 지은 죄업에 의해 빚을 가지고 태어나므로, 전생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생전예수재가 지닌 전제이자 목적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생전예수재는 또한 사후심판을 두려워하는 중생심이 의례의 근원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죄업을 살피고 수행하므로 사회적으로 권선징악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저자는 “생전예수재는 한국인의 죽음관과 함께한 불교의례이자, 옛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을 내리고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산 자들이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해 치르는 의례인 만큼 죽음의례가 지닌 엄숙함보다는 축제적 성격이 커진다. 따라서 동참자들이 의례의 주인공이며, 불교의례 가운데 재가불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도가 가장 높은 의례가 바로 생전예수재다. 자연스럽게 민속적 요소들이 많이 개입되면서 때로는 잔치와 같은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연구를 통해 생전예수재가 한국불교의 문화적 다양성을 내포한 우수한 전통문화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생전예수재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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