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으로 본 코로나19 사태
초기경전으로 본 코로나19 사태
  • 혜능스님 울산 람림학당 원장
  • 승인 2020.04.17 16:37
  • 호수 35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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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하는 삶의 근원적 고통 어찌할 것인가”

나 한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이
수많은 사람 고통주기도 하는
무진한 연기 관계임을 깨달아

국민 참여로 감염증 조복되지만
윤회하는 삶의 근원적인 고통인
늙고 죽음 공포 벗어날 수 없어
혜능스님
혜능스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은 우리 세대의 인류가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커다란 재난이고 공포이다. 이 감염증이 무섭고 두려운 것은 기저 질환이 있는 확진자들의 높은 치사율뿐만 아니라, 아직 확진자에 대한 치료제나 감염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무증상자에 의해서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대낮에 꼬쌀라 국의 빠쎄나디 왕이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 모든 사람에게 죽음의 공포가 다가오고, 사람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때 무엇을 해야 합니까? 늙음과 죽음이 당신을 덮치고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여러 가지 질병이나 재난뿐만 아니라 늙음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한계상황의 공포가 덮치고 있는 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해 오면 산과 숲에 귀의처를 찾거나 동산이나 나무가 있는 성소에 귀의하며 초월적이고 신비적인 어떤 힘을 가진 자에게 구원을 빌고 안온을 간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종이나 국가뿐만 아니라 빈부귀천 남녀노소 승속의 어떠한 구분도 없이 삽시간에 팬데믹으로 창궐해 버린 이 감염증이 초월적인 어떤 힘이나 운명, 우연에 의해 감염되거나 치료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있다. 

빠쎄나디 왕은 “세존이시여, 커다란 재난이 일어나 모든 사람에게 죽음의 공포가 다가오고 사람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때, 늙음과 죽음이 덮쳐올 때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오로지 여법하게 살고, 올바로 살고, 착한 일을 하고 공덕을 쌓는 것 이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습니까?”(SN. 3:25 신에 대한 비유의 경)라고 대답한다.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재난에 한계상황의 공포가 엄습해 오더라도 오로지 여법하게 살고, 올바로 살고, 착한 일을 하고, 공덕을 쌓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없음을 우리는 온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손씻기 등 가장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어떤 외적인 힘보다 든든한 자신의 보호주이고, 멈추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지키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배려하고 위하는 공덕행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천문학적인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배우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행동이 또 다른 감염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강력한 수단입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고 동참을 호소하는 문자를 계속 보내오고 있다. 우리의 개개인은 사회와 유리된 혼자만의 미미한 존재가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나 한 사람의 부주의한 행동이나 처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불행과 고통을 주기도 하는 무진한 연기적 관계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고맙고 자랑스러운 우리 정부 방역관계자들의 노력과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그리고 성숙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 팬데믹의 감염증은 조복이 되겠지만, 윤회하는 삶의 근원적인 고통인 늙음과 죽음의 공포는 어찌할 것인가? 

밖에 있는 산과 숲 등의 성소가 아무리 신비롭고 장엄해 보여도 그것은 우리의 안온한 귀의처가 아니고 최상의 귀의처가 아니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시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의 삼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호와 안온을 간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직 삼보에 귀의한 이가 올바른 지혜로써 본 네 가지 거룩한 진리라고 하는 부처님 가르침이야말로 안온한 최상의 귀의처라고 선언하셨다.

이것에 귀의하여 스스로를 위한 일을 살피며 여법한 삶을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칭찬하며,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기쁨을 누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일체의 고통에서도 벗어나게 된다는 말씀을 새기며 “삽베 삿따 바완뚜 수키땃따! 모든 존재들이 안온하기를!” 하고 맑은 축원을 올린다. 

[불교신문3575호/2020년4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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