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그리는 작가 될래요"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그리는 작가 될래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0.04.1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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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개인전 ‘바라봄을 너머’展 연 최학윤 작가

불교 인연 깊은 청년작가
대학시절 그린 22점 작품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여

“부처님 도량 모든 곳이
예술적 영감 근원이죠”
최학윤 작가가 첫 개인전 '바라봄을 너머'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개최했다. 대흥사 연리근 느티나무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는 최학윤 작가의 모습.

소년은 궁금했다. “우뚝 솟은 건물, 하늘 위로 길게 뻗은 나무, 길가에 펴있는 꽃까지. 가지각색 형태를 가진 온갖 형상들은 외형 그 모습이 전부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대상을 마주할 때마다 미묘하게 올라오는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 진정한 가치는 형상 뒤에 숨겨진 내면에 있다는 걸 확신한 소년은 그동안 얼마나 잘 바라봤는지 끝없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졌다. 답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섰고, 대상에 잠재돼 있는 본질을 빼곡히 화첩 위에 스케치했다.

나무와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청년 작가 최학윤 씨의 이야기다. 올해로 스물일곱, 대학을 막 졸업한 그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본인의 작품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인 410일 직접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꿈에 그리던 첫 개인전을 갖게 된 소감부터 작품에 대한 소개,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들었다.

바라봄을 너머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그가 졸업하기 2~3년 전부터 꾸준히 그려온 작품 22점이 전시됐다. 그는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며 몸을 낮췄지만, 전시장을 꽉 채우는 화폭들을 보고 있으면 그 말이 겸손이었음을 실감케 한다.

7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창덕궁 향나무를 비롯해 서울 재동 백송,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대흥사 연리근 느티나무 등 나무를 그린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창덕궁 향나무에 경우에는 바라보는 시각과 보이는 느낌에 따라 그린 동명의 두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고목을 마주할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온몸을 타고 반응한다며 수백 년간 겹겹이 쌓아온 나뭇결을 마주하면 숨이 벅차오른다고 설명했다. 고목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스승을 만난 듯 긴장되기도 한다며 밝게 웃었다.
 

최학윤 작가가 750년 된 창덕궁 향나무를 그린 작품. 그는 고목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최학윤 작가가 750년 된 창덕궁 향나무를 그린 작품. 그는 고목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이밖에도 익산 왕궁리 5층 석탑과 성북동 장수마을 전경을 비롯해 남산골 한옥마을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가 진행되는 모습을 그린 화폭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특히 익산 왕궁리 5층 석탑의 모습은 왠지 모를 쓸쓸함이 풍긴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현장에 갔던 그 느낌 그대로 그리려 노력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왕궁리 5층 석탑을 찾아 간 날, 이상하리만큼 저 말고는 아무도 없더라고요. 우두커니 고요하게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석탑의 모습이 외로워 보였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뿐만 아니라 쓸쓸한 모습도 탑의 가진 본질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모습 그대로 담았습니다.”

그에게 바라봄을 너머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러자 구름 위 신화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깊은 본질을 의미한다대상을 올바르게 바라봄으로써 그 참 뜻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곧 팔정도의 정견(正見)’과 뜻이 맞닿아 있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불교적 소양이 깊게 배어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사찰에서 머무를 때 느꼈던 감정은 특별했다고 전했다. “사찰 안에 모든 곳은 예술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치 할 것이 넘쳐났습니다. 법당 안에 모셔진 부처님, 탱화, 석탑, 그리고 나무한 그루까지. 모두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죠. 항상 무한한 영감을 얻고 옵니다.”
 

지역별로 분류된 손 때 묻은 화첩이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을 대변해준다.
지역별로 분류된 손 때 묻은 화첩이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을 대변해준다.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며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지역별로 분류된 손 때 묻은 화첩이 그간 흘린 땀과 노력을 대변해준다. “현장에 가지 않으면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는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을 지키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실경(實景)을 넘어 마음으로 대상을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대상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왔는지 재해석해 저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물론 하루 이틀 안에 이뤄지는 게 아니겠지만 더욱 노력해야죠.” 앞날이 기대되는 그의 전시는 414일까지 만날 수 있다.

한편 최학윤 작가는 한성대학교 동양화 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와 진채화를 배우고 있다. 2019년 토포하우스에서 졸업전시회 ‘0.00’을 열었고, 올해 첫 개인 전시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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