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모든 것을 연결하려 든다는데…”

“세계의 맨 아래에 풍륜이라고 하는 거대한 축이 있고, 그 위에 향수해라는 바다가 있는데, 그 바다 속에 하나의 커다란 연꽃이 있다. 이 큰 연꽃에 함장 되어 있으므로 연화장세계라고 한다. 이 세계는 티끌 수보다 많은 세계가 20중으로 중첩된 중앙세계를 중심으로 하여 111개의 세계가 그물처럼 얽혀져 세계망(世界網)을 구성하고 있으며, 부처가 거기서 출현하시며, 중생도 그 가운데에 충만하다고 하였다.” 
- <화엄경> ‘연화장세계품’ 중에서

 

보일스님
보일스님

➲ 개학연기와 스마트시티 연기성

개학 연기 발표, 또 연기. 결국 정부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학교는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의 등교는 무기한 연장됐다. 이제부터 당분간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한 반의 인원 전원이 동시에 화면 가득 등장한다. 선생님은 다소 어색해 보이지만, 실시간으로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수업자료는 칠판에 게시될 때보다 고해상도 모니터를 통해 선명하게 잘 보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정부가 온라인 개학 결정을 내리면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다. 아마도 상당기간 이 상황은 지속될 듯하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직장인들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 집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자가격리자’가 된 경우에도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도시 또는 국가 전체가 이미 도시의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자체가 고도화됐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그 기술을 떠받치는 기반 시설들이 완비된 덕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재난 시국에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전면적으로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미 도시 구성원들 간의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내준다. 한 마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 또는 국가가 꽤 ‘똑똑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스마트 시티’는 도시를 지탱하는 도로나 수도, 전기 등의 모든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거기서 수집된 데이터들을 다시 최적의 도시 운영을 위한 알고리즘 구축에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살기 좋고, 효율적이며, 깨끗한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면서 듣게 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단어가 바로 이 ‘스마트 시티(Smart City)이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인공지능 ’딥 러닝‘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빅 데이터‘ 기술 등은 이 혁신을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도시의 탄생과 기존 도시의 혁신을 끌어낼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이 ’스마트 시티‘의 개발에 필요한 기술에 관심과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사는 도시는 어떻게 발전할까. 아마도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같은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도시가 연상될 것이다. 영화들은 때로는 암울하게 때로는 근사하게 미래의 첨단 도시를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이상하게도, 거기 등장하는 인간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나오진 않는다.

마냥 행복하면 재미가 없어서일까. 어쨌든 스크린 가득 비치는 미래도시의 매혹적이고 신기한 모습에 우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그 미래 도시의 모습이 제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의 비약적 성장으로 성큼 우리 눈앞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빅 데이터’ 등을 다루어 왔다. ‘스마트 시티’는 이 개별적이고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어떻게 서로 관련 맺고 그 기능을 발휘하고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마디로 ‘어디에서 그 기술들의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다시 ‘플랫폼(Platform)’이다.

지난 호에서 ‘빅 데이터’를 주제로 다루면서 이미 ‘플랫폼’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플랫폼이란, 기술의 집합체이자 이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환경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 기술들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가 바로 플랫폼 그 자체이다. ‘스마트 시티’라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혁신 기술들이 연기적으로 상호 의존하고 관계하면서 새로운 통찰과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된다.

‘스마트 시티’라고 하면 말 그대로 ‘똑똑한 도시’라는 뜻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원격 전기통신(telecommunication)을 위한 기반 시설이 인간의 두뇌 신경망처럼 도시 전체에 연결된 도시로서,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솔루션 등으로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하여 도시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도시를 말한다.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도로, 항만, 수도, 전기, 학교 등의 도시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 시티’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 기술들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 그 자체이다. ‘스마트 시티’라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혁신기술들이 만나 연기적으로 상호 의존하고 관계하면서 새로운 통찰과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된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특정 지역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연결하는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스마트 시티’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 기술들을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 그 자체이다. ‘스마트 시티’라는 플랫폼에서 새로운 혁신기술들이 만나 연기적으로 상호 의존하고 관계하면서 새로운 통찰과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된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특정 지역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연결하는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딥 러닝’과 자급자족형 도시

‘스마트 시티’에서는 도시의 유지, 안전, 통제에 인간의 개입이 배제된다. 만약 도로 교통에 정체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운행 흐름을 감지하는 감시 카메라가 이 상황을 포착한다. 바로 경보를 울리고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들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아주 이른 시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도시의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은 스스로 알아서 정체 구간의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를 알고리즘에 따라 만들어내고 차들을 신호체계를 통해 유도하고 체증을 완화한다.

더 이상 도로에서 자동차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데이터로 수집되고, 다음 상황 발생에 적용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유용한 데이터로 기능하게 된다. 

이제 곧 등장하게 될 자율주행 자동차들의 통제도 스마트 시티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질 것이다. 완전 자동화된 도시 기능은 도시 스스로가 도시를 관리하게 된다. ‘스마트 시티’의 건축물들은 ‘스마트 시티’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으로 도시에 통합된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방식의 시스템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 개별 빌딩에 구축된 인공지능 에너지관리시스템은 특수 광전지 페인트를 칠한 빌딩 표면과 유리창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를 모아서 비축하고, 잉여 에너지를 도시통합시스템으로 전송한다.

도시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인공지능 ‘딥 러닝’ 시스템은 이미 알고리즘을 통해 도시 곳곳의 전력 소비량을 계산하고 전력난이 발생한 지역에 공급하도록 한다. 재난과 같은 비상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모든 시스템이 체계적이면서도 유기적이어서 의외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도의 통합성과 유연성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 시티’는 인공지능을 통해 에너지 등의 필수 자원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 사회적 신뢰의 ‘초연결’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할 때 마음의 벽을 세우게 된다. 어떤 경우는 국가 사이에서 불신이 생겨서 실제로 국경에 없던 물리적 장벽을 세우는 황당한 일도 생긴다. 전통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은 가족과 동네, 지역이라는 공통의 기반에서 나름의 공동체 질서를 만들었다. 이웃 가족, 이웃 동네, 이웃 지역, 또는 이웃 국가와 때로는 연대하고 때로는 배타적일 때도 있다.

그 상호 배타성은 정치적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조작하기도 하고, 또는 현상을 잘못 파악하여 내려진 정책결정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인식 속에서 나름대로 나와 남을 또는 우리와 그들을 구별하고 타자화(他者化)하는 경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경계는 물리적 구획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 내면의 심리적 경계인 경우가 더 많다. 맹목적 증오, 오해, 정치적 선동 등에 의해 마음의 장벽이 쌓아 올려 진다.

만약 다른 공동체 구성원 또는 다른 공동체에 대한 정책결정이 편견과 무지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의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데이터에 따라 이해가 조율된다면 어떨까. 어쩌면 개별 도시공동체의 운영과 관리에 있어서 불필요한 오해나 낭비를 막아서 경계를 허물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개별 도시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분야의 정책 책임자나 기술자들이 실시간으로 화상을 통해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인공지능 데이터를 토대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토론을 통해 중요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특정 지역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라는 것이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서로 ‘신뢰’를 강조한다고 해도 물리적 장벽이 가로막거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공염불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고 연결해 내는 물리적 기반이 바로 ‘스마트 시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시티’는 모든 것을 연결할 것이다. 심지어는 기계와 사람마저도 말이다. 그냥 서로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생각을 연결해 낼 것이다. 

[불교신문3573호/2020년4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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