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2달 365일 8760시간. 봉사단원으로 보낸 1년은 단순한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의미를 갖습니다. 활동 초기, 첫 활동가 편지에서 ‘못다 핀 꽃봉오리와 새로운 동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다소 무모하고도 원대한 목표를 가졌던 꿈은 시간이 흐르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또는 다른 방향의 새로운 꿈으로 그림을 조금씩 새롭게 그려 나가게 되었습니다.

항상 처음의 계획대로만 올곧게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상황, 사람 그리고 심리적으로 여러 장애물이 있었고, 그 속에서 혼란과 혼돈이 오가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나 어느덧 오늘로 다가오니 모든 것이 결국 정리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라오스에서 보낸 1년의 봉사활동은 서로 간의 눈빛과 미소와 온기로 전달되는, 영혼의 떨림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구촌공생회 라오스지부 직원들과 함께 한 사진.
라오스에서 보낸 1년의 봉사활동은 서로 간의 눈빛과 미소와 온기로 전달되는, 영혼의 떨림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구촌공생회 라오스지부 직원들과 함께 한 사진.

매일이 새롭고 매주가 신기했던 순간들도 있었고, 반대로 트러블이나 반복되는 일들에 번아웃 된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저를 잡아준 한마디는 “처음 네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라”, “다른 무엇들보다 네가 손을 맞잡은 현지인들을 봐라”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후 다시 보니 지금 닥친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 나가면 좋을지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한 걸음씩 걸으니 어느새 마지막이 제 앞에 다가와 “그동안 열심히 해왔어”라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활동을 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활동 종료일이 다가오자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은 “효정, 언제 가?”하며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질문을 해왔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하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1년 더 하고 가”라며 살며시 포개어 잡는 따듯한 두 손의 온기에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움틈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조심해야 할 많은 사항을 배웠지만, 가장 중요했던 한가지는 “다시 돌아올게”라는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배웠기에 말하지 않았지만 솔직한 마음은 언제든 다시 이곳을 돌아올 생각이 있고 돌아올 땐 컸던 사랑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을, 이곳에서 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사람들을 찾아올 것입니다.

최대한 무덤덤하게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1년이 당신으로 하여금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가장 알맞은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서로 간의 눈빛과 미소와 온기로 전달되는, 영혼의 떨림과 같은 것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 편지를 적으며, 그동안 주신 관심과 사랑, 언제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교신문3572호/2020년4월8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