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 새기는 필사 예술…가장 수승한 수행”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한 자 한자 자기 마음에
부처님 말씀 새기는 최고 수행”

대광명사 주지 목종스님
“꾸준한 사경 습관화 중요
스님들에게 점검받기 필수”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
“불보살 명호나 짧은 게송
쓰기도 좋은 사경 수행”

다양한 경전에서 사경 수행에 임하면, 팔부중(八部衆,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을 비롯한 호법신장들의 외호와 부처님이 가피를 얻는다고 설하고 있다. 사진은 제19회 파라미타 전국청소년 사경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는 ‘필사의 예술’이자 한국불교 전통수행법인 사경(寫經)이 최근 국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사경(寫經)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를 계기로 종단의 주요 스님들로부터 사경 수행에 대한 공덕과 의미를 들어봤다.

사경(寫經)은 정해진 의식에 따라 청정한 마음으로 경의 글자 한 자 한 자를 정성스럽게 베껴 쓰는 수행법이다. 보통 절을 하며 사경을 하기도 한다.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 숙련된 기능은 물론, 오탈자가 없어야 하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는 글씨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초집중해 수행을 한다. 한 자(一字)에 한 부처님(一佛)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 ‘신심의 극치’라고도 일컫는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부처님 말씀 한 자 한 자를 자신의 마음에 새기는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이라며 “온 정성을 다해 쓰는 작업이어서 참선 수행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화엄사는 전통사경과 인연이 깊은 사찰이다. 754년 <대방광불화엄경>을 백지 위에 먹으로 쓴 한국 최고 사경으로 꼽히는 국보 제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과 신라시대 명필 김생이 쓴 글씨를 새긴 것으로 전하는 보물 제1040호 화엄석경 등이 조성된 ‘사경 종찰’이다. 올 초 경내에 전통사경원을 개설하고 사경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을 천명한 것도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다.

덕문스님은 이번 사경원 개설을 계기로 과거 선조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대장경을 조성했듯, 폭 넓은 사경 수행 보급으로 불자들 신행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덕문스님은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며 행복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사경 만 한 것이 없다”며 “역사적으로 면면히 이어져온 사경의 체계적인 보급으로 사경수행문화를 꽃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경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나의 경전을 선택해 한 자를 쓸 때마다 절을 한 번씩 올리는 일자일배(一字一拜), 한 글자 쓰고 절을 세 번씩 올리는 일자삼배(一字三拜), 경전 한 줄을 따라 쓴 뒤 절을 세 번 올리는 일행삼배(一行三拜) 등 다양한 수행법이 있다.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스님은 “번뇌 망상을 버리고 마음 고요히 해 근본 자성을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하듯,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을 실천할 수 있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스스로 목표한 바를 이뤘다면 반드시 스님들에게 검증을 받고 가르침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종스님은 “(이런 과정을 생략한다면) 점차 쓰는 행위에 집착하기 쉽다”며 “재적사찰 스님들로부터 안내를 받으라”고 말했다. 이어 “경전을 읽으면서 가르침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사경을 하며 지혜를 증장하고 마음의 감동을 얻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경전에서도 사경 수행에 임하면, 팔부중(八部衆,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을 비롯한 호법신장들의 외호와 부처님이 가피를 얻는다고 설하고 있다.

<금강경>에는 “경전을 듣고 마음에 신심이 우러나 기쁨이 넘친다면 그 복은 저 앞의 복보다 매우 뛰어나다. 이 경을 베끼고, 수지하며 독송해 남을 위해 설해준다면 그 복덕은 어떠하겠는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덕이 무량하다”고 설했다.

<화엄경>에도 “보살들이 이 경을 수지하고 독송하며 사경하고, 이 경 이름을 듣고 기뻐해 공경한다면 반드시 최상의 정각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화경> 곳곳에서도 그 공덕을 찬탄하고 있다. 제10 법사품에는 “법화경의 한 구절이라도 독송하고 사경하는 사람은 이미 과거세에 십만억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그 원력을 성취한 사람이다”고 밝혔다. 제19 법사공덕품에서도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고 사경한 공덕으로 눈, 귀, 코, 혀, 몸과 마음이 모두 청정하게 되고 무량한 공덕을 몸과 마음으로 모두 성취한다”고 설하고 있다.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에도 이런 구절이 설해져 있다.

“신심 깊은 선남자, 선여인이 약사유리광여래의 이름을 항상 듣고 외운다면 그 사람은 이른 새벽 깨끗이 양치하고 세수한 후 갖가지 향과 아름다운 꽃, 음악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이 경전을 사경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사경을 할 수 있도록 권하고 한 마음으로 그 뜻을 지녀야 한다. 이 경전의 뜻을 깊이 헤아려 새기고 승단에 공양하고 베풀지니라. 그리하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모든 소원이 원만히 성취되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경전에서 사경의 공덕에 대해 설하고 있다.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은 “고려시대에는 ‘법 사리’라고 해 사경한 것을 불상 복장이나 탑 안에 안치하기도 했다”며 “경전이 아니더라도 ‘나무아미타불’,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 불보살 명호를 써도 된다. 혹은 <법부경> 같은 짧은 게송을 쓰는 것도 괜찮다”고 추천했다.

정운스님은 “사경은 특히 더운 여름 수행이나 기도면에서 매우 적합하다”며 “언제 어느 때나 사경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기도할 수 있어 기도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경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시중에 나가면 볼펜으로 따라 써볼 수 있는 사경집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서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지하에 위치한 불교전문서점에는 불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경 교재들이 비치돼 있다. 신행활동 정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사경 교재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사경을 처음 하는 불자라면 조계종 교육원에서 펴낸 <조계종 금강반야바라밀경> 사경본으로 시작해 보자.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독송하며 표준화된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며 사경할 수 있다. <금강경>을 공부한 불자라면 <법화경>이나 <화엄경>, <부모은중경>에도 도전해 보자. 이 중에서도 불자들이 주로 많이 사경하는 경전으로 <법화경>을 꼽을 수 있다.

<법화경>의 가르침에 이 경전을 베껴서 지니는 것이 수승한 공덕이 있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반야심경>이나 <초발심자경문>, <지장경>, <부모은중경>, <광명진언> 등도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 역시 사경에서 빠지지 않는 경전이다.

한국불교에서 대강백으로 존경받는 무비스님이 펴낸 <금강반야바라밀경 사경>과 <반야바라밀다심경 사경>을 통해서도 사경의 기쁨과 보람을 맛볼 수 있다.

자녀들에게 사경을 권하고 싶다면, 사단법인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가 실시하는 ‘전국 청소년 사경공모전’을 추천한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모전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전이다.

[불교신문3573호/2020년4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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