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주
차진주

“세상 사람들은 모두 수렁에 빠져 피안(彼岸)에 이르는 이가 아주 드물다. 혹시 어떤 이가 마음을 내어도 차안(此岸)의 기슭에서 머물러 있을 뿐이다.” <법구경>을 읽는 도중에 미국 작가 도나 타트의 <황금 방울새>가 떠올랐다.

작가는 네덜란드의 그림, 황금 방울새에서 영감을 얻었다. 2000년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의 불교 유물을 파괴하는 사건을 접하고 이 소설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는 영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금 방울새라는 그림에 대해 “우파니샤드에선가, 사슬에 묶인 새는 인간의 숨결에 대한 메타포로 쓰였지요. 숨이 가슴 속으로 들고 나지만 깃드는 곳은 언제나 같은 곳이에요. 그것이 인간이 가진 패러독스, 날개를 가졌지만 날 수 없도록 묶여있는 존재란 거죠”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시 나는 <법구경>으로 돌아온다. 온갖 달콤하고 변치 않을 것만 같은 허망함과 반짝거리는 속임수들에 대한 집착, 그리고 무상한 삶에 묶인 우리에게 차안이라는 물거품과 아지랑이들은 질문을 던진다. 피안의 세계는 멀기만 한 곳일까.

흔히들 현세를 차안(此岸), 깨달음의 영원을 피안(彼岸)이라고 한다. 현세가 절대적인 진리와 연결되어 있고, 현세의 진실과 영원이 둘이 아니지만 지켜야 할 것들을 기억하고 그 어떤 관념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바르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균형과 조화를 나는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도나 타트 소설들의 마지막 부분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 마지막에서 삶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자연이 항상 이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 앞에서 굽실거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삶에서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물론 절망 하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세상에서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새의 모습과 속세의 삶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지혜에 관한 작가의 시선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정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그 자유마저도 원하지 않는 때일까. 우리는 계속 길을 간다. 지금 나는 어디쯤일까. 봄날의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나의 그리움 아마 피안에 가까운 그 곳을 되뇌어 본다.

[불교신문3572호/2020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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