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13> 월정사 선재길 지킴이
[포토에세이] <13> 월정사 선재길 지킴이
  • 김형주 기자
  • 승인 2020.04.0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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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멈춘 듯해도 선재길에 봄생명 움트다”
매월 2차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선재길지킴이는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훼손된 길, 보완사항 등을 기록해 오대산 국립공원과 함께 편안한 선재길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섶다리에 선 선재길지킴이들. ’‘

“휴~우” 가슴이 불쑥 나오도록 크게 공기를 들어 마신 후 내뿜는다.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이다. 오랜만에 온몸이 청소되듯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지난 2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모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 중이다. 국내는 점차 확진자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유럽과 북미 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 같은 남반구까지 전염병이 확대되고 있다. 4월3일 전 세계 확진자 수는 100만명에 육박한다. 모든 사람들이 초긴장상태이다. 하지만 언제가 끝날 것이고 그 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3월14일 출범한 ‘선재길지킴이’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평창군건강생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진부면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자발적으로 모여 오대산국립공원에 조성된 둘레길인 ‘선재길’을 돌보고 있다. 

3월28일 선재길지킴이 두 번째 활동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 시점이라 지킴이 중 10여 명만 이날 활동에 참석했다. 
 

선재길 주변에 피어 있는 괭이눈. 오대산에도 봄이 오고 있다. 지킴이들은 동식물들을 기록하여 생태지도도 만들 계획이다.

이 곳을 찾을 많은 이들을 위해 선재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보수가 필요한 곳을 기록한다. 한동안 방문객이 적어서 선재길에 쓰레기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킴이들은 걸으면서 구석구석 살피며 쓰레기를 걷어낸다. 또 길이 훼손되어 보수가 필요한 곳이 있는지 기록하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새 생명들 또한 사진에 담는다. 

“최근 기온이 올라가긴 했지만…보세요 계곡에 아직 얼음이 남아 있잖아요.”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맑은숲 소속 숲해설가 정정희 선생님에게 봄을 상징하는 생명체를 물으니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걷다보니 보인다. “아! 제비꽃이 있네요”, “저건 괭이눈이예요.” 
 

천천히 걸으며 순간 순간 멈춘다면 발견할 수도 있다. 작은 제비꽃.

너무 자그마해 혼자 왔으면 절대 발견 못했을 앙증맞은 작은 꽃들이 보라색, 노란색으로 활짝 피어있다. 월정사에서는 선재길지킴이들과 함께 생태지도 또한 제작할 계획이다. 

이날 지킴이 활동에 동참한 월정사 기획국장 월엄스님은 “관(官)보다는 이 길을 매일 오는 지역민들 주도로 선재길이 가꾸어졌으면 한다”며 “갈수록 민의(民意)가 중요해지고 있고 신도들 뿐 아니라 주민과의 유대가 중요해지는 시점에 지역민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참해 줘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최종만 선재길지킴이 걷기 동아리 대표는 “선재길을 돌보는 일을 시작한지 이제 얼마 되진 않았지만 스님들도 많이 도와주시고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선재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지킴이 활동을 주관하고 있는 평창군건강생활지원센터 김진옥 센터장은 예전부터 이길을 자주 걸었다. 몇 해 전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으로부터 ‘길을 그냥 걸으면 객(客)이지만 쓰레기를 주우면 걸으면 주인(主人)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이 길의 주인이 됐다. 

김 센터장은 “지역주민들이 이 길을 걸으며 주인도 되고 건강도 찾게 해주고 싶다”며 “진부에서 오대천을 따라 월정사까지 9km 되는 길을 정비해 지역민들과 월정사를 이어주는 가교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바램을 전했다. 
 

지킴이들 손에는 쓰레기 봉투와 집게가 들려있다.

지킴이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산림교육전문기관인 맑은숲 정미영 대표는 “이 숲에서 인생의 가장 힘든 결정을 했고 이곳은 치유의 길이다”며 “이 길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힐링을 받았으면 한다”고 이야기 했다. 

쉴 새 없이 달려오던 세상이 바이러스로 인해 강제적으로 멈췄다. 사람들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깨달아가고 있다. 선재길은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유래한 길이다. 선재동자는 ‘어떻게 하면 진정한 보살이 될 수 있는가’ 화두를 들고 문수보살을 시작으로 천하를 돌아다니며 53현인을 만난다.

마지막에 선재동자는 스스로 그 질문의 답을 찾아낸다. “보살은 자신을 위해 일체지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중생들이 번뇌의 업으로 삼악도에 떨어져 갖기지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 크게 걱정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세상이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기적으로 변할까 걱정이다. 선재길 섶다리에 멈춰서 위기가 끝난 후 세상이 방황하지 않고 중생 위하고 실천하는 선재동자 같은 지혜를 깨닫기를 서원해본다.
 

도룡뇽 알.

월정사=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72호/2020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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