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전문 역사학자
사상, 정치, 문화 등
불교사 아우른 역작

고정관념 깨부스는
불교역사관 제시 '눈길'

한국 불교사

정병삼 지음 / 푸른역사
정병삼 지음 / 푸른역사

한국의 불교는 삼국시대 전래된 이후 동아시아 불교문화에서 특유의 면모를 형성해 왔다. 그 동안 불교는 신앙으로, 왕권의 버팀목으로 혹은 호국의 방패로 우리 역사의 영욕을 함께하는 등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여러 방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한국 불교사는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몫을 차지하고 불교를 빼놓고는 한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이는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현재 쓰이는 ‘이판사판’, ‘야단법석’ 등의 말에서 가늠할 수 있듯 불교문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 현재 국내 불교 종단 수는 265개,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만 조계종을 비롯해 20여 개 종단이 소속돼 있지만 이들 종단이 어디서 유래했고, 그 진체는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려면 역사를 아는 게 필수다. 불교, 불교사를 이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가 한국불교의 1700년을 정리한 <한국 불교사>를 출간해 눈길을 끈다.

1977년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정병삼 교수는 1991년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간송미술관 수석연구원을 지냈고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해 정년을 맞은 저자는 그 동안 신라불교 연구에서 시작해 조선시대 승려들의 문집 전반을 검토하고, 고려 고승들의 비문과 고려대장경판의 정리 작업을 맡기도 했던 불교 전문 역사학자로 꼽힌다. 사료분석과 현장경험, 학계의 연구를 취합할 수 있는 학문적 역량으로 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가 한국불교의 1700년을 정리한 '한국 불교사'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해인총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장경각.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가 한국불교의 1700년을 정리한 '한국 불교사'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해인총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장경각.

저자는 이 책 1부 ‘삼국시대-불교의 수용’에서 8부 ‘현대 한국 불교-산업사회시대 불교의 지향’까지 시대를 나눠 불교와 왕실, 정치·사회적 역할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예를 들어 백제 무령왕이 겸익을 인도에 보내 계율학을 배워오도록 했다든가, 신라 법흥왕과 진흥왕이 일시적으로 출가하는 사신(捨身)을 행한 사실 등 한국사 마니아라도 접하기 힘든 사실이 실렸다.

이와 더불어 사상과 경제, 문화 다양한 측면에서 불교사를 다룬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화쟁의 원리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7세기 전반의 활력 넘치던 신라 불교계를 이끈 자장(慈藏)은…고요한 곳에서 홀로 수행하고 마른 뼈를 관찰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는 고골관(枯骨觀)을 닦는 등 전통사상에서 출발하여 계율 중심의 불교로 나아갔다” 등과 같은 대목은 사상사적 접근이 흥미롭다.

여기에 마애불과 반가상 등 불상과 괘불과 탱화 등 불화를 포함한 불교문화에 대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사찰계는 17세기의 8건이 확인되는데 18세기에는 40건으로 늘어났다.…불량계는 승려와 신도가 함께 참여하여 사원 유지에 도움이 될 토지를 매입하여 기부하는 것으로서, 18세기에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사원 유지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등 경제사적 접근도 놓치지 않는다.

이외도 이 책은 역사학자의 저술답게 한국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관(史觀)을 제시한다. ‘호국불교설’, ‘기복불교설’, ‘통불교설’에 대한 반론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호국불교설은 전근대사회의 시대별 시대의식과 역사적 과제와 연관한 이해 없이 불교의 광범위한 역할 중에 한 면모만 취한 것이고, 기복불교설은 개인과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종교의 기본 성격을 고려하면 이해된다.

나아가 한국불교의 특성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통불교설 역시 현상적인 통합적 성격만을 강조해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통불교’의 대표로 거론되는 원효스님과 지눌스님, 휴정스님은 그들이 활동했던 시대가 달랐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체계의 구체적인 성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불교사를 내보이긴 했지만 벌써부터 아쉬운 부분이 많은 만큼 여건이 허락된다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해 5년마다 개정판 쓰고 싶다”면서 “다른 동료들도 이 책을 딛고 더욱 훌륭한 한국 불교사를 저술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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