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학자가 본 한국불교의 코로나 대응
[기고] 일본학자가 본 한국불교의 코로나 대응
  • 사토 아스시 일본 도요대 강사
  • 승인 2020.04.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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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행사 연기 산문폐쇄…한국불교에 박수”
사토 아쓰시
사토 아쓰시

세계에 만연한 코로나 19. 한국도 감염자가 9000여 명, 사망자가 160명을 넘었다. 감염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기원한다. 또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한국불교 연구자 입장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대응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지난 2월부터 불교신문 등 한국 언론 매체를 통해 다양한 소식을 접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산문을 폐쇄하고 법회를 중지하는 등 신행 활동을 중단하며 정부의 방역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는 보도를 들었다. 또한 코로나 19 확산지역 및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지원하고, 최대 불교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연기하는 등 불교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종교나 종단을 초월해 한국정부의 방역 정책에 협조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25일 7대 종교지도자로 구성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코로나 19와 관련 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한 기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국가적 재앙인 코로나 19바이러스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모두 합심해 국가의 방역 방침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때는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지 6일 정도 지난 후여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불교와 천주교 등 종교계가 힘을 합쳐 나라를 지원하고 기도를 올리기로 다짐한 성명서 발표는 사회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본에서 소식을 들으면서 한국 종교인의 나라사랑과 국민사랑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조계종 등 불교계 각 종단이 참여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3월 18일 "유례없는 코로나 19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연기를 포함한 5가지 방침을 밝혔다.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호국불교(護國佛敎)’의 또 다른 구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4월30일부터 5월30일까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1만 5000여 개 사찰이 동시에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기도정진 한다는 사실도 감명을 받았다. 종단의 구별을 넘어 ‘코로나 19 국난(國難)’에 대처하는 한국불교계의 모습은 바다 건너 사는 일본인들도 감동 받았다. 종교나 종단을 초월해 모두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소중한 결정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불교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연기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지난 3월2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코로나 19 소멸 발원, 자비의 헌혈 운동’행사. ⓒ불교신문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불교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연기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지난 3월24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코로나 19 소멸 발원, 자비의 헌혈 운동’행사. ⓒ불교신문

조계종 등 한국불교종단협
정부 방역 협조 구호 지원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 동참

통도사와 해인사를 비롯한 한국 대표 사찰들이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산문(山門)을 폐쇄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도적으로 실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와 더불어 사찰에서 일상적인 기도와 신행 활동을 하지 못하는 불자들을 위한 불교계의 노력도 주목받을 만 하다. 불교신문을 비롯한 불교언론들은 각자 매체 특성을 십분 발휘해 코로나 19로 위축되고 상심한 불자와 국민을 위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 불자들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그리고 코로나 19를 불교 입장에서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쉽게 알려주었다.

이 또한 ‘코로나 19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교가 긍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한국 스님들은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스스로 돌아보고 뉘우치는 ‘자가신행(自家信行)’의 기회로 여겨 신심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스님 입장에서 불자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은 코로나 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종교계에 던지는 교훈이다.

불교신문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을 통한 발 빠른 포교 역시 인상적이다. 지난 3월 10일 정토회의 법륜스님 법문을 인터넷을 통해 들었다. 법륜스님은 지난 2월 일본의 종교단체가 주관하는 ‘니와노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법륜스님은 “현재 한국사회는 실제 위기보다 심리적 불안이 더 커져 사회적 불안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에 협조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하여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스님은 “지금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이기주의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면서 공동체 정신 회복을 강조했다.

부처님은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정확하게 인식하여 파악하고 불교 입장에서 해석한 후 불자와 대중에게 지침을 제시하는 한국 스님들의 가르침은 훌륭하다.

조계종 포교원이 지난 3월 14일 발표한 ‘코로나 19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도 인상적이다. 전통적으로 병고를 극복하기 위해 독송하는 <약사경>과 인도 웨살리에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부처님이 독송을 권유한 <보배경>을 제시하고, 경전 전후에 진언, 삼귀의, 발원문을 수록했다. 직접 읽어 봤는데 코로나 19로 상심한 환자와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에 충분하다.

현재 상황에 맞게 새로운 ‘기도용 텍스트’를 작성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불교는 오랜 전통 속에서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지원하는 자원을 축적해 왔다. 시대 상황에 맞추어 활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느꼈다. 또한 경전 독송과 더불어 ‘나무 약사여래불’또는 ‘나무 석가모니불’정진도 가능하니 한국불자뿐 아니라 일본과 세계의 불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호국불교 전통 새롭게 구현
코로나19 이후 인생관 변화
이제는 미래불교 역할 준비

한국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확산돼 환자들이 대량 발생한 것은 신천지 예수교회였다. 지난 3월 2일 신천지예수교 수장인 이만희 씨 기자회견은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정부에서 예배 중단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부했지만 일부 한국교회의 예배 강행은 일본사회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교회를 통한 집단 감염과 확산 소식이 일본 TV로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함께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예배를 멈추지 않는 일부 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은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천지예수교 보도를 보면서 지난 1995년 일본에서 발생한 ‘옴 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이 떠올랐다. 이 교단은 젊은이를 중심으로 인원을 늘리는 등 무리한 권유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옴 진리교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종교와 사회의 관계, 선교 자유와 공적 이익의 관계 등이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이번 신천지를 통한 코로나 19의 집단감영을 보도한 언론은 “한국 젊은이들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종교적인 소양을 접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성 종교계가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한 조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도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계와 같은 움직임은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 일본불교의 각 교단 홈페이지를 살펴봤지만 코로나 19를 이겨내기 위한 ‘대국민 호소’ 등은 일부를 빼놓고 볼 수 없었다.

한국은 종단 차원을 넘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통일 행동을 결의했지만 일본 불교계 연합조직인 ‘전(全)일본불교회’는 현재로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 국면을 맞이하는 한국과 일본 불교계의 의식과 행동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사회 속에서 해당 국가가 갖고 있는 인식과 위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불교는 기도와 사회참여를 중시하는데 비해 일본불교는 기본적으로 조상공양을 우선하고 사회참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두 나라 불교가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 19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불교계의 노력을 일본 불교계는 배워야 한다.

코로나 19는 세계사적인 대사건이다. 감염병은 옛날부터 벌어지고 있으나 이번처럼 전 세계에 전파돼 세계인들이 동시에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체험은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없던 일이다. 자유롭게 교류하는 글로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코로나 19가 종식한 후 사람들의 인생관, 사생관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속에서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불교가 보여준 대처 방식을 높이 평가하며, 코로나 19이후를 지금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불교신문3572호/2020년4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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