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이어지는 스님과 불자들 온정 행렬

코로나 여파에도 거리로 나가
배고픈 노숙인들과 함께하며
소중한 한끼 나누는 탄경스님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에
보건용 마스크 후원한 불자기업인
보시는 여력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

한 달 여 동안 문을 닫았던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최근 대체식 지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빵과 두유 등을 포장해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모습.
한 달 여 동안 문을 닫았던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최근 대체식 지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빵과 두유 등을 포장해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모습.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요즘, 집 없이 거리에 사는 노숙인들은 하루하루를 더욱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대부분의 무료 급식소와 진료소 운영이 거의 중단되면서, 배가 고파도 도움을 요청할 곳은 거의 없다.

이런 엄혹한 상황임에도 ‘다함께 나누는 세상(다나)’ 대표 탄경스님은 흔들림 없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탄경스님은 2016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노숙인들을 위한 음식을 전해왔다.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겐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역병 사태를 맞아 활동을 이어가기가 당연히 쉽지 않을 것으로 지레짐작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전례없이 퍼져 나가고, 글로벌 경제마저 위축시킨 코로나 위력도 스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다나 대표 탄경스님은 3월26일 전화 통화에서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 대부분 사람들이 서로에게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자신마저 나가지 않으면 오갈 데 없는 그들의 한 끼는 누가 챙겨 주냐는 생각에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고 했다.

스님은 매주 토요일 새벽3시30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컵라면과 주스, 초코파이 등을 담은 비닐봉지 150여 개를 수레에 실어 봉사자들과 함께 광화문과 을지로, 보신각과 탑골공원 등지를 돌며 노숙자들 곁에 살며시 물품을 놓고 지나간다.

보시를 받는 대로 비타민이나 과일 등 그때그때 다양하게 주려고 한다. 새벽공기는 쌀쌀하지만, 스님과 봉사자들이 전하는 따뜻함으로 무사히 일주일을 잘 보내길 기원한다. 3월28일에는 경주 황용사로부터 후원받은 김치를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탄경스님은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활동을 중단하면 (그 사람들은) 더 힘들어 진다”며 “약자들에 대한 관심은 종교 본연의 역할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수행이고 기도”라고 말했다.

한 달 전 쯤 폐지를 주워서 파는 쪽방촌 주민으로부터 5만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평소처럼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자 폐지와 고철을 주워 팔아 모은 돈이라며 자신도 기부를 하고 싶다며 스님에게 보시를 했단다.

스님은 2016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파키스탄 지진 구호 활동을 하면서 약자를 돕는 활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단체 이름은 팔리어로 보시라는 뜻의 '단나'에서 따와 '다나'라고 지었다. '다함께 나누는 세상' '모두가 나(我)'라는 의미도 담았다. 탄경스님은 “보시라는 것은 엄격히 나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나누는 것이 보시다”며 “신도들에게 받은 보시를 내일을 위해 쓰기도 하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며 함께 나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에게 소중한 한끼를 제공하는 탄경스님.
대부분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매주 토요일 새벽마다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에게 소중한 한끼를 제공하는 탄경스님.

#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코로나 여파로 무료급식 시설이 폐쇄되면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대체식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식당 내부에서 밥과 반찬을 나눠주는 대신 외부에서 주먹밥이나 빵과 같은 간편식을 나눠주고 있다. 28년 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료급식을 지원해오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2월23일부터 3월15일까지 한 달 동안 문을 닫았다.

잠시 문을 닫은 동안 무료급식소 문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노인들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함 속에서, 배곯는 노인들은 늘어났다.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어 3월16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빵이나 떡, 두유 등을 포장해 250~300여명에게 나눠주고 있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급식소 앞에서 바로 전달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을 돕기 위해 마스크를 보시한 불자기업인 진영진씨.

#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의료진을 돕기 위해 보건용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후원한 불자도 있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전통차를 판매하는 불자기업인 진영진(녹색하늘 대표, 62) 씨다. 진 대표는 의료현장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둘러 의료용 덴탈 마스크 1500장과 판매하던 손세정제 50개를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보냈다.

3월19일 직원들에게 부탁해 별도 전달식 없이, 후원 물품을 병원 측에 전달했다. 3월27일 만난 진 대표는 “제가 한 것은 별로 없는데 이렇게 알려져서 부끄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보다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연신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스크 1500장은 관련 사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확보하기 힘든 물량이다. 진 대표는 동남아에서 사업하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후원받았다고 했다. 한국의 코로나 소식을 접하고 회사와 직원들 명의로 마스크를 전달했다고 한다. 막상 받고 보니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속된말로 장사를 하기 보단, 반드시 회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 마침 동국대 일산병원이 떠올랐다.

진 대표는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는데 동남아 친구가 많다. (코로나 소식에) 평소 제게 신세를 많이 진 지인이 처음에 대량의 마스크를 주겠다고 했는데, 1500장만 받겠다고 했다”며 “그때 이 물건을 어떻게 할까 하다, 망설임 없이 어려운 곳에 기부하자고 결심했다. 다 부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진 대표는 지난해 탈장 판정을 받고, 동국대 일산병원이 불교 병원이라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이곳을 선택하고 무사히 치료를 마쳤다. 완쾌 이후, 언젠가 어떤 방식이로든 고마움을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단다. 독실한 불자인 진 대표는 지금도 매일 아침 독경과 광명진언을 외우고, 어디를 가나 마음에 평온을 준 부처님 가르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국 회사에도, 중국 자택에도 부처님을 모셨다. 늘 주는 것에 더 익숙하다는 진 대표는 장애아동 시설 승가원에도 후원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진 대표는 “후원이라고 하는 것은 능력이나 여력이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 달려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자비나눔을 다짐했다.

[불교신문3571호/2020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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