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속으로 들어간다
물방울이 된 나는
물방울 속에서 내다본다

투명하고 영롱하게
담백하고 정갈하게

풀잎에 글썽이는 아침 이슬
이슬방울로 잠깐
나도 햇살 받으며 글썽인다

- 이태수 시 ‘글썽이다’에서
 


이슬방울의 내부는 투명하고 영롱하고 담백하고 정갈하다. 안과 바깥이 숨김없이 통하고, 광채가 찬란하고, 산뜻하고, 깔끔하다. 시인은 이 이슬방울의 내부를 자신의 안목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슬방울 속으로 들어간다. 비록 이슬방울은 햇빛 속에서 잠깐 머무르고 잠깐 빛나지만 이 이슬방울이 되어 본다. 그리고 햇살을 온몸으로 통째로 받으면서 글썽인다.

왜 글썽일까. 이 글썽임은 이슬방울처럼 투명함과 영롱함과 담백함과 정갈함에 이르게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스스로의 감탄이요, 그리하여 두 눈에 기쁨과 감격의 눈물이 넘칠 듯이 그득하게 고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깨끗한, 이슬방울 같은 영혼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교신문3571호/2020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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