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힘겹고 갑갑할수록
독서로 마음의 자양분 삼아볼까


선방이야기 연재하면서 읽은 선서 큰 보탬
법화경 강의하기 전 접한 ‘토지’로 마음잡아

선행스님
선행스님

화두에 노서입각(老(鼠入角), 곧 아무리 노련한 쥐일지라도 소뿔 속에 들어가면 옴짝달싹 못하는, 그러한 경계를 헤치고 나와야 화두타파의 도리겠다. 앞뒤가 꽉 막혀 마치 장벽에 맞닥뜨렸을 때의 심정으로 참선을 해야 한다고 달마대사는 이른다. 

외식제연(外息諸緣)하고 내심무천(內心無喘), 곧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쉬고 안으로는 헐떡이는 마음이 없어, 심여장벽(心如牆壁)일 때 가이입도(可以入道) 곧 마음은 장벽을 대한 듯해야 비로소 도를 체득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입각(入角)은 마치 장벽(牆壁)에 맞닥뜨린 궁지(窮地)에 처한 상황으로, 밖에서 말하는 ‘바닥을 친’ 힘들고 절박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수행하는 이에게 있어 ‘궁지’는 정진 중에 느끼는 한계와 회의감에서 오는 감상이겠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궁색해 질 때는 안과 밖이 별반 다를 바 없지 싶다.

4년 전 이맘 때. 대중처소를 떠나 막막한 심정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듯 할 즈음, 고향 근처 조용한 사찰을 소개받았다. 마침 창건주 거사님의 일성이, “단 한명이 되더라도 불교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이참에 은퇴한 마음으로, 인연 있는 분들과 옛 동창들을 벗 삼아 경전 강의와 함께 텃밭을 일구며 지내는 것도 괜찮다 싶어 선뜻 수락했다.

꼬박 2년을 지내면서 모처럼 고향 분들과 옛 동창들 그리고 친구들과 많은 정담을 나누었다. 그때 이런저런 인연으로 30여명이 모여 매주 <법화경>을 강의했다. 그렇게 1년 쯤 지나던 어느 날, 방송에서 대담자 중에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말에 솔깃해서, 지체 없이 서점에 들러 근래 새로 편집된 20권의 책을 구입했다. 그날로 짬짬이 읽은 지 6개월 쯤 지났을까, 13권을 읽었다.

일찍이 장편소설을 종종 읽곤 했다. 1992년 송광사 율원에서 지낼 때는 <성유식론>을 논강하면서 <바람과 구름과 비> <소설 토정비결>을, 1995년 통도사 율원에서 꼬박 1년을 있을 때는 <사분율> 그리고 <불교개론> 서적과 함께 <아리랑>을, 2006년 불교방송(라디오)에서 4개월여 <원각경> 강의를 마치고는, 그간의 모든 힘을 다 쏟았다 싶어 강원에서의 강의와 늦게 야간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러 가는 일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획이 손에 잡히지 않아 <삼한지>를 비롯해서 꽤나 소설을 읽었다.

돌이켜 보면 그 시기에 소설과 함께 독서를 한 것이, 그간의 생활을 반조하는 계기가 되어 이후에 이어진 일들의 자양분과 바탕이 된 듯하다. 특히 2009년 <선방 이야기> 표제로 불교신문에 1년간 연재하면서 ‘선(禪)’에 관한 서적과 더불어 읽었던 책들은 큰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2018년 불교방송에서 <법화경>을 강의하기 전에 읽었던 <토지>로 인해, 마음이 전환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방송 강의와 몇몇 법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관련된 서적과 함께 읽은 <정글만리> <천년의 약속>은 새삼 독서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더해 주었다. 요즘은 연재에 집중할 수 있어, 일주일이면 한두 권의 책을 읽게 된다. 덕분에 그동안 밀어두고 읽지 못했던 서적을 뒤적여 독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재미와 쏠쏠하다는 표현이 민망스럽다. 더구나 이러한 시국에는 신심으로 기도와 정진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처지이기에, 행여 위로와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여 더욱 그렇다.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 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독서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소박한 심정으로 적어 본다. 

[불교신문3571호/2020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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