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히며
법우들과 힘 모아 제작
용기 낸 시도에 뜨거운 반응

연말연시의 어수선함이 채 가라앉기도 전. 신종 코로나의 등장은 조계사 청년회를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많은 법우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조계사 동안거 방생법회의 취소를 시작으로, 규모를 축소하여 자율적으로 이어가던 조계사 청년회 정기 법회는 결국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휴법을 결정하게 되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기만을 바라던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야속하게도 코로나19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며, 점차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한결 같이 법회를 진행해왔던 우리에겐 지금 무언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조계사 청년센터에서 영상법회를 찍고있는 있는 조계사 청년회원들 모습.
조계사 청년센터에서 영상법회를 찍고있는 있는 조계사 청년회원들 모습.

‘어떻게 법우님들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고,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의 시작이었다. 그러던 중 불현듯 떠오른 생각! ‘그래.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상이 답이다. 영상 법회를 기획해보자!’

지금에서야 다방면으로 영상 대체가 보편화되었다지만, 우리가 처음 영상 법회를 준비하던 때만 하더라도 이 모든 상황들은 말 그대로 모험 그 자체였다. 준비를 하면서도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며 반신반의하던 마음이었지만 결과를 떠나 우리에겐 큰 시도와 경험이 될 거라는 독려를 하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청년들이 많이 애용하는 플랫폼인 ‘유튜브(Youtube)’ 송출로 방향을 잡고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하나씩 맡다 보니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유튜브 계정을 개설하고 로고를 꾸미는 데까지 반나절. 이제는 촬영이다! 버젓한 촬영 장비 하나 있을 리가 만무했던 우리들은 ‘집에 DSLR 있는 사람 손드세요!’ ‘삼각대 있는 사람 혹시 있나요?’ ‘마이크 있는 사람 있어요?’ 하며 어설픈 시늉을 하며 첫 촬영을 맞이했다.

그럼 그렇지.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일정들은 어설픈 아마추어에게는 참으로 우호 곡절의 연속이었다. 영상과 오디오의 싱크(sync:영상과 오디오의 음성을 일치시키는 일)를 맞추기 위해 치는 슬레이트. 

TV에서 치는 장면만 봤지 왜 슬레이트를 치는지 알 턱이 없던 우리들은 마구 박수처럼 슬레이트를 쳐서 편집을 하면서부터 엄청난 고생을 하기도 하고, 스님 앞에 무작정 최대한 밝게 설치했던 조명들은 도리어 스님들의 눈을 부시게 만들어 정작 촬영 내내 스님께서 카메라를 정면을 바라보기조차 힘드셨다는 우스갯소리는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야 듣게 된 후일담이었다. 촬영을 하던 법우들은 어느 때는 출연자가 되기도 하고, 방청객이 되기도 하고, 때론 연출자, 촬영 감독이 되기도 하며 숨 가쁜 촬영을 마쳤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3월3일 첫 영상법회의 시작. 10명도 보러오지 않는 게 아닐까? 20명만 되도 소원이 없겠다던 우리들의 떨림은 방송 시작하자마자 동시 접속자 50, 60을 돌파하더니 어느 덧 훌쩍 80명을 돌파했고 방송이 종료 된지 1시간 만에 조회수 300을 넘겨 버렸다.

‘이제 삼귀의 들으면서 일해야지’ ‘우와 신기해’ ‘무지 신기하네요’ ‘야근하며 법문 듣기. 감동이네요’ ‘이런 법회 신선하고 좋네요’ ‘정말 좋네요. 신문물이다’라고 말하는 법우들의 뜨거운 반응. 새로운 시도를 선택했던 용감한 시도의 결과였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묵묵하게 이어지고 있는 영상 법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부딪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은 어느덧 청년회의 자랑이 되었다. 그리고 어떠한 고난이 있을지라도, 우리의 소중한 법회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나가겠다는 뜨거운 마음속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주고 있다. 

[불교신문3571호/2020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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