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역병을 지혜롭게 이겨내자

지금 세상은 정체적 혼돈
코로나19는 생명경시 과보
탐욕이 남긴 화의 결정체

“6근(六根)의 문 굳게 닫고
내면세계에 침잠한다면
무문관 선방생활
가정에서 하는 일이 될 것”

우학스님
우학스님

불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정체(停滯)적 혼돈(混沌)에 빠져 있습니다. 제가 회주(會主)로 있는 대구 소재의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도 제31번 신천지 확진자가 나온 이후, 각종 재일 법회와 불교대학 강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3년 정진 결사 도량인 무일선원 무문관 또한 안쪽의 스님들을 염려하여 산문(山門)을 걸어 잠그고, 외부의 대중공양마저 일절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작금의 대재앙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깊이 관찰하였습니다. 자료와 정보에 의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입니다. 유튜브를 통하여 확인한 바, 박쥐를 먹는 중국 사람들의 먹방 취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는 분명 생명경시의 과보(果報)이자 탐욕이 남긴 화의 결정체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이쯤 해서 자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무명(無明)의 늪에 빠져들지 않도록 각성해야 합니다.

공업(共業)의 인드라망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각자는 가정을 무문관(無門關)으로 삼고, 곰이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는 결정심(決定心)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어쩌면, 한 템포 쉬다 가는 지금의 상황이 무턱대고 바쁘게 질주했던 우리 인류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제를 돌려, 2500년 전에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역병을 물리친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의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릿차위족이 다스리는 이웃나라 밧지국에서 혹독한 가뭄과 아울러 전염병이 만연하였습니다. 수도인 바이샬리는 왕족들의 숫자만도 근 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도시였습니다. 이러한 도시가 하루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대재앙으로 기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당시 정치 지도자들이 모여 이름 있는 종교 지도자를 초빙하여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내의 종교인 중에는 해결할 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마갈타국에 머물고 있는 부처님을 모시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최대(最大)라는 장자(長者)가 대표로 마갈타국으로 가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밧지국의 사정을 얘기하자 부처님은 흔쾌히 왕림을 허락하셨습니다. 

드디어, 부처님께서 국경선이었던 갠지스강을 건너 바이샬리 땅에 막 발을 내딛는 순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3~4일간 흠뻑 비가 내린 뒤 날이 걷히자 부처님은 <보배경>을 설하시고는 아난존자더러 모든 백성들에게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역병은 퇴치되고 바이샬리는 다시 평화스러운 도시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보배경>의 핵심을 몇 군데 살펴보겠습니다.

“온 세상 모든 보배들 가운데 
완전한 정각을 성취하신 분 보다 
고귀한 보배는 참으로 없도다. 
부처님은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길!

완전한 고요함에 이르신 부처님
갈애에서 벗어나 죽음을 초월하니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높은 경지
부처님 법은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길!

공양 받을 자격 있는 여래의 제자들
풍부한 공양 공덕 지으신 성인들
승가(僧伽)는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길!

어떤 존재들이 여기 함께 왔든지
땅에 있는 것이나 하늘에 있는 것이나
신들과 인간들에 의해 공경 받는
여래, 붓다에게 예경하라.
행복이 있기를!

어떤 존재들이 여기 함께 왔든지
땅에 있는 것이나 하늘에 있는 것이나
신들과 인간들에 의해 공경 받는
여래와 법에 예경하라.
행복이 있기를!

어떤 존재들이 여기 함께 왔든지
땅에 있는 것이나 하늘에 있는 것이나
신들과 인간들에 의해 공경 받는
여래와 승가에 예경하라.
행복이 있기를!”

 

경주 감포 ‘무일선원 무문관’에서 정진 중인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회주 우학스님은 “6근(六根)의 문을 굳게 닫고 내면의 세계에 침잠한다면, 무문관 선방 생활을 가정에서 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경주 감포 ‘무일선원 무문관’에서 정진 중인 한국불교대학대관음사 회주 우학스님은 “6근(六根)의 문을 굳게 닫고 내면의 세계에 침잠한다면, 무문관 선방 생활을 가정에서 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 <보배경>의 주된 내용은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에 대한 귀의와 예경입니다. 즉, 귀의와 예경을 통하여 사람들의 불안감, 공포심을 없앴습니다. 다른 경전의 경우입니다만, 우리가 늘 독송하는 <반야심경>도 보십시오.

“보살들은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습니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 까닭에 공포심이 없습니다.”

여기서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한다’ 하면, 결국 삼보(三寶)에 의지하는 일이 됩니다. 지금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인해 심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더욱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하는 예경을 정성껏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참선, 기도 등 명상·수련을 부지런히 하십시오. 명상·수련을 하게 되면, 본래로 맑고 밝은 자성(自性) 자리에 계합함으로 자유감과 더불어 지극한 평온을 얻을 것입니다.

또 다른 얘기입니다만, 어느 한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스님들은 아직 한 명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사찰들이 국가 시책에 잘 호응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국가가 어려울 때, 정부 방침에 충분히 협조해야 합니다. 우리 한국 불교는 호국(護國) 불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보면, 신을 믿는 일부 종교들이 정부 지침에 어깃장을 놓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의 안녕과 안위보다는 자기 종교만의 이익과 전도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합니다. 이 사바세계는 국가 단위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잘 돼야 합니다. 그리해야 나라 속에 있는 개인이나 단체도 잘 되는 법입니다.

지금 상황에 있어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우리 불자(佛子)들은 기꺼이 협조해야 합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사람을 만나지 않는 상태가 마음공부하기에는 더없이 좋다는 역발상을 해야 합니다. 눈, 귀, 코, 혀, 몸, 생각, 즉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6근(六根)의 문을 굳게 닫고 내면의 세계에 침잠한다면, 무문관 선방 생활을 가정에서 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인식의 대전환은 분명히 긍정적 결과를 안겨줄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닥친 경계를 불평불만하기보다 창조적인 쪽으로 분위기를 되살려 갑니다. ‘어느 나라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 ‘누구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등의 피해 의식은 더더욱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딱 외길입니다. 오직 자숙하면서, 마음공부하면서 이 역병을 퇴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경전에서 얘기하는 ‘독화살의 비유’를 다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이 화살을 누가,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좀 더, 우리는 현재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국론 분열을 일으킬만한 언사는 조심하고 자재해야 합니다. 불철주야로 우리 국민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언론들이 ‘4·15 총선’의 기류에 편승하여 팬데믹(pandemic) 사태를 교묘히 정치에 이용하려 합니다만, 깨어있는 국민들이 이를 막아내야 합니다.

저급하고 책임 없는 일부 정치인들의 지역 헐뜯기식 망발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 애국심 있는 불자라면, 국가 공동의 위급함을 절감하면서 지금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본 법사는 집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10가지 실참(實參), 실천(實踐)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조석으로 예불 올리기. 
예불은 삼보에 대한 예경이자 귀의입니다.

둘째, 매일 108배 하기. 
절은 하심(下心)의 수행이자 운동입니다.

셋째, 금강경 독송, 사경하기. 
금강경은 스스로를 강하게 하며, 업장을 녹입니다.

넷째, 정근 및 참선하기. 
정근 및 참선은 참자아를 찾도록 합니다.

다섯째, 묵언하기. 
가정 무문관의 기본은 가능하면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여섯째, 오후 불식(不食) 하기. 
오후 불식은 절 무문관의 일종식(一種食)을 흉내라도 내는 일입니다.

일곱째, 뉴스 외 TV 보지 않기. 
잡다한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여덟째, 채식하기.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는 면역력을 길러 줍니다.

아홉째, 자연 차 달여 마시기. 
생강, 대추, 구기자, 녹차 등 항바이러스에 좋은 자연 차를 음료수 삼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열째, 불서(佛書)를 읽으며 긍정적 사고하기. 
불서는 가히 알 수 없는 힘을 줍니다. 그리하여 긍정적 인생을 살게 합니다.

세상은 무상(無常)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이 상황도 곧 지나갈 것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집을 무문관 삼아 수행, 정진하다 보면, 얻는 것 또한 많을 것입니다. 길어야 한 달인데 이것을 참지 못한다면, 우리 무일선원 무문관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은 어떻게 살겠습니까.

아무튼, 세상이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수행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를 맞았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정진합시다.

차제에 가족의 고마움과 가정의 따뜻함도 느끼시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내 한 사람의 건강이 가족의 건강이며, 모든 국민의 건강임을 새삼 깨달아야 합니다. 가정이 곧 무문관 선방이라는 생각만 하신다면 이번, ‘집에 머무르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스스로를 더욱 성숙하게 하며 거듭 깨어나는 존재로 만들 것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갑니다. 시간에 끌려가지 말고 시간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인생을 창조해가는 지혜로운 불자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 축원 드립니다. 관세음보살.

[불교신문3571호/2020년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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