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닥치면
저절로 기도가 간절해 진다

일본 구호활동 현장
20층 호텔서 지진 닥쳐
탈출 포기하고
방에서 생전 가장 절실 기도
염불기도 몰입,
지진이 멈춰서도 한참 염불

병고액난
우리 삶 흔드는 지금 염불할 적기

묘장스님
묘장스님

경전을 보면 아난이 부처님께 자주 하던 말이 있다. “부처님, 때를 아소서.” 

이 말은 설법할 때가 되었거나, 별청이 생겨 공양을 받으러 가야할 때 등 미리 약속돼 있는 일정을 부처님께 상기 시켜 드릴 때 아난이 하던 이야기다. 지금, 무엇을 할 때인지를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것, 그것을 다른 말로 지혜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때인가? 전염병이 발생해서 우리가 늘 일상이라고 여겼던 많은 일이 변화하고 있다. 악수는 불편해졌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함께 모여 식사하고 가까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은 꺼리는 일이 되었다. 집단으로 모이는 행사나 장소 등을 통해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종교계가 주요 전파 장소로 알려지면서, 불교계도 법회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일체 금했다. 

지금까지는 불교계를 통한 전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유머를 보니, 스님들이 코로나에 잘 안 걸리는 것은 백신(흰 고무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불교의 신행형태는 개별적으로 절에 와서 기도하는 불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절에는 평소에도 사람이 끊이지 않는 편이며, 이러한 신행은 불교의 큰 장점일 수 있다.

서로 간 접촉이 최소한이 되므로 전염성 질환을 옮기는 장소는 되지 않는 것이며, 절에 와서 참배하고 부처님께 절 하는 불자들 신행은 좀 더 안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승가를 가까이 해야 한다.

밧지족에 괴질이 돌아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부처님께서 직접 밧지족 성문 앞으로 가서 삼보에 대한 공경을 찬탄하는 게송을 읊는다. 그러자, 괴질의 원인이었던 나찰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쁜 병은 멈추었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코로나19라는 나찰이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밧지족은 부처님께서 오신 뒤 괴질이 사라지자, 이후 여러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과 승가에 올리고, 팔관재계를 지켜 모범을 보였다. 이러한 밧지족 모습을 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바로 이러한 때 더욱 삼보를 정성스럽게 공양 올리며, 불자들은 팔관재계를 지켜야 한다.

어려움이 닥치면 저절로 기도가 간절해 진다. 지난 2010년 동일본 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으로 구호단을 이끌고 구호활동을 갔을 때 도쿄에 머물며 후쿠시마와 센다이를 중심으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구호팀인 우리가 머물던 숙소는 호텔 20층이었다. 그런데 자막으로 긴급속보가 나왔는데 6.4의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속보 뒤 2초쯤 지났을까 호텔이 크게 흔들렸다. 살면서 그렇게 큰 지진은 처음이었다. 지진이 발생하자 밖으로 나가 탈출하려고 해 봤다. 

그런데 이미 엘리베이터는 멈춰있었고, 계단으로 내려간다고 해 봤자 지상으로 나갈 때 쯤이면 벌써 지진은 멈춰있거나, 무너진 건물에 죽어있거나 둘 중 이었다. 탈출하다 죽는다면 방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보다 못하다 싶어 다시 방에 돌아와 지장보살님께 기도드렸다. 살면서 가장 간절하게 기도했던 순간이다. 어찌나 염불기도에 몰입이 잘 되는지 지진이 멈춰서도 한참이나 염불을 했다. 

지금 이렇게 기본적인 사회시스템이 흔들리고 병고액난이 우리 삶을 흔들 때, 바로 지금이 염불기도 하기 가장 좋은 때이다. 마침 제가 있는 절에는 약사전이 있어 헌공과 기도를 이렇게 올리고 있다. “부처님 때를 아소서. 지금은 사바세계의 중생의 병고의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근심과 우환이 세상을 뒤덮고 있습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때를 아소서.”

[불교신문3570호/2020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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