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던지는 교훈
[사설]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던지는 교훈
  • 불교신문
  • 승인 2020.03.31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위협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세계대전 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오직 전쟁만 막았던 올림픽까지 연기했다. 

창궐하는 바이러스는 그러나 인간에게 소중한 깨우침도 던졌다. 첫째 모든 사람은 똑같다는 사실을 전 지구적 전염병 확산을 통해 똑똑히 깨달았다. 바이러스는 국적 나이 종교 성별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똑같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둘째 인간은 똑같지만 나라와 신분, 처한 상황에 따라 삶과 죽음을 결정할 정도로 차별과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함께 보았다.

한 나라 안에서도 경제 상황, 사회적 처지에 따라 전염병의 위협 정도가 달랐다. 국가별 사정은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나라 경제, 정치체제, 국민 의식의 차이는 한 생명의 가치마저 다르게 결정지었다. 똑같은 전염병 위협에서 국민들 의견이 직접 전달되는 민주체제, 정보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전달되는 투명사회, 공적 기관의 나태와 안일을 감시하고 바로 잡는 언론 자유, 사회적 부를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분배 가능한 민주경제만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똑똑히 목격했다. 

이러한 사실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간은 국적과 믿는 종교를 떠나 어려움을 처했을 때 힘을 합쳐야 하는 협력정신이다. 어느 한 개인, 사회 집단 국가만 홀로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확산되는 바이러스를 통해 배웠다. 서로 협력하고 나를 생각하듯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로부터 상대방으로 옮겨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막을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러므로 한 국가는 전염병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경제 약자, 소외자, 거동 불편자,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획득하는 것이 필수 전제다. 나의 안전은 결국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안전할 때 비로소 지켜진다는 사회공동체임을 정치가 제도로 확립해야한다.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가 함께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를 돕는데 까지 나아가야한다. 

인간생명의 보편성, 상대방에 대한 배려, 사회협력, 지구공동체는 이미 불교가 오래전부터 설파하던 가르침이다. 사물은 천차만별이지만 어느 하나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동등하다는 법계연기(法界緣起)의 세계관이 진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서로 달라보이지만 사실은 동등하며 나와 조금도 다를 바 없으니 보살의 행을 실천하라는 ‘보현행원’의 가르침은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건강을 생각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자신의 삶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십시일반 돕는 그 정신이 바로 보현행원이다. 모두 하나로 연결된 연기 관계요, 차별 가운데 평등하다는 화엄사상이 ‘코로나19’가 물러 간 뒤 상처 입은 사회를 치유하는 묘약으로 널리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570호/2020년4월1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