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조성민 동국대학교 의료원장

일산병원 국민안심병원 지정
호흡기 환자 분리공간서 외래
안심중환자실 의심환자 입원

경주병원선 확진자 치료 전념
3월22일 기준 확진자 총 32명

마스크 방호복 입으면 땀범벅
숨조차 쉬기 힘든 상태서 근무
제 때 끼니 챙겨먹기도 어려워

음압병실 의료진 업무강도 세
환자들 일상생활까지 도와야

코로나 조기발견과 차단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교직원 감사
후원해준 스님들 모두 고마워

조성민 동국대학교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 외에도 음으로 양으로 후원해주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김형주 기자
조성민 동국대학교 의료원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 외에도 음으로 양으로 후원해주는 스님과 불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의심환자를 검사하며 바이러스차단에 나섰던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에 대한 찬사가 여러 나라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낮은 이유는 의료진의 노력 때문이다.

감염의 공포를 이기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 간호사들과 병원관계자들이 있어 여러 사람들이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불교를 대표하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과 경주병원도 마찬가지다.

일산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호흡기환자들을 분류해 별도공간에서 진료하고 있다. 경주병원은 보건복지부와 경북도로부터 ‘중증 응급진료센터’로 지정받아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3월24일 조성민 동국대학교 의료원장을 일산병원에서 만나, 불교 병원으로서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교계 유일의 종합병원인 동국대 일산병원과 경주병원은 전염병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최전선에 서서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메르스가 유행할 때나 지금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산과 경주병원은 현 상황을 이겨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환자가 처음 생긴 이후 일산병원에는 1월23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운영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던 2월21일부터는 원인불명 폐렴환자를 격리하는 ‘안심병동’과 음압시설이 구비된 ‘안심 중환자실’을 마련했다.

또 병원 밖 컨테이너 6개와 천막을 설치했다. 호흡기환자용 별도 외래공간과 해외를 다녀왔거나 특정 종교와 관련 있는 내원객 진료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외래 환자들과 분리했다. 이런 노력으로 2월25일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조성민 의료원장은 “중환자실 3곳 가운데 1곳을 비워 의심환자들을 입원시키고 있다”며 “중환자실 1곳마다 20개 침상과 음압병실이 있는데, 한 개실을 통째로 비우다보니 경영상 어려움이 따르지만 안전한 병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 감염위험을 막고, 내원객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교직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선별진료와 격리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진 60명이 1주일 내내 돌아가며 진료한다. 직원들은 병원 출입구를 지키며 내원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별진료소와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노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감염 위험은 둘째 치고 방호복을 착용하고 진료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힘들기 때문이다. 마스크와 방호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감싸고 진료하다보면 숨쉬기도 어렵고, 1시간만 지나도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뿐만 아니라 고글과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얼굴에 상처가 나서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언론에 종종 나오는 사진 중에 의료진들이 이마나 콧등에 밴드를 붙인 모습은 궁여지책으로, 그렇지 않으면 살갗이 쓸려서 피가 난다고 한다.
 

코로나19 대처현황을 설명하는 조성민 동국대 의료원장. 김형주 기자
코로나19 대처현황을 설명하는 조성민 동국대 의료원장.

중증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경주병원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3월22일 기준 경주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17명으로, 전국에서 최연소 확진자로 알려진 생후 두 달이 갓 지난 아기가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사이 10명은 퇴원했고 안타깝게 5명은 사망했다. 특히 음압병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진료 외에도 환자에게 식사도 가져다주고, 병실청소도 해야 한다.

일이 많으니 끼니 챙기기도 어렵다. 진료현장으로 보내진 간편식을 서서 급하게 먹거나, 그나마도 제 때 먹지 못해 다 식은 밥을 먹는 날도 있다. 조 원장은 “방호복 차림으로 잠시만 일해도 녹초가 되는데, 사명감 하나로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노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병원이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고, 확진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병원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의료원장 소임을 맡다보니 어려움도 크다. 무엇보다 병원은 특성상 환자들과 밀접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들이 환자들 몸에 직접 손을 대서 진료하기 때문에 전염속도가 더 빠르다. 분당제생병원이나 은평성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유도 그런 특성 때문이다.

“면회객으로 인해, 혹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 환자 때문에 ‘안심병원’이 뚫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 정부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별진료소 운영과 확진환자 치료로 인해 외래환자가 급감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운영난 속에서도 조 원장은 동국대 병원의 활약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스님과 불자들이 있어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최근 조계종 아름다운동행이 일산병원과 경주병원에 1억원을 쾌척한 게 대표적이다. 또 전국비구니회 스님들은 약(藥) 김치 300박스를 일산병원에 전달했고,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사찰도시락 300인분을 3주간 후원했다. 또 불자라고 밝힌 진영진 녹색하늘 대표는 덴탈마스크 1500장과 손소독제를 직접 구입해 일산병원에 전하기도 했다.

확진자를 치료하는 경주병원에서 성원이 답지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 1000만원, 울산불교환경연대가 1000만원을 후원했고, 금선사 여래선원 보원스님이 1000만원, 간호부 보직자들도 1010만원을 전했다.

또 양평 소솔암, 진해 정암사 상운스님, 대구 금용사 혜선스님, 동국대 경주캠퍼스 석림회 학인 스님들도 후원했고, 태고종 나누우리 이사장 도산스님이 1000만 원을 전했다.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과 신도들은 한라봉 10kg 100박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스님과 불자들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사찰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초하루법회를 취소하고,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연기하는 등 어려움을 감수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앞장서는 스님들 덕분이자 부처님 가피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와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동료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현재 의료진을 포함해 병원 모든 직원들이 현장 대응으로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조기발견과 전파차단을 위해 밤낮없이 근무하는 의료진과 교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해 마음을 전해준 스님들에게 특히 고맙다”며 “불교계의 큰 관심에 힘입어 앞으로 이 상황을 잘 극복해 지역민의 건강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양=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70호/2020년4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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