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이 피고
바람은 버들가지에서 울 때,
개아미는 
허리 가늣한 개아미는
봄날의 한나절, 오늘 하루도
고달피 부지런히 집을 지어라.

- 김소월 시 ‘개아미’에서
 


김소월은 시 ‘불운(不運)에 우는 그대여’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불운에 우는 그대여, 나는 아노라/ 무엇이 그대의 불운을 지었는지도,/ 부는 바람에 날려,/ 밀물에 흘러,/ 굳어진 그대의 가슴속도” 김소월은 한 인간의 불운한 삶을 연민을 갖고 바라보았던 시인이었다. 인간의 내면에 깃던 불안과 우수와 슬픔을 깊이 들여다보았던 시인이었다. 

시 ‘개아미’에서 시인은 개미의 하루를 살핀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지 않고 시인은 개미의 고달픈 노동을 살핀다. 바깥에는 꽃이 오고 바람이 지나가는 환한 봄날이지만, 허리가 매우 얇은 개미가 노역(勞役)에 처해 있는 것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김소월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 서산면에서 출생해서 정주군 곽산면에서 성장했다. 1925년에 유일한 시집인 <진달래꽃>을 펴냈지만, 1934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작고했다. 

[불교신문3569호/2020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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