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에도 정진은 계속됩니다”
[기고] “코로나19에도 정진은 계속됩니다”
  • 이종군 前 금정중 교장·문학박사·조계종 포교사
  • 승인 2020.03.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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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일어나 좌선 후
혜원정사 육화전서 기도해

화엄경 약찬게, 관음정근 후
한 시간 절하고 불국토 발원

40년간 매일 반복해온 일과
코로나 후 일상의 소중함 느껴

모두를 위해 고통을 참는 마음
나보다 이웃을 위하는 국민들
한없이 믿음직스럽게 다가와
이종군
이종군

우리 집 가까운 곳에 연산중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연산중학교 언덕 바로 위쪽에 혜원정사 대웅보전 지붕이 보인다.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이 1970년대에 건립한 혜원정사는 도심지에 위치한 큰 절이다. 절이 완공되고 지금까지 아침5시부터 한 시간 남짓, 매일 새벽 기도를 올린다. 매월 음력 초하루·보름·관음재일 법회가 열리는 날에는 신도들이 많이 참석한다.

육화전에는 주불로 아미타불을 모시고, 좌우에 관세음보살·지장보살을 봉안하였다. 대웅보전에는 새벽 예불을 마치고, 스님 집전으로 보살들이 함께 기도를 진행한다. 이때 아무도 없는 육화전에서, 한 시간 이상 나 혼자 정성껏 관음기도를 올린다.

종단에서 지침을 내리기 전에는, 평일 아침에도 너댓명은 늘 육화전에서 참배하고 간다. 2월 하순부터 육화전이 마치 선방처럼 고요한 정적에 잠겼다. 코로나19는 국민들 마음을 감염의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약국마다 마스크를 구입할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정해진 날 나도 마스크 사려는 줄에 기다려, 마스크 두 개를 구입한다. 혜원정사의 정기법회는 종단 지침대로 모두 중단되었다. 그러나 새벽예불에 참석하는 몇몇 보살님의 출입까지 막지는 않는다. 육화전 나의 새벽기도도 다행히 막지 않았다. 절을 찾는 불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다. 나 역시 마스크를 하고 절에 드나든다.

평소에 나의 하루 시작은 다음과 같다. 매일 새벽3시30분쯤 기상하면, 40분 정도 좌선을 한다. 좌선 후에 몸을 풀고 혜원정사로 향한다. 보통 절에 도착하면 5시쯤 된다. 육화전에서 삼배 후 개경게를 읊고, 화엄경 약찬계를 독송한다. 이어 관음정근을 하며, 한 시간 정도 계속 절을 올린다.

끝내기 전에 우리나라 불국토 발원, 사바세계 불국토 발원으로 축원을 올린다. 우리 집 서재에 부처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모셔놓았다. 집에 돌아와 불단에 아침예불을 올린다. 여기까지는 1979년부터 40년 넘게 이어오는 나의 신행 활동이다.

코로나가 번져 산문이 폐쇄된 후, 나는 아래와 같이 수행한다. 절에서 올리는 마지막에 축 원에, 코로나의 소멸을 비는 발원이 더해졌을 뿐이다. 아침식사 후에는 신문을 읽고, TV 뉴스를 보기도 한다. 오전10시쯤에 <금강경> 한문 사경을 3∼4페이지 수행한다. 얼마간 휴식하고 <불교성전>을 읽으며, 부처님의 위대함을 되새긴다. 동국역경원에서 발행한 <불교성전>은 한글만 알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불서다. 1970년 3월 육군 제대 후, 대불련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불서다.

판을 거듭한 성전은, 세련된 문체로 읽기 쉽게 다듬어졌다. 부처님 탄생과 고행·성도·초전법문에서 열반모습까지 생생하게 실려 있다. 불자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기본 성전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경전의 중심 내용도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성전의 분량이 700쪽이 넘는데, 하루에 몇 장씩 읽으면 별 부담이 없을 거다. 주요 경전의 핵심과 조사 스님들의 사자후 법문도 잘 추려 엮어 놓았다.

<돈황본단경>은 <법보단경> <육조단경>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일컫는다. 내가 읽는 <돈황본단경>은 성철스님이 편역한 책이다. 한국 조계종은 6조 혜능의 선사상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혜능 선사는 5조 홍인 선사의 <금강경> 가르침을 듣고 단박 깨달았다. 단박 깨닫는 것을 돈오(頓悟)라 일컫는다. 단경에는 식심견성·내외명철·돈오돈수 사상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쉽게 말해 견성하면 바로 부처의 경지라는 가르침을 강조하고 있다. 돈오사상으로 당나라 때부터, 기라성 같은 선승들이 이심전심으로 선의 산맥을 이루어 왔다. <금강경>이 조계종 소의경전이 된 연유도 6조 혜능선사와 연관이 깊다. 더벅머리 노행도는 동선사에서 8개월 동안 후원에서 디딜방아를 찧었다. 어느 날 밤중에 5조 선사의 <금강경> 법문을 듣고, 단박 깨달아 읊은 게송이 참으로 신선하다. 한문으로 된 게송을 풀이하면 이렇다.

어찌 자성이 본래 청정한 줄 알았으리오. 어찌 자성이 본래 생멸 없음을 알았으리오.
어찌 자성이 본래 구족한 줄 알았으리오. 어찌 자성이 흔들림 없음을 알았으리오.
어찌 자성이 능히 만법을 냄을 알았으리오.

이 게송을 듣고 5조 홍인 선사가 즉석에서 깨달음을 인가하였다. 그날 밤에 바로 동선사를 떠나게 하는 장면은, 마치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나룻배로 강을 건널 때, 스승과 제자가 서로 노를 저으려는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며 <금강경>을 읽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온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충격에 빠진 느낌이다. 첨단과학도 치료약이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바이러스가 퍼뜨린 재앙을, 세계인이 고통으로 맞서 싸우는 중이다. 참으로 무서운 바이러스의 공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에서 감염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부산에도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며칠 전 평일 오전10시쯤 서면행 지하철 1호선을 탔다. 지하철 승객이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시민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좌석에 앉아 있었다. 평소 우리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코로나 사태로 시민들이 절실히 느끼는 모양이다. 모두를 위해 고통을 참는 마음, 나보다 이웃을 위하는 국민들이 한없이 믿음직스럽게 다가온다.

대구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늘면서, 대구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하여 심각한 상태였다. 이런 보도가 나가자, 전국에서 자원봉사로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들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애국자였다. 그들의 헌신으로 대구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아름다운 모습이라 할만하다. 그분들에겐 곳곳에서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내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대구·경북 힘내라!”는 구호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격리 운동에 기꺼이 동참하는 국민의식도 참으로 성숙한 모습이다.

[불교신문3569호/2020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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