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광불 화엄경 제11권 변상’
보광명전에서 듣는 문수보살 설법


금수저 대위광 태자 이야기는
비로자나불을 위한 무대장치
최초 부처님 조명 ‘흥미진진’

대위광 태자가 네 분의 부처님을 뵙고 깨달음의 얻는 과정을 담은 화엄경 제11권 변상도.
대위광 태자가 네 분의 부처님을 뵙고 깨달음의 얻는 과정을 담은 화엄경 제11권 변상도.

아득한 우주 저 멀리 어느 별에 또 다른 인간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별나라에 희견선혜(喜見善慧)왕과 대위광(大威光)태자가 있는데, 수명은 약 200억년(이소겁), 태자의 부인은 1만명이나 된다. 

또한 그 별에 사는 인간은 타고난 신통력이 있어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고, 생각만 하면 의식주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기후는 온화하고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에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며 향기로운 과일이 익는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에 사바세계 인간의 허기진 오욕(五慾) 따위는 이 별에서 찾을 수 없다.

<화엄경>의 ‘비로자나품’은 옛날 옛적 이런 꿈같은 세상에 태어난 한 인간을 조명하는 일이면서 최초의 부처님을 조명하는 일이다. 비로자나품에서 밝힌 최초의 겁에 출현한 부처님은 연꽃 가운데서 출현한 화신불(化身佛)인데, 일체공덕수미승운불(一切功德須彌勝雲佛)이다. 이 부처님을 뵙고 지혜광명(智光明)을 얻은 이가 대위광 태자다. 즉 대위광 태자는 원력과 수행, 선근이라는 지난 생의 과보를 통해 부처(報身佛)가 된 최초의 인간이자 비로자나불이었다는 말이다.

비루한 우리네 삶과 달리 비록 지난 생에 쌓은 수없는 공덕 덕분에 화려한 금수저로 태어나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어 신과 부처가 되었다는 대위광 태자의 이야기는 화엄경이라는 거대하고 웅장한 오페라 공연에 주인공인 비로자나불을 등장시키기 위한 무대장치일 뿐이다. 

비교설정을 뛰어넘지 못하면 지혜광명을 볼 수 없다. 이제 보리도량에서의 마지막 설법 비로자나품이 세주묘엄품의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에 대한 완전한 답이 될 수 있을까? 다음 보광명전(普光明殿)에서 이어지는 문수보살 설법이 기대된다.

11권 변상도를 설명하자면 우측은 비로자나불과 비로자나품을 설하는 보현보살이 자리하였다. 변상도 좌측은 과거 미진수 겁 전에 있었던 세계해에, 염광명(燄光明)성에 살았던 대위광 태자가 ‘일체공덕수미승운불(一切功德須彌勝雲佛)’, ‘바라밀선안장엄불(波羅蜜善眼莊嚴佛)’, ‘최승공덕해불(最勝功德海拂)’, ‘칭보문연화안당불(稱普聞蓮華眼幢佛)’ 네 분의 부처님을 연이어 뵙고 깨달음을 얻은 과정이 담겼다. 변상도에서 ‘승음불(勝音佛)’은 ‘승운불(勝雲佛)’의 오기(誤記)다. 

[불교신문3569호/2020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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