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4월 부처님오신날, 나와 이웃 위한 기도를…
윤4월 부처님오신날, 나와 이웃 위한 기도를…
  • 홍다영 기자
  • 승인 2020.03.2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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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閏月)과 불교 의미

불교에서 윤달, 복과 공덕 의미
기도하면 감응하는 달로 여겨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보다 사찰서 불공올리며
뭇 중생 위한 복덕 쌓기로 승화

조계종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고심 끝에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윤사월(閏四月)인 5월로 변경했다. 다행인 점은, 올해는 윤달이 있는 해, 즉 음력으로 4월이 있고 다시 윤4월이 들어있어 음력 ‘4월 초파일’ 전통은 지킬 수 있게 됐다.

윤달(閏月)은 달을 중심으로 한 음력과 태양을 중심으로 한 양력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더해진 한 달을 말한다. 열세 달의 존재는 옛날부터 남달라, 선조들은 윤달을 ‘공달’, ‘덤달’, ‘여벌달’ 로 부르며 윤달에 맞는 일들을 해왔다.

특히 불교에서 윤달은 복과 공덕을 짓는 달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종단도 이번 4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의 사찰들과 함께 국난 극복과 코로나19 피해자 등을 위로·치유하기 위해 불자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기도를 올린다. 이러한 불교의 큰 결단으로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모으는데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음력 문화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불교에서 윤달은 복과 공덕을 짓는 달로, 윤달과 불교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기보다 나와 남을 위해 복덕을 쌓는 시간으로 승화시켜왔다. 윤달을 ‘기도하면 감응하는 달’로 여기면서 공덕을 짓는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윤달에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음력 문화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불교에서 윤달은 복과 공덕을 짓는 달로, 윤달과 불교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은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로 꼽히는 생전예수재.
음력 문화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불교에서 윤달은 복과 공덕을 짓는 달로, 윤달과 불교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사진은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로 꼽히는 생전예수재.

조선 순조 때 학자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광주(廣州) 봉은사(奉恩寺)에서는 매양 윤달을 만나면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탑 위에 돈을 놓고 불공을 드리기를 윤달이 다가도록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죽어서 극락세계로 간다고 믿으며, 서울과 그 밖의 절에서도 대개 이런 풍속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윤달에 열심히 기도하면 극락세계로 간다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행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부이남 지방에서는 윤달에 마을 부녀자들이 성터에 올라가 성줄기를 따라 도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성밟기’라고 한다. 이 역시 탑돌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극락으로 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는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으로 전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전북 고창의 성밟기는 불교의례는 아니지만, ‘윤달에 성을 세 바퀴 돌면 저승길이 트여 극락에 간다’는 믿음과 결합되어 있다. 모양성(牟陽城, 고창읍성)의 북문은 극락문으로 설정되어 있다.

고려시대에도 궁궐에 많은 스님을 모시고 백좌도량(百座道場)을 열거나 대장경을 경찬하며, 재난과 액을 물리치는 소재도량(消災道場) 등을 베풀었다. 또 왕이 사찰에 행차해 불공을 올리고 선왕의 능을 배알하는가 하면, 사면령을 내려 죄수를 풀어 주고 노인과 소외된 이, 의로운 이들에게 음식과 물품을 지급했다고 한다.

윤달의 민속에는 선조들의 긍정적인 성향도 담겨 있다. 윤(閏)의 한문 글자는 문 안에 왕이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윤달에 왕이 집무를 보지 않고 숙소에 머물 정도로 조심하는 풍습이 있지만, 우리 선조들은 윤달을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덤으로 받은 시간이기에 인간을 감시하는 신들도 휴가를 갔다고 보았고,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일상의 금기에서 해방되는 시간으로 여겼다. 귀신이 모르는 달이라 길흉이 없다고 여겨 이사, 이장(移葬)을 하거나 수의를 미리 만드는 등 부정을 타서는 안 된다고 여겼던 일을 윤달에 처리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윤달에는 액(厄)이 끼지 않아 이 때 결혼하면 잘 산다고 믿었다.

지금도 혹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평소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달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풍습은 현대와 와서도 적합한 방식으로 재해석 되고 있어 윤달 문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 가사불사는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로 꼽힌다. 윤달에 사찰을 방문해 불공을 올리고 영가를 천도하는 풍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전승돼 왔다. 불교에서는 이런 의례를 통해 개인적인 복을 구하는 기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고 삼보와 이웃을 향한 공덕을 실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종단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전국 사찰 1만5000여 곳에서는 4월 말부터 한 달 동안 국난 극복과 코로나19 피해자 등을 위로·치유하기 위해 불자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기도를 한다.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은 “윤달의 불교의례는 삼보와 이웃을 향한 공덕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임을 일깨우는 의미를 지닌다. ‘나’에서 벗어난 공덕이 나를 위한 더 큰 복으로 돌아오고, 나를 향해 닦은 신행은 모든 중생을 위한 복으로 작용하는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몸과 마음이 힘든 때이지만, 윤달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시기를 자비와 신심으로 가득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는?

불교에서는 윤달을 맞아 자신의 죽음을 내다보며 소홀했던 수행을 점검하고 선행을 발원하는 의례인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와 사찰 3곳을 순례하며 자신의 참마음을 찾는 ‘삼사순례(三寺巡禮)’,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가사불사(袈裟佛事)’ 등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윤달에만 경험할 수 있는 한국불교의 독특한 신행문화이다.

생전예수재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살아서 미리 닦는다는 의미로, 생전에 자신의 천도재를 지낸다는 뜻이다. 망자가 명부에서 시왕의 심판을 받는 동안 후손들이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49재와 차이가 있다.

<지장보살본원경> ‘이익존망품’에서는 “살아서 선업을 닦지 못하고 많은 죄를 지어 죽었다면 권속이 그를 위해 복을 지어 줄 때 그 공덕의 7분의 1은 망인에게 돌아가고 7분의 6은 산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 말을 잘 들어 스스로 닦으면 그 공덕의 모두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하고 있다. 살아서 지은 복이 더 수승하다는 가르침은 많은 불자들이 예수재를 행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언제부터 윤달에 예수재를 봉행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19세기 윤달에 불자들이 열심히 기도했다는 게 확인된다. 일부에선 예수재를 기복신앙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자들이 스스로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기도한다고 해서 예수재를 단순히 기복으로 정의할 수 없다.

예수재에 동참한 불자들은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전생과 현생에 지은 ‘빚’을 지전을 태우고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갚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지난 잘못을 참회하며 기도하고, 보시해 이웃을 돕기도 한다. 이런 보살행을 실천하는 까닭에 생전예수재를 기복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삼사순례도 윤달을 대표하는 불교풍속이다. 신도들은 하루 동안 사찰 세 곳을 돌며 기도하는데, 삼보사찰, 적멸보궁, 관음도량, 지장도량 사찰 성격에 맞추거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순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윤달이면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신도들도 있다. 스님에게 올리는 가사불사는 삼보를 섬기며 불교를 지키는 공덕이 큰 보시로 꼽힌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윤달이면 어김없이 가사불사를 봉행하는데, 윤달에 가사불사에 동참하면 공덕이 수승하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불교신문3569호/2020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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