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사월’ 부처님오신날
[사설] ‘윤사월’ 부처님오신날
  • 불교신문
  • 승인 2020.03.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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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가 윤사월(閏四月)로 미뤄졌다. 양력 4월30일이 5월30일로 한 달 늦춰진 것이다. 음력으로는 올해가 윤사월이어서 ‘4월8일 부처님오신날’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례 없는 연기결정은 전 세계에 창궐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 위원장인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매우 위중한 상황에서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한편 조속히 오늘의 위기가 종식돼 우리 국민과 모든 인류가 평안해지길 발원하고자 하는 불교계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연기 배경을 밝혔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는 올 1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3월 말 현재 누적 확진자가 1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기승이다. 하루 최대 90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만큼 위험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의 노력과 국민들 협조 덕분에 우리나라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큰 불이 잡혔을 뿐, 교회 요양병원 콜센터 등 밀집시설을 중심으로 두 자리 수 이상 확진자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다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가 중국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수 천명의 감염자가 나왔던 지난 2월 사태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모이는 봉축행사를 강행하기가 어렵다. 1년 중 가장 큰 경사며 최대 불교 잔치일 뿐만 아니라 민족 전통문화인 연등회를 윤사월로 연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종단이 1700여년 내려오는 팔관회 연등회 전통을 한 달 연기하기까지 많은 논란과 토의를 거쳤다. 신도와 외부 인사를 빼고 스님들만 모여 법회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과 부처님오신날은 스님과 불자들 만의 잔치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찬탄하는 인류 최대 경사인 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양측 입장 모두 옳다. 지금까지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 뿐만 아니라 전 국민 온 인류가 함께 기뻐하고 찬탄하는 성대한 축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기치 않은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이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고, 외국에서 유입되는 감염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어 예년과는 다른 봉축행사를 맞이해야 한다.

그 와중에 다행은 음력 ‘4월 초파일’ 전통은 지켰다는 점이다. 만약, 윤사월이 아니었다면 스님들 만이라도 봉축을 강행했을 것이다. 양력 날짜도 1년 중 기후 기온이 가장 알맞다는 5월 하순이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슬기롭게 극복하여 이번 사태를 조기 종식시키는 것이 우리들의 당면 임무다.

임무를 성실하게 다한 후 그동안 다니지 못한 사찰을 찾아 참배하고 만나지 못한 법우들과 기쁨을 나누며 부처님 오심을 전 국민이 함께 찬탄한다면 다른 해보다 더 뜻 깊은 봉축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568호/2020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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