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아. 동티모르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입니다. 더프라미스 동티모르지부는 2019년부터 코이카 민관협력사업으로 식수위생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식수시스템 건립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의 화장실 건립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산간지역에 위치한 가리아나 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 주변, 학교 주변 풀숲으로 들어가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생활문화로 인해 각종 수인성 질병에 노출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위생적으로 취약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식수시스템 건립과 더불어 진행된 화장실 보급으로 집집마다 개성있는 화장실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화장실 앞에 선 동티모르 가리아나 마을 주민.
식수시스템 건립과 더불어 진행된 화장실 보급으로 집집마다 개성있는 화장실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화장실 앞에 선 동티모르 가리아나 마을 주민.

마을주민들은 처음엔 화장실 사용의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화장실이 없어도 큰 문제없이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건설자재 구입이나 건설자재를 마을까지 운반하는 일이 어려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습니다. 

더프라미스는 화장실 건립에 앞서 주민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화장실을 지어야 하는지, 화장실에 왜 물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화장실 사용의 필요성을 공감한 가구 중 50가구를 선정했습니다. 더프라미스와 주민이 50대 50으로 건축자재 비용을 부담하고 각자 화장실을 만드는 조건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대한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높이고자 한 것입니다.

건축자재가 선정된 가정에 전달되자, 각각의 화장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집마다 개성이 있어서 화장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50가구의 화장실이 완공된 후 가리아나 마을의 123가구 모두 화장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73가구의 화장실 공사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초등학교 화장실 3개도 추가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현지 문화를 선진국의 시각으로 바꾸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선진국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풀숲에서 볼일을 보는 생활습관은 이제까지 그들의 환경에 맞추어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 또한 소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파리 등에 의한 음식오염이나 설사 등의 질병 발생 등을 방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화장실의 필요성을 절감하더라도 외부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일이겠지요. 

화장실을 완성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자랑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머릿속을 맴도는 고민과 걱정을 날려버리고 안심하게 됩니다. 올해까지 진행되는 식수지원 사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기대하겠습니다. 

[불교신문3568호/2020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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