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진행 등 낯설어
어수선한 심정으로 새봄 맞은
20학번 새내기 모든 대학생들
‘사회가 자기 자신’임 생각해야

전한성
전한성

지금 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떠들썩하다. 사실 이 사건은 작년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집단으로 발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태의 위중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올해 2월 중순, 국내에 특정 종교와 거주지가 연계된 지역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비로소 사태의 엄중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알렸고, 주변 아시아와 중동, 유럽, 북미 등 전역으로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마침내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을 선포했다. 그야말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교육부는 사태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2020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했다. 학사운영 권고안은 대학들이 각자 여건에 맞게 원격강의, 실시간 토의토론, 과제물 제시 등을 통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현장의 대학 교수들은 당장 익숙지 않은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연극이나 무용 같은 실습 위주의 예체능계 수업이나 현장 실험이 필요한 이공계 수업들은 온라인 강의 특성상 제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자연히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받아들이면서도 수업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급작스런 온라인 대체 강의로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이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는 교육 분야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20여년 만에 주식거래정지가 발생한 경제 분야에서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 분야에서도, 삶과 믿음을 가르치는 종교분야에서도, 심지어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에서까지도 불협화음은 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문득 불가(佛家)의 우주만물론인 연기(緣起)를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생(生)하면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滅)하면 저것이 멸한다’는 삼라만상의 인과관계. 연기설은 한 개인의 일생과 그를 둘러싼 우주의 움직임을 시공간적 관계로서 올바로 바라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불교에서는 중생의 고뇌를 해결하기 위해 인생과 세상의 움직임을 연기로써 고찰한다. 일즉일체일체즉일(一卽一切一切卽一). 개인이 곧 세계이며 세계가 곧 개인이라는 ‘상호의존성’이 바로 연기의 원리인 것이다. 이에 근거해보면, 코로나 사태가 이 세계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조금은 헤아려질 법도 하다. 

코로나 사태가 있기 전에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코로나 사태 이후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내 가족에게, 내 친구에게, 내 직장동료에게, 내가 속한 공동체사회에, 나는 어떤 존재였으며,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현기증이 올라오는 이 현실에서 복잡한 물음 속에 빠져드니,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어수선한 심정으로 새봄을 맞이한 20학번 새내기들과 모든 대학생들에게 특별히 당부해줄 말은 없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한 번쯤 코로나 바이러스를 맞이한 이 사회가 곧 자기 자신임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바야흐로 연기를 생각할 시간이 된 것이다. 

[불교신문3568호/2020년3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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