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이 직접 손 편지를 써 신도들에게 코로나 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희망을 노래하며’라는 제목의 글로 편지지 두 장에 꾹꾹 눌러 쓴 응원의 말들이다. 수암스님은 막막한 때일수록 불자로서 부처님을 향한 기도 뿐 아니라 현장에소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루 빨리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수암스님 손편지 전문을 공개한다.

수암스님
수암스님

희망을 노래하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경자년 새해를 맞이할 때는 모든 분들이 함께 건강하고 더불어 행복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온 공포의 바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매일 뉴스를 들으며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감염도 무섭지만 자발적 격리가 지속되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몸도 피곤해져 일상생활과 기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여러분을 생각하니 저 자신의 원력과 기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뒤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너와나, 우리의 공업으로 인한 여러 과보들, 즉 기후 및 환경 문제, 사회적 갈등 등의 재앙이 도저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으로 다가올 때 누굴 의지해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불자 여러분! 이러한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일까요? 보살의 삶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습니다.

오직 부처님을 향한 기도와 더불어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는 공무원에 대한 감사와 격려 그리고 일상에서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만이 이 시대 불자들의 길이요, 삶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세대, 온 지구를 강타한 현안을 극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화계사 가족 여러분, 비록 오늘의 이 코로나19라는 재앙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결국은 윤회의 한 자락일 뿐이요, 스치는 한 겨울의 칼바람일 뿐입니다.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옷깃만 세우면 될 것이요. 윤회의 과보는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한 마음 고쳐먹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이 시련은 도리어 나와 우리의 죄업을 녹이고 참회하는 전화위복의 계기일 뿐이며, ‘아뇩다라 삼막삼보리(阿縟多羅 三貘三菩提)’를 얻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의 가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와 대중 스님들은 어서 이 고통이 사라져서 사회와 여러분 가슴속에 기쁨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서원하며 묵묵히 기도 정진하겠습니다.

지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며 빨리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날씨가 포근해지고 마음이 설레는 걸 보니 진정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 조병화

맑고 청량한 기운을 담아 삼각산 화계골에서 수암 두 손 모으며.

 

수암스님이 화계사 신도들에게 보낸 손편지.
수암스님이 화계사 신도들에게 보낸 손편지.
수암스님이 화계사 신도들에게 보낸 손편지.
수암스님이 화계사 신도들에게 보낸 손편지.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