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국불교 산증인
종단의 대표적인 ‘학승’
걸어온 길 담은 회고록

일본 유학길 벽안스니 배웅
동국대 '석림회' 창립 당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풍성

오대산 노송

현해스님 지음 / 민족사
현해스님 지음 / 민족사

“나는 보배보다 값진 그 마음을 알고 싶었다”며 스물네 살의 청년이 무작정 월정사를 찾았다. 전쟁 이후 혼돈의 시대에 머리를 깎고 수행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한 세월 속에 청년은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제4교구본사 월정사 회주 연암 현해 대종사의 이야기다.

한국불교의 산 증인이자 대표적 학승으로 꼽히는 현해스님의 삶과 수행은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스스로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초인(超人)의 길이 어떠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현해스님의 그 발자취를 담아낸 회고록 <오대산 노송>이 최근 출간돼 주목된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한 현해스님은 2007년에는 원로의원 및 대종사로 추대된 종단의 어른이다. <법화경요품강의>를 펴냈으며, 2006년에는 산스크리트본, 한문번역본, 영문번역본, 한글번역본 등 4개 국어 대조본 <묘법연화경>을 3권으로 완간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과 다이쇼 대학에서 동양철학과 천태학을 연구했으며 2004년 미국 LA 서래대학과 일본 대정대학에서 각각 명예 불교교육학박사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종단의 대표 학승으로 꼽힌다. 그 동안 후학들이 수행하고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들을 수 있도록 수많은 불사를 이뤄냈다.

이 책 ‘제1장 기독교 집안에서 피어난 법연(法緣)의 꽃’은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이다. 해방 이전의 어려운 생활상과 가족들의 이야기, 또한 학교 진학의 어려움과 공부에 대한 열망,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하는 청년기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제2장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하다’는 은사 희찬스님을 만나 출가해 수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경전을 읽으며 수행 정진했으며, 돈과 명예와 권력에 초극한 대자유의 삶을 살았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한국전쟁 때 오대산 상원암을 지켜낸 한암스님의 삶은 현해스님이 수행하는 데 지남이 됐다고 전한다.
 

일생을 후학들이 수행하고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들을 수 있도록 수많은 불사를 이뤄낸 제4교구본사 월정사 회주 연암 현해 대종사의 수행과 삶을 기록한 회고록 '오대산 노송'이 최근 출간됐다.
일생을 후학들이 수행하고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들을 수 있도록 수많은 불사를 이뤄낸 제4교구본사 월정사 회주 연암 현해 대종사의 수행과 삶을 기록한 회고록 '오대산 노송'이 최근 출간됐다.

‘제3장 만행과 운수 행각의 길’에서 흥복사 주지 직무대행을 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비구-대처’의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불사를 일으켰으며, 절도와 강도 사건을 만난 이야기와 더불어 인근 초등학교 교장과의 마찰 등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어 ‘제4장 동국대 종비생 1기, 희망의 꽃을 품다’는 청년기 공부에 대한 열망은 출가 뒤에도 이어졌고 다시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제1기 종비생으로 동국대에 입학한 뒤 불교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야기도 있다. “대학 다니는 승려는 환속 준비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딛고 묵묵히 학업에 정진하는 모습과 동국대 재학 학인 스님들을 모아 ‘석림회’를 창립하고 정진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이와 더불어 ‘제5장 나의 스승 나의 은사’에서는 은사 희찬스님은 물론 삶과 수행의 길잡이가 됐던 범룡스님, 석주스님, 청담스님, 벽안스님 등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벽안스님의 휘호 ‘고해보벌(苦海寶筏,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보배로운 배)’은 일본 유학길에 오른 현해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벽안스님이 김포공항에 직접 나와 격려하며 전해줬는데, 이는 “평생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제6장 만학도, 현해탄을 건너다’에서는 일본 유학생활의 면면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를 소개하며 일본 학계에서 검소함과 치밀함을 배웠다고 한다. 이러한 유학생활은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제7장 회향, 수행자로 사는 법’에서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들어선 직후 중앙승가대 부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일화와 10·27법난의 아픔 등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함께 월정사 주지,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느낀 수행자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가르침이 담겨 있다.

마지막 ‘제8장 낙엽귀근(落葉歸根), 돌아갈 자리를 생각하며’는 종단의 어른으로 “청정승가의 수행 가풍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종단 종통관(宗統觀)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며 대종사 법계 품수를 받은 이후 불교계 원로로서 한국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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