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더 행복해요”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해 수제피자를 만드는 안숙희 보살.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해 수제피자를 만드는 안숙희 보살.

코로나19가 세계적 재앙으로 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지원 프로그램도 대부분 중단되고 말았다.

광주 증심사(주지 중현스님)가 긴급 봉사팀을 꾸렸다. 광주 재가불자들의 나눔 공동체 자비신행회(이사장 이화영)와 손잡고 한부모가정에 밑반찬과 간식을 지원하는 긴급지원활동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3월17일, 자비신행회 자연음식체험관에서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할 수제피자를 만들고 있는 증심사 신도 안숙희(법명 혜경)보살을 만났다.

“아버지 혼자 아이들을 부양하는 한부모 가정이 더 급하다고 하네요.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아이들을 위해 밑반찬과 간식을 만들어 배달하려고 불자들이 모였습니다.”

안 보살이 맡은 분야는 반죽팀. 피자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가 밀가루, 소금, 이스트 등 7가지가 넘는다. 정확한 배합을 위해 일일이 재료를 저울에 달고, 기계에 넣어 섞기를 반복한다.

“피자의 맛은 도우에 있는데 숙성과 혼합이 잘된 부드러운 반죽이 맛있는 도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죽할 때는 집중해야 합니다. 재료 배합은 물론 숙성시간이 빠르거나 늦으면 맛이 확연하게 달라지거든요.”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혜경보살은 “반죽을 하면서 마음도 함께 보려고 한다”며 “항상 마음챙김을 하려고 하지만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한다.

안 보살이 피자봉사를 시작한것은 1년전이었다. 소외계층을 위해 증심사에서 ‘중현스님의 피자가게’를 시작했다. 한 달가량 피자 전문가를 초청해 스님과 봉사자들이 피자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매달 셋째 토요일마다 피자를 구워 지역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어느 과정이든 부족함이 없어야 하지만 안 보살이 맡은 분야인 반죽은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한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까지 덧붙여져 “중현스님의 피자가게가 맛있다”는 입소문 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피자는 재료를 정확하게 배합하고 얼마나 관심을 주는가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달라져요. 이렇게 음식은 정직해야 합니다. 기도도 정직해야 하고, 친구 사귐도 그러하고, 공부도 정직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람 사는 도리이잖아요.”

안 보살은 피자를 만들 때도 ‘관심’을 강조한다. 관심이 있으면 피자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전에 안 보살은 주위 변화에 민감한 편이었다. 마음챙김 수행을 하면서 문득 ‘바깥만 바라보는 자신’을 느꼈다. 그때부터 자신을 보려고 힘썼다. 자기 마음에 관심주기를 실천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이 다시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만해도 그렇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면 주는 만큼 달라졌다. 집에서 화나는 일이 있으면 화을 내려고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면 저절로 화가 사라진다. 그렇게 마음챙김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먼저 알고 바꾼다.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배합된 재료로 반죽을 한다. 그리고 40분간 숙성 시킨뒤 또다시 기계에 넣고 반죽한다. 그러기를 서너 차례해야 반죽이 완성된다. 반죽 한 덩어리로 피자 8판을 구워낸다.

평소 중현스님의 피자가게는 피자 30~40판을 구워낸다. 오늘은 무려 70판을 만들었다. 완성된 수제피자가 포장되자 하루종일 긴장했던 안 보살의 얼굴에 미소가 띈다.

“스님과 봉사자들이 한부모 가정 아이들의 안락을 기도하며 정성껏 피자를 구웠습니다. 웃으면서 맛있게 먹는 아이들이 있어 저희도 행복합니다.”
 

피자 도우를 만드는 안숙희 보살
피자 도우를 만드는 안숙희 보살.
배합한 재료를 기계에 넣어 반죽하고 숙성하기를 서너차례 해야 반죽이 완성된다.
배합한 재료를 기계에 넣어 반죽하고 숙성하기를 서너차례 해야 반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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