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공존이야말로 코로나19 백신이자 치료제”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공포
국민 활동위축, 불신도 양산

남다른 조계종 선제적 대응
신뢰받는 종단으로 자리매김

사찰운영부담에도 법회 중단
사회적 고통분담을 자처해

욕망과 이기주의가 전염병 근원
나눔과 공존이 백신 될 수 있어

가섭스님
가섭스님

온 나라가 멈췄다. 대중이 운집하는 모든 법회 또한 멈췄다. 주춤하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된지 한 달 만이다. 이쯤 상춘객으로 번잡할 도로와 전국 명소들 또한 한산하기만 하다. 그뿐인가 공항엔 비행기가 멈추고, 여객 터미널은 텅텅 비었다.

우리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상의 ‘멈춤’이다.

교육기관들은 개학을 연기해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하루 세끼 집 밥을 먹다보니 돌아서면 밥을 먹는다고 ‘돌밥’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하고, 운동량이 적어 몸무게가 늘었다고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살다보니 마스크 5부제도 경험하게 된다. 약국마다 길게 늘어선 줄은 나의 불편보다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는 누군가와 이야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절을 대변하는 듯하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었던 세계는 문을 걸어 잠그고 검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간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교류를 통해 이웃처럼 소통하던 세계는 국경통제를 넘어 봉쇄 결정까지 ‘각국도생(各國圖生)’이다. 우리나라는 변곡점을 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이제 확산일로에 놓인듯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바이러스의 전염속도보다 빠른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대응전략이 새로운 모델로 부각되고 있고, 의료인들의 자발적 봉사와 땀방울은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이제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인류의 재난으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특히,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공포는 바이러스 전염성보다 빠르게 우리를 엄습한다.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언론이 충격과 경악위주로 보도하다보니 국민들의 활동은 위축되고 사회적 불신을 양산한다.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멈춤을 실천하듯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땐 언론도 흥미위주와 자극적 보도는 멈춰야 한다. 인포데믹(infodemic)으로 확산되는 가짜뉴스의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언론뿐만이 아니라 유튜브나 SNS 등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법적책임이 따라야 한다.

며칠 전 지역스님들과 저녁공양을 하는 자리에서 사찰 유튜브 개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은 유튜브 개설에 필요한 계정은 없지만 모든 법회가 멈춘 상황에서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요즘 SNS에서 예전보다 쉽게 사찰 법회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불교행사가 멈춰버린 상황에서 신행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듯 이번 기회에 사찰과 신도 사이를 잇는 새로운 신행시스템이 정착되길 바래본다. 행사 위주의 영상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법대로(法大路)가 구축되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 중심엔 신천지라는 신흥종교가 있다. 우리 사회에 큰일이 발생할 때마다 신흥종교가 연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해방이후 가파른 산업성장과 함께 신흥종교 또한 서민의 삶속에 깊이 파고들어 급성장했다. 그들만의 기밀성(機密性)이 기성종교와 다른 점이다. 철저한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사회와 격리된 운영체계는 사회문제로 부각되기까지 한다.

반면에 이번에 보여준 우리 종단의 선제적인 대응은 남달랐다. 사회의 눈높이와 행보를 같이하려는 열린 종무행정은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종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신도의 발길이 끊긴 사찰은 바로 운영부담이 올 수 있지만 전염병의 조속한 극복과 사회적 고통분담을 함께하려는 무거운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결하여 한 공간에 집회하는 집단 종교행위는 잠시 쉬어야 한다.

사회적 고통분담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는 요즘 가슴 뭉클한 사연으로 희망을 나눈다. 월세할인부터 대납까지 힘든 시기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이웃이 되기 위해 마음을 나누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 모아지는 격려와 응원은 사회적 어려움을 이겨낼 용기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 종단의 안정적인 종단운영을 위해 긴축재정운영과 함께 행정책임자들의 보시금 자진반납은 좋은 귀감이라 하겠다.

이번에 불가피하게 일상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느린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의 일상과는 호흡이 맞지 않아 답답하고 불안해한다. 어떤 이들은 우울하다고 하소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잃은 것이 있다면 분명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잃은 것은 보완하고 의도치 않게 느려진 개인의 삶을 성찰하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전염병은 우리들의 생활에서 발현된 것이다. 절대자 저주나 우주 밖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전해진 전염병이 아니다. 그러니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우리들의 몫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열악한 환경으로 수행자들이 질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승가뿐만이 아니라 마을에도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고 황망해하는 이웃들이 부처님을 찾아 의지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질병에 노출된 출가자의 치료를 위해 금지된 음식과 의복, 생활들을 과감히 개방한다. 다만 대중의 공의 얻어 공개적으로 허용한다.

또한 역병으로 시름하는 마을로 향한 부처님은 병자들을 간호하며 그들의 처소를 청소했다. 부처님은 그렇게 대중과 함께하는 나눔과 공존의 가르침으로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육신의 질병을 간호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시대 부처님의 상생과 공존의 가르침이 절실하다.

이웃과 함께했던 부처님처럼 따뜻한 손길로 연대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참여할 때 코로나19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욕망과 이기주의가 가장 무서운 전염병 근원이라면 나눔과 공존의 마음이 백신과 치료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교신문 3568호/2020년3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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