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흥전리사지 새로운 연구 가치 조명

박물관·연구기관 협업결과 발표
흥전리사지 고승탑비 일부 접합
서로 다른 3가지 비석 밝혀져

불교문화재硏, 시·발굴 조사 등
사적 추진 정성 쏟은 곳 ‘의미’

국립춘천박물관이 삼척 흥전리사지 자료 조사 과정에서 탑비 조각 14점 중 9점을 접합하는 연구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그간 추정해왔던 탑비의 주인공이 통일신라시대 고승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의 모습.
국립춘천박물관이 삼척 흥전리사지 자료 조사 과정에서 탑비 조각 14점 중 9점을 접합하는 연구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그간 추정해왔던 탑비의 주인공이 통일신라시대 고승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탑비 조각 중 7점이 접합된 조각의 모습.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 해발 590m에 위치한 흥전리사지’. 지역에서는 한산사지(寒山寺址)로 불리기도 한다. 지명분석이나 문헌을 통해 돈각사(頓覺寺) 또는 각돈원(覺頓院)이라고도 하는데, 아직까지 사명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되지 않아 여전히 흥전리사지라 칭하고 있다.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는 지난 20141차 조사를 통해 서원과 동원으로 구분되는 사역을 확인하고 국통(國統, 신라시대의 최고 승관직)’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편을 발견했다. 이듬해 2차 정밀 발굴 조사를 통해 주불전의 구조를 확인하고 금동번을 비롯한 다양한 와전류를 출토했다. 이를 토대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흥전리사지에 통일신라 국통과 연관된 큰 스님이 주석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국립춘천박물관의 조사를 통해 이와 내용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근거가 밝혀졌다.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지난 10년간 주요 발굴 성과를 전시하기 위한 자료 조사 과정에서 흥전리사지 탑비 조각 14점 중 9점을 접합하는 연구 성과를 냈다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가치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나온 비석 조각은 불교문화재연구소와 강원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한 것과 개인 소장자에게 기증받은 조각 등 총 16점이 알려져 있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이 중 14점을 한자리에 모아 조사를 진행하던 중 7점과 2점의 비편이 서로 접합된다는 점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사실 그간 각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판독하고 해석해왔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었다. 발견된 비편이 작고, 개수도 적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러나 이번 접합을 통해 새로운 연구 가치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탑비에 등장하는 계림 출신의 신라 귀족 김 모는 탑비의 주인공이자 스님일 것으로 추정해왔는데,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덕 높은 큰 스님을 뜻하는 화상(和尙)’이라는 글자가 접합을 통해 드러남으로써 그간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가 정확한 신뢰도를 얻게 됐다.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흥전리사지 탑비 조각 중 2점을 접합한 조각의 탁본 모습.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흥전리사지 탑비 조각 중 2점을 접합한 조각의 탁본 모습.

 

또한 7점의 조각이 접합되는 고승 탑비의 경우 양 측면에 고부조의 조각장식이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 탑비에 있는 것과 유사한 화려한 양식이다. 다른 2점 경우엔 탑비와 표면마감, 서체와 자간 등이 다른 비편 1종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나머지 1점의 경우 측면에 장식이 없고 서체와 자간도 다른 점을 미뤄볼 때 서로 다른 3종류의 비석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접합 과정을 거친 결과 탑비 측면의 조각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각사 연구 참고자료로 가치를 갖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흥전리사지의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에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지난 2016년 불교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청동 정병(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스님이 지녀야 할 18지물 가운데 하나)’ 2점 등 보물급 유물을 출토한 지역이다. 무엇보다 삼척시에 지속적으로 사적 지정을 추진하는 등 정성을 쏟았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지난 2015년 진행한 흥전리사지 정밀 발굴조사를 공개하는 현장보고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 지난 2015년 진행한 흥전리사지 정밀 발굴조사를 공개하는 현장보고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스님은 덕 높은 큰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점을 입증할 중요한 조사 결과"라며 흥전리사지의 사적 추진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정스님은 이번 국립춘천박물관의 발표는 연구소에서 주요 사업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중요 폐사지 시발굴 조사에 따른 성과로 생각된다앞으로도 중요 폐사지의 가치를 온전히 규명하고 구체적인 보존과 정비,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립춘천박물관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보고서 작성을 위해 보관중인 또 다른 비편 2점을 인수해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접합된 비석조각과 연구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한 박물관 휴관이 끝나는 대로 개관 예정 중인 특별전 새로 발굴된 강원의 보물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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